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 풀렸다
[아시아경제]
50척 이상의 선박과 20대 이상의 항공기가 기이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북대서양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가 과학적으로 풀렸다. 호주 멜버른 소재 모내시 대학의 조세프 모니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미국물리학저널' 최근호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버뮤다 삼각지대의 선박·항공기 실종 원인은 외계인의 소행이나 시간편차가 아닌 메탄 가스로 인한 자연현상 때문이라는 것. 해저에서 형성된 거대한 메탄 거품이 선박이나 항공기 실종의 주범이라는 뜻이다.
사실 버뮤다 삼각지대 및 유럽 대륙과 영국 사이의 북해 해저를 조사해본 결과 엄청난 양의 메탄 가스가 고압 상태에서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일대에는 분화구 흔적도 있다. 그렇다면 해저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대형 메탄 거품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발생한 메탄은 해저에서 올라오면서 상하좌우로 팽창하는 대형 거품을 형성한다. 어마어마한 메탄 거품은 수면에 이르러 공기 중으로 올라오면서도 여전히 상하좌우로 팽창한다. 이때 거품 안으로 선박이 진입하면 갑자기 부력을 잃고 침몰하게 된다. 항공기의 경우 메탄으로 엔진에 불이 나면서 추락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은 순식간에 일어난다고.
버뮤다 삼각지대는 미국 남부 해안~버뮤다~대(大) 앤틸리스 제도를 잇는 형태의 수역이다.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에 대한 보고는 19세기 중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몇 척의 배가 뚜렷한 이유 없이 완전히 버려진 채 발견되고 일부 선박은 조난 신고도 없이 영원히 사라졌다. 항공기는 조난 신고 직후 사라졌으며 구조대도 해당 지역을 비행하다 사라졌다. 그러나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
대서양의 블랙홀, 버뮤다 삼각지대
과학으로 파헤친 음모론 (4)
<음모론 속 과학> 미국 동부 해안에서 약 1천㎞ 떨어진 대서양 상의 울릉도만한 섬인 버뮤다는 영국령으로서 인구는 약 6만 명이다. 섬은 비록 작지만 1인당 GDP는 약 7만 달러로서 굉장히 높다. 버뮤다에 등록된 외국 회사는 약 1만3천여 개사에 이르는데, 그 중 실제로 사무실을 두고 있는 기업은 단 몇 백 개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버뮤다는 유명한 조세피난처로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주소만 옮겨놓은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 버뮤다 삼각지대란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와 버뮤다섬,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의 해역이다.
이곳에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으므로 기업은 회사 설립 수수료와 일부 잡세만 납부하면 된다. 조세피난처로서 버뮤다가 올리는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달한다. 이 정도면 버뮤다를 ‘외국 기업의 블랙홀’이라 부를 만하다.그런데 정작 버뮤다는 외국 기업의 블랙홀이 아니라 비행기나 배를 빨아들이는 ‘마의 삼각지대’로서 더욱 유명하다. 1964년에 작가 빈센트 H. 개디스는 아고시(ARGOSY)라는 잡지에 ‘죽음의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소설 형식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은 선박 및 항공기 등이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갑자기 사라진 실종 사건들을 다룬 것이었는데, 그 후로 이 지역은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명칭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버뮤다 삼각지대란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와 버뮤다섬,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의 해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의 사람과 100대 이상의 항공기 및 선박이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채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버뮤다 삼각지대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것이 미국 해군 비행기 실종사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1945년 12월 5일 오후 2시 10분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기지에서 제19편대 어벤저 어뢰폭격기 5대가 이륙했다. 각 비행기에는 편대장인 찰스 테일러 대위를 비롯한 조종사와 하사관 2명씩이 탑승해 있었다. 그런데 원래 탑승 예정이던 한 명의 하사관이 그날 결근하는 바람에 5대의 비행기에 탑승한 인원은 총 14명이었다.
구조 비행기마저 실종돼
이들의 첫 비행구간은 포트로더데일 기지에서 비미니섬까지의 90㎞ 거리였는데, 도중에 치킨 해안에서 폐선을 상대로 어뢰를 발사하는 표적훈련을 아무 이상 없이 수행했다. 거기서 동쪽으로 108㎞의 두 번째 비행구간과 그레이트하버케이 앞에서 북북서 방향으로 117㎞를 가는 세 번째 비행구간까지 제19편대의 비행기들은 예정대로 비행했다. 이제 그랜드바하마에서 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기지로 귀환하면 그날의 비행훈련은 끝나는 거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마지막 항로를 끝내 타지 못하고 실종되었다. 처음으로 나타난 불길한 징조는 나침반이 고장 나서 현재 위치를 모르니 레이더로 확인해 달라는 편대장의 교신이었다.
