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교수 "조선일보 천안함 규명에 걸림돌"
버지니아대 물리학교수 "중재위 제소"… "합조단 조사결과 F학점"
미디어오늘
천안함 1주기를 맞아 특집기사를 낸 조선일보에 대해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자신의 말을 왜곡보도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헌 교수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1주년 토론회에 발제를 마친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천안함 기사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전혀 안되는 걸림돌”이라고 혹평하면서 “변호사를 통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합조단의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에 대해 “F학점”이라며 “문제점이 너무 많은 것 뿐 아니라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도 없고, 자신감도 결여돼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자신을 비롯한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두고 ‘정치가’, ‘친북 좌파’라는 여론몰이를 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남북이 갈려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행한 현실”이라며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천안함 침몰원인의 진실을 밝히는 자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는 천안함 1주년 토론회 발제에서도 정부와 조선일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도 “폭발했다면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한 물기둥이나 소나시그널(음파탐지신호)과 같은 수많은 증거들이 나타났을 것”이라며 “이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과학적 증거’를 내세우면서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1주기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는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교수.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1주기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는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교수.
이 교수는 "그나마 내세운 어뢰의 1번 글씨와 흡착물질의 에너지 분광기 분석결과는 모두 허깨비라는 게 자신을 비롯해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와 정기영 안동대 교수의 분석결과로 입증됐다"며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보인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보인 태도는 비판적이거나 과학적인 견해가 나오면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왔다”며 “이는 사태를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이며 소모적으로 끌고간 것”이라고 혹평했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 이유로 언론의 왜곡보도를 들었다. 언론이 왜곡된 보도로 잘못된 주장을 재생산 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가 이 교수가 “물리학자 명예를 걸고 말하는데 흡착물질이 조작한게 틀림없다”고 한 보도 내용에 대해 그는 “난 이런 말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실험을 통해 이 교수는 천안함 잔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북한의 어뢰 추진체에 남아 있는 물질과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내용 역시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이 교수는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 두가지 부분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모적 논쟁 끝내고, 진실 찾고 진실 기반한 첫걸음을 내딛으려면 국회 국정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제가 끝난 뒤 청중들의 질의응답에서 동아일보와 데일리NK 등 이른바 보수매체들이 이승헌 교수와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동아일보 기자는 서재정 교수에게 “실제로 선체 직접 본 적 있느냐, 세동강 났다는 근거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고, 데일리NK 기자는 이 교수에게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이 많은데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와 공개적인 토론회에 참석할 의향이 있느냐”고 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신아무개씨는 이승헌 교수에게 “진보 보수 뛰어넘는 과학의 영역, 과학적으로 밝혀져야 한다는 이 교수 말에 동의하는데, 이 토론회 자리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경향신문, 한겨레 쪽에서 (토론자로) 나온 것을 보니 진보진영 논의의 장으로 보인다”며 “천안함 원인 논쟁이 흐려지고 정치화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1주기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는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니아대 교수. ⓒ언론노조 이기범기자
이승헌 교수는 “이런 토론회는 보수 진보 합쳐서 열었어야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나서지 않는다”며 “특히 물리학계에서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난 당연히 참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서재정 교수는 “그동안 기회가 되지 않아 직접 확인할 수 없었지만 수많은 사진들을 참조한 결과 천안함이 세동강 났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는 가보지 않아도 명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도중에 한 청중이 고성을 지르며 “빨갱이 새끼들”이라고 말해 한 때 장내가 어수선해졌다.
"천안함 데이터에 따르면 폭발 아니다···세동강나"
서재정 등 재미과학자들 귀국 연구결과 "좌초·충돌로도 나타나는 손상들"
천안함 침몰 1주년을 맞아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 피격’설이라며 내놓은 최종조사보고서의 데이터만 자세히 봐도 비접촉 근접 수중폭발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종보고서의 시뮬레이션은 어뢰의 수중폭발로 발생한 버블효과가 선저를 찢어낸다고 돼있지만 실제 천안함은 함수와 함미, 그리고 가스터빈으로 세동강이 났으며, 근접 수중폭발시 생길 수 있는 근거가 아무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5월 20일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그동안 미국에서 북 어뢰 피격 가능성에 의혹을 제기해온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천안함 1주기를 맞아 국내에 귀국해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의 주최로 24일 열린 천안함 토론회에서 밝힌 분석 결과다.
