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김대중-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이겼다
[정치톺아보기] '숨은표'는 어디에 있었나
오마이뉴스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6.2 지방선거 개표상황판에 당선 축하꽃을 달고 있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표로 말했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 15~20%p나 앞선 것으로 나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조차 피 말리는 시소게임 끝에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을 뿐, 5~10%p 앞선 것으로 나타난 곳에서는 모두 졌다.
유권자들은 반대하기 위해 투표장에 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의 재보선에서 나타난 '숨은 응징표'의 위력은 이번 선거에서도 재확인되었다. 특히 두 달 이상 선거를 휩쓴 '천안함 쓰나미'의 위력을 감안하면, MB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려는 '매복표'가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마치 MB정권을 안심시키기 위해 '천안함 쓰나미' 밑에 두 달 동안 매복해 있다가 보란 듯이 들고 일어나 허를 찌른 모양새다.
유권자들은 '산 이명박'이 아닌 '죽은 김대중-노무현'에게 투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50%를 넘었지만, 김대중-노무현 연합군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야당이 김대중-노무현의 '범야권의 연합' 및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유훈을 지켜낸 '야권 단일화'는 여당 견제 심리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죽은 김대중-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이겼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를 넘고, 집권여당의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의 곱절에 가까운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승리한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다. 중반까지 상당한 열세였던 강원-충북이 접전지가 된 것도 수도권(인천-경기)에서 점화돼 박빙지역인 경남-충남을 거쳐 확산된 단일화의 심리적 파급효과 덕분이었다. 그 결과로 김대중-노무현 연합군은 이명박을 포위했고, 그 휘하의 수도권의 '풀뿌리 연합군' 또한 자치구와 시-도의회의 2/3를 장악함으로써 오세훈-김문수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포박한 형국이다. 두 사람은 이제 의회의 동의 없이는 10원 한 푼 쓸 수가 없다.
사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집권여당에게 유리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특히 선거의 한 복판에서 발생한 '천안함 쓰나미'는 4대강 사업, 세종시, 무상급식 등 여당에 불리한 모든 쟁점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조차도 이른바 '천안함 효과'로 야당이 10% 가량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한나라 6석, 민주 7석, 선진 1석, 무소속 2석)는 여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승리의 기반이었던 수도권의 총 66개 시·군·구 중 16곳을 얻는 데 그쳤다. 4년 전에 서울 25개 자치구, 경기 31곳 중 27곳, 인천 10곳 중 9곳 등 수도권에서 61곳을 휩쓸었던 것에 비하면 처참한 패배다.
그뿐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강원과 경남 등 전통적인 텃밭조차 민주당 후보와 야권 단일 무소속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또 세종시 문제가 걸린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이 현직을 차지하고 있던 대전·충남·충북 광역단체장 자리를 모두 야권에 빼앗겼다.
MB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분노와 경고
▲ (왼쪽부터)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
무상급식에 맞서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구도로 선거를 몰아간 교육감 선거결과도 여권의 참패로 끝났다.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전교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서울-경기와 호남은 물론 강원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전교조 교원 명단 공개에 이은 대규모 해임이라는 현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을 고려하면, MB 교육정책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결과를 예고하는 경고의 메시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D-2일인 5월 31일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 여론-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비교적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한나라당의 높은 정당 지지율 그리고 오세훈-김문수 후보의 '대세론'에 묻혀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견제와 균형'으로 나타난 민심의 소재는 분명하다. 우선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분노와 경고의 표시를 분명히 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후퇴, 민생경제 악화, 남북관계 파탄 등 이른바 '3대 위기'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이명박식 불도저 국정운영에 대한 '응징'인 것이다. 따라서 집권여당으로서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및 대북정책의 재검토와 4대강 사업-세종시의 궤도 수정이 일정 부분 불가피해졌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은 야당이 좋아서 표를 주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패색이 짙었던 민주당은 선거 막판에 여권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한 가운데 반사이익을 챙겼을 뿐이다. '심판론'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서울-경기의 경우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유권자 중 절반 가량이 현직 시-도지사를 긍정 평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앞서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직에 대한 긍정 평가자의 오세훈 대 한명숙 지지율은 39.7% 대 34.7%, 김문수 대 유시민 지지율은 45.2% 대 36.3%였다). 서울-경기 유권자들은 오세훈-김문수가 행정을 잘못해서가 아니고 MB가 싫어서 야당 후보를 찍은 것이다.