▲ 1964년 아고시(ARGOSY)라는 잡지에 버뮤다 삼각지대가 처음 소개되었다.
그런데 관제본부의 레이더에는 제19편대의 비행기들이 잡히지 않았다. 조금 후 찰스 편대장은 자신들이 플로리다키스 위로 날고 있는데 어떻게 포트로더데일 기지로 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플로리다키스는 멕시코만에서 약 160㎞ 거리에 있는 섬으로서 거기라면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북동쪽으로 약 320㎞ 이상 벗어나 있어서 레이더상에 잡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찰스 편대장이 플로리다키스라고 착각한 것도 이상하지만 이후의 행적은 더욱 수상했다. 당시만 해도 연료가 3시간 분량으로 충분하게 남아 있는 상태여서 그리 급박하지는 않았다.
19편대의 조종사 중 한 명이 서쪽으로 향하면 기지가 나올 거라는 말을 했지만, 찰스 편대장은 계속해서 동쪽으로 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오후 7시경 “한 대라도 연료가 떨어지면 모두 함께 바다 위로 착륙한다”는 교신을 끝으로 19편대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때는 연료가 20~30분량이 남은 상태였다. 어벤저기는 파도가 잔잔한 바다 위에서는 상당 시간 떠 있도록 설계된 비행기종으로서, 수색만 잘 하면 승무원들의 생존에는 이상이 없었다. 곧 동원 가능한 모든 비행기와 선박이 출동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개시했다. 13명씩의 승무원을 각각 태운 두 대의 마틴마리나형 구조 비행기도 최후의 교신이 온 지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한 시간 후 이 중 한 대가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은 채 또 실종되어 버렸다. 항공기 300여 대를 비롯해 구축함, 잠수함, 해안경비정, 구조정, 요트 등 수백 척의 선박이 동원돼 사상 최대의 수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비행기의 잔해나 시신은커녕 비행기에서 나온 어떤 부유물이나 기름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1948년 12월 27일에는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에서 마이애미로 향하던 DC-3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1963년 8월 28일에는 공중급유기인 KC-135기 두 대가 마이애미 근처의 홈스테드 공군기지로 귀환 중 추락했다. 150미터 간격으로 11㎞ 상공에서 나란히 비행하던 두 비행기가 동시에 추락했는데, 잔해가 발견되었지만 추락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선원들만 홀연히 사라지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서인도항로를 발견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일지에 담겨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바로 전날인 1492년 10월 11일 콜럼버스는 항해일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거대한 불기둥이 바다에 추락하면서 우리 배의 나침반이 갑자기 방향감각을 상실했고, 선원들은 하늘에 떠 있는 이상한 빛을 보았다.”
▲ 1945년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어벤저기 5대가 실종되었다.
이후 이 해역에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선박들의 이상한 실종사건이 잇달아 보고되었다. 1872년 말, 배는 그대로 둔 채 선원들만 홀연히 사라진 메리 셀레스테 호도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길이 31.4m, 폭 7.6m에 288톤의 큰 배였던 메리 셀레스테 호는 1872년 11월 15일 미국의 이스트리버 항을 출발해 이탈리아의 제노바로 향하고 있었다. 이 배는 11월 26일까지 정상적으로 항해일지가 작성되었으나 그 이후는 모든 게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아무도 없이 버려진 메리 셀레스테 호가 발견된 것은 12월 5일 지브롤터 서쪽 950㎞ 지점의 아조레스 제도 부근에서였다. 이 배를 발견한 데이 그라시 호의 선원들에 의하면 나침반은 고장 나 있었고 항해용 측정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구명보트가 없어졌는데도 식량과 식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장 이상한 점은 배에 탑승한 승무원 8명과 선장 가족 2명의 흔적이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해일지에 적힌 마지막 지점으로부터 메리 셀레스테 호는 약 1천230㎞나 이동해 있었다. 메리 셀레스테 호의 탑승자들은 멀쩡한 배를 버리고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 후로도 1881년 엘렌 오스틴 호, 1918년 사이클롭스 호, 1925년 일본의 리히후쿠마루 호, 1963년 마린설퍼퀸 호 등 수없이 많은 선박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졌다.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실종 사고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갑자기 나침반이 고장 난다는 점이다. 또 선박이나 비행기 잔해 등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거대한 선박들조차 조난신호를 보내지 않은 채 홀연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서양의 블랙홀, 버뮤다 삼각지대
과학으로 파헤친 음모론 (5)
<음모론 속 과학>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해서 이와 같은 사고를 일으킬 만한 특이한 사항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상한 사고가 계속 이어지자 전설은 부풀어져 갔고, 급기야 각종 음모론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에는 북미방공사령부가 버뮤다 삼각지대에 거대한 비밀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음모설이 있다. 이 기지에서 실험 중인 첨단 과학 무기에 의해 부근을 항해하던 선박이나 항공기들의 나침반이 고장 나고 신호 체계가 교란된다는 것. 실종된 선박이나 항공기의 경우 고장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북미항공사령부에 접근해 기지의 존재를 눈치 챘기 때문에 실종 처리되었다는 내용이다.
