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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한민국 TV는 퀴즈에 빠졌나?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07. 7. 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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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한민국 TV는 퀴즈에 빠졌나?
TV프로그램 봇물… 형식 다채로워지고 상금도 억대까지

 

‘퀴즈에 몰입하는 것은 도박심리와 비슷하다?’ TV에 퀴즈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KBS는 ‘우리말 겨루기’ ‘퀴즈 대한민국’ ‘도전 골든벨’ ‘스타 골든벨’에 이어 ‘1 대 100’을, MBC는 ‘환상의 짝궁’ ‘7옥타브’ ‘지피지기’를 방영 중이다. 또 SBS는 ‘퀴즈 육감대결’을 방송하고 있다. 케이블방송 tvN은 ‘신동엽의 YES or NO’를 내보내고 있다. 묻고 답하는 정통적인 퀴즈프로그램 외에 퀴즈 형식을 띤 새로운 오락프로그램이 증가한 게 두드러진다. 이처럼 요즘 TV 퀴즈프로그램은 다채로운 형식이 증가한 게 눈에 띠고 우승자에게 주는 상금도 많게는 억 단위를 넘나든다.

 

 

유럽·미국 등 예능오락프로로 활기

왜 대한민국 TV는 퀴즈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또 TV가 그리고 시청자의 수준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SBS ‘퀴즈 육감대결’의 김태형 PD는 “그동안 국내에는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다룬 토크쇼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는 수년 전부터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토크쇼가 점차 사라지는 대신 예능오락프로의 포맷(형식)이 퀴즈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 6인의 심리게임 성향이 강한 ‘퀴즈 육감대결’은 일본 후지TV의 예능 프로그램 ‘헥사곤’의 포맷으로 제작한 것이고, 참가자 1인이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인으로 구성된 100인과 겨뤄 퀴즈를 푸는 KBS ‘1 대 100’은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TV 퀴즈프로그램이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십수 개국에 ‘1 대 100’과 동일한 포맷의 퀴즈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1 대 100’의 전진학 PD는 “TV 퀴즈프로그램은 날로 복잡하고 지능화하면서 진보하고 있다”며 “네덜란드에는 퀴즈프로그램만 개발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퀴즈프로그램 출연자가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기기를 단 채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퀴즈를 맞힐 때마다 상금액이 높아지면서 심장박동수가 증가할 수 있는데 심장박동수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문제를 푸는 권리가 다른 출연자에게 넘어가는 방식이다. ‘퀴즈! 육감대결’의 김태형 PD는 “단순히 묻고 답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2세대 퀴즈프로그램이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 퀴즈프로그램. 위부터 ‘퀴즈! 육감대결’ ‘퀴즈 대한민국’ ‘신동엽의 YES or NO’ ‘1대 100’.
요즘 시청자는 더 이상 ‘바보상자’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시청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바보상자의 기능을 원하거나 TV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극명하게 분리된 것 같다”며 “사람들은 문제가 있으면 답을 찾으려는 반응이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퀴즈프로그램은 심리적으로 확실히 유인가가 있다”고 말했다.

 

 

지적 능력 확인에 대박의 꿈까지

퀴즈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매혹적이다. 지적 능력을 확인하면서 얻는 쾌감과 상금이라는 대박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퀴즈와 도박심리가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찬호 마음누리 신경정신과 원장은 “모든 퀴즈에는 상품이나 상금이 걸려 있고, 이것을 맞힐 수 있을까 긴장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된다”며 “순간 교감신경물질인 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서 흥분했다가 정답을 맞히거나 맞히지 못했을 때 긴장감이 해소되면서 쾌감 또는 좌절감을 느끼는데 이는 도박을 할 때의 기분과 같다”고 설명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도 “퀴즈가 어려워지면 명백한 지식을 갖고 맞히기보다는 유추 등을 통해 맞힐 수 있어 운이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행운을 잡기 위해 베팅하는 도박심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국 NBC의 인기 TV쇼 ‘Deal or No Deal’에서 포맷을 가져온 tvN ‘신동엽의 YES or NO’는 퀴즈의 이런 속성과 가장 흡사하게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퀴즈가 아예 없다. 출연자는 10원에서 1억 원까지 적혀 있는 최초 26개의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해 최대 금액 1억 원을 갖기 위해 처음 선택한 상자 하나를 계속해서 가져갈 것인지 교환할 것인지, 혹은 tvN 제작자 측이 제시하는 협상금액을 선택할 것인지 ‘예’ 또는 ‘아니오’로만 대답하면 된다. ‘운’과 ‘선택’에 의해 거액의 상금을 거머쥘 수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이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1억 원의 상금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에게 자기 자신을 이입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낀다. 정찬호 원장은 “시청자는 출연자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출연자가 문제의 정답을 맞히기를 바라는 한편 출연자와 자신을 경쟁관계로 설정해 출연자가 맞히지 못하는 것을 자신이 맞힘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TV 퀴즈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하나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1 대 100’의 전진학 PD는 “퀴즈프로그램에 참가신청을 하기 위해 가족이 함께 먼 곳에서 올라오고 참가자들끼리 온라인동호회를 꾸리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요즘 TV 퀴즈프로그램은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퀴즈프로그램이 단지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도 도전해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초의 퀴즈로 알려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것으로,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한 사람은 잡아먹혔다는 이야기다. 이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퀴즈는 불변의 인기를 누려왔다.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보상과 함께 짜릿한 쾌감을 주는 퀴즈야말로 인류가 생존하는 한 가장 오래 지구상에 남아 있을 오락일 것이다.

 

<뉴스메이커 200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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