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 “가시나(가시내)”라고 하는 것은 주로 젊은 여성을 업신여기거나 가까운 사이에서 부르는 말인데 어디서 유래한 말일까요? 조선 후기 학자 조재삼은 자신 쓴 책 《송남잡지》에서 이 말의 뿌리를 한자어 ‘稼産兒(가산아)’라며 그 유래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고려 말 원나라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선발해 갔는데, 가정(稼亭) 이곡(李穀)이 원으로 가서 그런 일을 하지 말도록 상소했다. 그래서 지금 시골 여자아이들을 ”가시나(稼産兒)“로 칭한다.” 곧 그는 ‘가산아(가시나)’는 가정 이곡이 구한 아이라는 것이지요.
또 그 책에는 “주전부리”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도 있습니다. “술 마시는 사람이 술 마시기 전에 안주를 먹으면 술이 잘 받고 또한 크게 취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세 끼 식사 외에 시도 때도 없이 쉬지 않고 입을 놀려 먹어대는 것을 “주전부리 (酒前喙)”라고 한다.” 여기서 “훼(喙)”라는 한자는 ‘새 부리’를 일컫습니다.
고려시대의 문신이며, 문인인 이규보는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중 달과 관련한 한시 두 편을 감상해봅니다. “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욕심내 / 물 긷는 병에 달까지 길었네 / 하지만, 절에 가면 알게 될 걸 / 물 쏟으면 달도 없어지는 걸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 우물 속의 달/井中月)” 달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시입니다. 또 이 시는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뜻도 담긴 듯합니다.
“오래도록 거울을 안 보았더니 / 내 얼굴도 이젠 알 수가 없네 /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일세(不對靑銅久 吾顔莫記誰 偶來方炤井 似昔稍相知 - 우물에 비친 내 모습/炤井戱作)” 해학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만 자신의 얼굴을 잊을 정도로 거울을 안 보고 사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이렇게 옛사람들의 한시에는 아름다움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철학을 담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