▲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종사고가 이어지자 각종 음모론이 등장했다.
또 하나 대표적인 음모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전설 속의 고대 문명인 아틀란티스 때문이라는 설이다. 버뮤다 삼각지대가 바로 아틀란티스 대륙이 수장된 곳이라는 설이 한때 나돈 적이 있다. 따라서 이 아틀란티스 유적에 감추어진 강력한 수정 에너지에 의해 부근을 지나가던 선박이나 비행기들이 갑자기 침몰해 버린다는 것. 더 나아가서는 첨단기술을 확보한 채 아직도 살아서 존재하는 아틀란티스인들이 지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연구하기 위해 납치한다는 황당한 설도 있다.
그밖에도 4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버뮤다 삼각지대에 존재한다든지 UFO에 의한 납치설 등 실종 사고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음모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먼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시간 여행을 온 미래 인간들의 짓이라는 다소 공상과학적인 의견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이런 음모론 외에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에 대한 과학적 해석으로서 가장 일반적인 이론은 기후 관련설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용의자는 대서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인 허리케인이다. 핵폭탄 1만 개 이상의 힘을 지닌 대형 허리케인의 경우 최고 파고는 5층 건물 높이인 15미터에 달하고, 최대 풍속은 시속 약 320㎞에 이른다. 이런 기상 조건의 망망대해에서 살아남을 선박이나 비행기는 거의 없다.
뇌우 발생의 최적지
또 하나의 유력한 용의자는 ‘워터스파우트’라는 바다의 토네이도이다.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용오름 현상인 워터스파우트는 플로리다 남부 해안에서 빈번히 발생하는데, 여러 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워터스파우트는 아무런 징후도 없이 갑자기 발생하므로 바다에서 맞닥뜨렸을 때 승무원들이 당황하기 쉽다.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다가 찬 공기와 만나면서 번개와 천둥을 발생시키는 뇌우도 용의자 가운데 하나이다. 따뜻한 공기가 항상 위로 올라가는 버뮤다 삼각지대는 뇌우 발생의 최적지인데, 특히 바다에서는 뇌우가 순식간에 형성돼 비행기나 선박을 급습할 수 있다. 뇌우는 대부분 강한 폭풍과 폭우를 동반하므로 비행기나 선박에게는 지속적인 위협 요인이 된다.
▲ 워터스파우트는 아무런 징후도 없이 갑자기 발생하므로 바다에서 맞닥뜨렸을 때 승무원들이 당황하기 쉽다.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 생기는 난기류인 ‘청천난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청천난류는 보통 강한 기류가 산맥을 넘을 때 그 아래쪽에 생기는 강한 회오리바람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만 높은 산맥이 없는 곳에서도 권계면에서 부는 강한 제트류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청천난류는 상하 및 수평 방향으로 난기류가 급속히 변화하므로 공중 조난사고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에 속한다. 항공기가 갑자기 청천난류를 만나면 마치 바위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밖에 지각 속의 단층이 갈라질 때 발생하는 ‘정진’이라는 파도 및 강풍의 갑작스런 하강으로 인해 파도가 크게 만들어지는 ‘괴물파도’ 등도 갑작스런 실종사고의 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기후 요인만으로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두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시즌은 6월부터 11월까지인데 실종 사건은 이 시기가 아닌데도 많이 발생했다. 또 워터스파우트의 경우 큰 배나 높이 나는 비행기를 삼키기엔 너무 약하다. 뇌우의 경우에도 큰 배와 비행기는 번개·천둥을 방어할 수 있으므로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청천난류나 갑작스레 발생하는 파도의 경우에도 범인으로 몰아붙이기엔 너무 한정된 기상요인이다. 더구나 아무런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는 점은 기후 관련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침몰된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까닭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버뮤다 삼각지대의 복잡한 해저 지형으로 실종 사건을 설명하기도 했다. 버뮤다 해역에는 여러 해류가 교차하므로 변화무쌍하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종종 형성된다. 이 소용돌이가 태양열을 받게 되면 더욱 힘이 세어져 비행기를 추락시키거나 선박을 침몰시킬 수 있다는 것. 더구나 복잡한 해저 지형에는 오랫동안 형성된 해저 동굴이나 해저 분화구가 있어서 지각운동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만약 이런 해저 동굴의 윗부분이 무너질 때 그곳을 항해하던 선박이 있을 경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기후 요인만으로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두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원래 육지에 있던 종유굴이었으나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바다 속에 잠긴 해저 동굴도 있다. 이 동굴 속으로 물이 일시에 밀려들면 소용돌이가 일어나면서 배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실제로 한 잠수부는 해저 동굴 속으로 한 척의 어선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잔해를 찾지 못하는 설명으로는 멕시코 만류가 통과하는 지점에 있는 유사지대(流砂地帶)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흐르는 모래가 해저에 침몰된 배의 흔적을 감쪽같이 사라지게 한다는 것.