지역주의 균열과 야당의 미래에 투표
▲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당선된 후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또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여야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도 풀뿌리 자치에서는 지역주의의 균열을 가져왔다. 수도권에서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자치구 단체장으로 입성했고,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무소속이 선전했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무소속이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권 단일후보인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3번 도전 끝에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남에서 승리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행자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에서 44.5%를 얻었다.
'리틀 노무현'으로 통하는 김두관 후보의 승리는 말할 것도 없고, 90년 '3당 합당' 당시 부산-경남에서 노무현을 빼곤 유일하게 김영삼을 따라가지 않은 김정길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바보 노무현'이 부산에서 3번 도전해 얻은 어떤 성적보다도 높은 것이다. '바보 농사꾼' 노무현이 뿌린 지역주의 극복의 씨앗이 노무현 사후에 비로소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또한 민주당의 세대 교체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야당의 미래에 투표했다. 특히 '신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수도권에 교두보를 확보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중부권에서 '노무현의 부활'을 알린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와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의 등장은 김대중-노무현 사후 '스타'의 부재로 지리멸렬한 민주당의 차기 대권경쟁에 활력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한 한나라당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첫 승리한 이후 지난 대선-총선까지 내리 3연승을 거두었다. 반대로 민주당으로서는 전국단위 선거에서 3연패 이후 첫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그 전선의 제1선에 김두관(경남), 송영길(인천), 안희정(충남) 등이 지역별로 고루 포진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아직은 길이 멀지만, 세 사람이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박근혜와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김문수의 '대항마'로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6·2 민란…귀 막은 MB를 향한 마지막 경고
[홍성태의 '세상 읽기'] 민심에 귀를 열어라
프레시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의 양상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을 지각하게 만든 지방선거의 결과가 모두 드러났다. 전체적인 결과는 한나라당의 패배와 민주당의 압승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시, 강원도, 충청남도, 경상남도 등의 광역자치단체에서 민주당과 무소속의 승리가 이루어졌다. 한나라당은 '나라를 망친 친노 좌파에 대한 심판'을 외쳤지만 이광재, 안희정, 김두관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복귀했다. 한나라당이 가장 중요한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둘 다 근소한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특히 서울시는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부자 3구'의 강력한 '부자 계급 투표'의 결과로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의 민심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는 거리가 아주 먼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반으로 접어든 상황에서도 '전 정권 심판론'이라는 비상식적 구도를 형성해서 선거를 치렀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현 정권 심판론'이라는 당연한 구도를 형성한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0년 지방선거의 바탕에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대단히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 나라의 진정한 발전은 물론이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심을 올바로 읽고 따라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며칠 전에 '소신공양'을 한 문수 스님의 짧은 유서에 그 핵심이 잘 담겨 있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그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인 '4대강 살리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생명의 강을 서울 한강과 같은 콘크리트 인공 수로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상 망국적인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에 해당된다. 그러나 운하는 경운기보다 느리기 때문에 어떤 경제성도 가질 수 없으며, 생명의 강을 인공 수로로 만들기 때문에 엄청난 생태적 재앙을 낳을 수 있다.
70퍼센트에 이르는 국민들이 '4대강 살리기'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혔고, 수많은 전문가들과 성직자들이 '4대강 살리기'의 중단과 올바른 강 살리기를 요구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를 계속 강행하는 것은 민심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면서 강 죽이기를 넘어서 경제 죽이기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둘째,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부패가 여전히 심각한 나라이다. 한국의 부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토건업 또는 건설업이다. 이 점에서도 '4대강 살리기'의 강행은 또 다른 커다란 우려를 낳게 된다. '4대강 살리기'는 막대한 혈세가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 사업에 투여되면서 거대한 부패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패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극심한 교육 부패이다. 교육 부패는 교육 행정 부패와 사학재단 부패로 크게 나뉜다. 전자를 대표하는 것이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라면, 후자를 대표하는 것은 조선대와 상지대의 '구재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의 문제가 불거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 부패의 척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후자의 복귀가 착착 진행되었다. 부패의 척결은 사실 선진화에 앞서는 정상화의 과제이다. 토건 부패와 교육 부패의 만연은 한국의 비정상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다.
셋째,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서민은 중하층 이하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서민은 전체 인구의 6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서민을 위한 정책은 무엇보다 복지의 강화로 나타나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복지 예산을 크게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연 증가분도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통계청의 통계는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의 우려를 사실로 확인해주었다.