비행기의 경우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원인 중 하나는 ‘버티고(Vertigo)’ 현상이라 불리기도 하는 ‘비행착각’이다. 비행착각이란 인체 평형기관의 감각에서 전해오는 메시지와 비행기 계기판의 메시지가 정반대일 때 일어나는 공간감각 상실 증상이다. 땅 위의 2차적 공간에서 살아온 인간은 허공의 3차원 공간을 고속으로 이동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공중을 비행하는 조종사는 방향 감각을 잃기 쉬우며, 심지어 상하좌우도 혼동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바다와 하늘을 분간하지 못할 수도 있고, 위아래를 구분하지 못해 자칫 바다 속으로 직행할 수 있다. 또 비행착각이 일어나면 속도를 높일 경우 비행기가 상승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속도를 낮출 경우 비행기가 하강하는 것처럼 느끼는 등 많은 착각이 일어난다. 특히 해상 비행은 육지처럼 항공기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없어서 비행착각이 발생하기 쉽다.
한편, 항로나 비행고도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계기들이 발명되기 이전의 비행기 조종사들은 자기컴퍼스로 자신의 위치를 측정했다. 그러다가 자기컴퍼스가 고장 날 경우 비행착각을 일으키기 쉬웠다.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1950년대 이전까지 특히 비행기 사고가 잦았던 것을 이런 이유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대서양의 블랙홀, 버뮤다 삼각지대
과학으로 파헤친 음모론 (6)
<음모론 속 과학> 나침반 고장과 관련해 유추해볼 수 있는 과학적 요소로는 자기장의 힘이 있다. 지구는 남극 근처에서 흘러나온 자기장이 북극 근처를 통해서 들어가는 거대한 자석이다. 나침반을 움직이는 힘이 바로 이 자기장이다. 현재 사용되는 GPS(위성항법장치)가 도입되기 전까지 나침반은 가장 중요한 항행 기구였다.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방향이 북쪽이고, S극이 가리키는 방향이 남쪽이다. 이를 보고 현재의 위치를 파악해 항해사들은 진로를 잡는다.
▲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곳을 자북(磁北)이라 하며, 실제 북쪽의 중심은 진북(眞北)이라 한다.
그럼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쪽은 정확히 북극점일까? 그렇지 않다. 나침반의 자침이 가리키는 방향과 실제 방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곳을 자북(磁北)이라 하며, 실제 북쪽의 중심은 진북(眞北)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S극이 가리키는 곳은 자남(磁南)이며, 실제 남쪽의 중심은 진남(眞南)이라 한다.
진북과 진남을 일직선으로 이으면 바로 지구의 회전축이 된다. 이에 비해 자기장이 흘러나오는 자북과 자남은 약간 다른 위치에 존재한다. 현재 지구상의 자북은 알래스카 부근이다. 그런데 자북은 진북과 달리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이동한다. 지금도 매년 40㎞ 정도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때문에 40~50년 후쯤에는 시베리아 지역에 자북이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항해사들은 예전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자북과 진북의 오차를 보정하면서 항해했다.
또한 근대에 들어서는 자동적으로 진북을 가리키는 ‘자이로컴퍼스’가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자북과 진북이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즉, 이 지역에서는 나침반의 N극이 가리키는 자북이 진북과 일치한다는 의미이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버뮤다 삼각지대이다. 다른 한 곳은 일본 동쪽 해안 근처의 ‘악마의 바다’라는 지역인데, 이곳도 역시 의문의 실종사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진북과 자북이 일직선상에 있는 게 선박이나 비행기의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자북과 진북이 일치하는 해역
또 하나, 버뮤다 삼각지대는 그 어떤 곳보다 자기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의 핵에서 나오는 주자기장을 관찰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9년 에르스텟 위성을 발사했다. 이 위성이 지구를 수없이 돌며 모은 자료와 20년 전에 활동한 마그삿 위성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0년 동안 버뮤다 삼각지대에서의 자기장이 약 6%나 감소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곳보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자기장이 빨리 약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버뮤다 삼각지대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버뮤다 삼각지대는 자기장이 불안정한 대표적인 지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기장의 불안정이 항해 시스템이나 날씨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준다는 증거 역시 아직까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한편, 미국의 물리학자 브루스 디나르도 박사는 버뮤다 삼각지대의 범인으로 ‘거품’을 지목했다. 바닷물 속에서 갑자기 많은 거품이 생길 경우 물의 밀도가 낮아지면서 배의 부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배가 갑자기 가라앉는다는 원리이다. 실제로 디나르도 박사 연구팀이 커다란 물통에 물을 채운 뒤 쇠로 만든 모형 배를 띄우고 밑에서 거품을 만들어 올리는 실험을 한 결과, 모형 배가 곧 가라 앉았다.
그럼 과연 바닷물 속에서 배를 가라 앉힐 정도의 많은 거품이 일시에 생겨날 수 있을까? 그와 같은 거품을 생성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바다 밑에 다량으로 매장된 가스 하이드레이트 때문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란 천연가스가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 하에서 물 분자와 결합해 생성된 얼음 덩어리다. 천연가스는 보통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만, 높은 기압의 깊은 바다 속에서 온도가 0℃ 가까이 내려가면 물과 결합해 고체 상태인 얼음으로 변하게 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95% 이상이 메탄으로 구성돼 있어 메탄 하이드레이트라고도 하는데, 불을 붙이면 타기 때문에 일명 ‘불타는 얼음’으로 불린다. 가스 하이드레이트 속의 물과 가스 분자들은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결합으로 붙어 있어서 환경이 바뀌면 쉽게 분리돼 메탄가스로 바다나 공기 중에 퍼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의 가스 하이드레이트 안에는 약 164㎥의 가스가 들어 있으므로 적은 양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분해돼도 발생하는 거품의 양은 엄청나다. 디나르도 박사에 의하면 실제로 북해에서 메탄가스에 의해 트롤선이 침몰된 적이 있다고 한다.
메탄가스 거품 많으면 침몰할 수도
해저 탐사 결과, 버뮤다 삼각지대에는 다량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 이곳에서는 메탄이 가스 상태나 고체 상태 그대로 점점 더 많은 양이 바다 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메탄가스 거품이 떠오르고 있을 때 배가 지나가면 침몰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비행기의 경우 바다 위로 솟아오른 메탄가스와 만나 불이 붙어서 추락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 버뮤다 삼각지대는 교통량 자체가 많으므로 사고도 잦은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도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많이 분포한 지역에서 공교롭게 선박 침몰 사고가 잦아 ‘마의 해역’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지난해 1월 30일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선원 9명을 태운 59톤급 어선 영진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침몰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조난위치 자동발신장치’도 작동하지 않았으며, 목격자도 없었다. 해상과 공중, 해저에 걸친 군·경 합동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는커녕 영진호와 관련된 부유물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2005년과 2008년에도 이와 유사한 어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해역이라 그 지방에서는 무성한 소문들이 부풀어져 갔다. 결국 1개월 가까이 지난 때에서야 다른 어선의 그물에 의해 영진호 선원의 시신 1구만이 인양됐다. 제주 마라도 남동쪽 해역 역시 가스 하이드레이트 층이 폭넓게 분포된 지역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선박의 침몰사고가 잇달아 일부 어민들 사이에서 ‘마의 해역’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과학적 원인 규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버뮤다 삼각지대의 사고들이 이상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해역의 교통량 자체가 매우 많으므로 통계로 따져볼 때 실종된 선박 및 항공기의 수가 그리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기상 변화 및 지형적인 조건과 항해 장치의 고장 및 인간들의 실수가 겹치면 급작스런 실종 사건이 같은 곳에서 얼마든지 잇달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버뮤다의 미스터리로 알려진 선박 및 비행기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양의 표면 및 수중에서는 항상 해류가 흐르고 있으므로 부유물 등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더구나 예전과 달리 지구 상공에는 수많은 위성들이 배치돼 정밀하게 관측하고 있으며, 조그만 비행기에도 자동전파 유도시스템이 의무적으로 장착되는 등 안전운항 시스템이 정교해지고 있어 사고의 위험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해상에서 대형 실종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마치 악마의 저주처럼 잊혀지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 여전히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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