서민의 고용을 위해서 불필요한 토건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 교육, 문화 등 '3대 두뇌 산업'에 혈세를 투여해야 한다. 서민이 원하는 것은 흔히 '삽질'로 표현되는 비정규 단순노무직이 아니다. 두뇌 산업의 성장이야말로 한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길이며, 서민의 고용도 그것을 통해서만 진정한 안정을 이룰 수 있다.
문수 스님의 짧은 유서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보여주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한 이유를 잊지 않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손가락을 보아서는 안 된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문수 스님의 짧은 유서를 잊지 말고 잘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민심은 사실 문수 스님의 짧은 유서보다 더 많은 것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시민의 표심은 귀를 열고 민심의 뜻을 따르라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엄중한 경고다.
첫째,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한반도는 한 민족이 둘로 분단되어 대립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이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밖에 없다. 우리의 군사적 대응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기저는 어디까지나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이어야 한다.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그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극히 잘못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비판 세력을 무조건 '좌파'로 규정하고 격렬히 공격하는 반인권적 행태를 일신해야 한다. 사실 이런 행태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의 산물이다. 이런 행태로 권력을 장악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이, 좌와 우의 정치적 공존과 정책 대결을 추구해야 한다.
둘째,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 세종시가 아무런 정략적 목표도 없이 추진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망국적인 서울/수도권 과밀의 해소와 지방의 발전이라는 국가발전 전략의 성격을 더 강하게 갖고 있다. 안보의 면에서도 서울/수도권 과밀은 이미 너무나 심각한 상태에 있다. 요컨대 전체 인구의 절반과 전체 경제력의 80퍼센트 정도가 북한의 근접 공격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다시 '주적'으로 규정한다면서 서울/수도권 과밀을 강행하는 것은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는 충청권을 비롯한 지방의 발전을 위한 요구일 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의 발전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거듭 약속했던 것을 지킨다는 차원을 넘어서 서울/수도권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세종시는 원안대로 잘 건설될 필요가 있다.
셋째, 오만과 독선의 산물인 '불통'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사실상 모든 언론을 장악하고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이용마저 강력히 규제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홍보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최근에 유엔의 특별 보고관과 국제앰네스티는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통제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왜곡되고 호도되지 않는다. '불통'은 다만 '불신'을 낳을 뿐이다. '천안함 사고'에 관한 이명박 정보의 조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그 좋은 예이다. '불통'은 많은 전문가와 성직자의 저항을 야기했고, 급기야 한 스님의 '소신공양'까지 이루어지고 말았다. 국가적인 대사라고 하면서 왜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소통하고 설득하지 않는가? '불통'은 그 자체로 '불만'의 원천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거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구를 분지가 아니라 항구로 생각하라거나 아예 서울을 '항구 도시'로 규정하는 식의 황당한 행보로 일관했다. 이와 함께 '천안함 사고'를 계기로 강력한 전쟁 위기를 유발하면서 사실상 국민들의 복종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민심을 억압하고 호도할 수 있는 시대에서 살고 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의 덫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선진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이번의 지방선거에서 방어한 것에 자족하며 계속 후진적인 오만과 독선의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과 성직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매일 외쳐대고 있는데,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민심의 소리를 듣지 못할 수는 없다. /홍성태 상지대학교 교수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초의원에 당선
이병완씨, 노무현 전대통령 유지 받들어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국민참여당 이병완 후보가 광주광역시 서구의회 기초의원으로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광주 서구 기초의원 다 선거구(풍암, 화정2.3동) 선거에서 접전 끝에 민주당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중량급 인사가 기초의원 출마를 선언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이 전 실장의 지방자치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 당선자의 기초의원 출마 선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간 것 처럼 풀뿌리 민주주의의를 몸소 실천하며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자는 “정치는 늘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새기고 있었다”면서 “기초의원 출마는 그분의 정치철학을 세상에 펼쳐보이기 위해 일찍부터 맘먹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의원의 가치를 일깨워주신 노무현 대통령께 기쁨을 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올바르게 쓰였는지 감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첫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당선자는 지난달 7일 뒤늦게 서구 기초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에 뛰어 들었지만 유세차와 마이크, 어깨 띠를 사용하지 않는 3無 선거 운동을 펼치고도 당선되는 뒷심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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