서 교수는 북 어뢰 피격설을 입증하는 합조단의 논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맞는지를 검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서 교수는 ①천안함 파손이 외부의 근접 수중폭발에 의한 것이다→②근접수중폭발은 어뢰 폭발에 의한 것이다→③폭발한 어뢰는 북한제이다라는 논법으로 “따라서 북 어뢰가 근접 수중폭발해 천안함이 파손됐다”는 결론을 내린 합조단의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모두 일관성을 갖는 논리적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런 결론이 나오려면 앞의 세가지 근거 모두가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수. 충격파가 있었다고 보기엔 바닥이 깨끗하다. ⓒ 서재정
우선 근접 수중폭발이 있었느냐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근접수중폭발의 손상지표로서 ‘파편’ ‘충격파’ ‘버블효과’ ‘물기둥’의 흔적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 서 교수는 파편의 경우 “근접 수중 폭발시 다수의 파편이 선체 내에 존재해야 함에도 어떠한 곳에도 파편은 찾아볼 수 없다”며 “초기에 합조단이 금속 파편 채취에 성공했으나 최종 보고서엔 ‘천안함 사건에 사용된 어뢰 파편이라 단정할 수 있는 금속은 식별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중폭발시 발생하는 충격파가 있었는지에 대해 서 교수는 250kg 규모의 TNT가 3∼6m 거리에서 폭발하려면 8049∼1만8239psi(압력의 단위)의 압력(P)이 발생하고 선체 바닥이 크게 변형돼야 함에도 천안함 선저는 충격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이 깨끗했다고 지적했다. 선체 내에 있는 기계·기구·탄약고조차 쓰러지지 않은 채 가지런히 정렬돼있었다고도 제시했다. 형광등마저 멀쩡하게 보존돼있었다.
충격파와 동반하는 폭발소리로 인해 생존자와 시신에서 청각장애 및 화상환자가 다수 발생해야 하나 전혀 없었다는 점도 제시됐다. 그 다음 근거인 버블효과가 있었느냐와 관련해 서 교수는 합조단이 언뜻보기에 천안함 가운데가 둥글게 밀고 올라가 파손된 모습을 들어 두동강 났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하지만 천안함은 세조각이 났다. 즉, 함수와 함미, 그리고 양쪽이 찢겨진 가스터빈실로 세동강 난 것”이라고 말했다.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버블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선저 가운데가 길게 찌그러진 뒤 찢어지는 상태로 진행된 것으로 분석돼있다. 그러나 실제 천안함은 가운데가 찢어진 모습이 발견되지 않고 가운데에 위치한 가스터빈실의 양쪽이 찢겨진 채 떨어져 나와 세동강이 났다. 이를 두고 서 교수는 “버블효과라면 세동강이 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라며 “오히려 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천안함 파손 상태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이 지난해 9월 13일 발표한 천안함 최종보고서상의 시뮬레이션 결과. 선저 가운데가 찢겨지도록 돼있다.
실제 천안함은 함수와 함미, 그리고 선체 가운데 아랫쪽에 위치하는 가스터빈 등으로 세동강 나있다.
근접 수중폭발로 발생하는 물기둥이 존재했는지에 대해 서 교수는 천안함 선저 3∼6m 아래에서 TNT 250kg 규모의 폭약이 터졌을 때 생기는 물기둥의 높이가 82m로 계산되지만 실제 보고서엔 “좌현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진술과 ‘백색섬광 목격했다’는 백령도 초병의 진술”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합조단 역시 보고서에서 “물기둥 목격자 및 화상환자는 없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근접 수중폭발시 고열의 흔적 역시 드러나야 함에도 화상환자가 없었다는 점도 지목됐다. 거대 수중폭발시 3000도의 고온을 동반한 뜨거운 불덩어리가 발생하는데 정작 보고서엔 723도 이상의 열이력은 없었으며 전선이 절단될 때 열흔적이 없었다고 기재돼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근접수중폭발이 있었다면 발생했어야 할 파편, 충격파, 버블효과, 물기둥, 고열 그 어느 곳도 발견되지 않아 ‘근접 수중폭발했다’는 전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합조단의 최종결론은 최초의 전제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어뢰가 근접 수중폭발해 천안함을 파손시켰다’는 결론을 틀렸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근접폭발의 근거’라고 제시한 합조단 폭발유형분석 분과가 제시한 데이터 역시 동어반복으로 쥐어짜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은 근접폭발시 필요로 하는 9가지 손상 지표 가운데 5가지가 충족됐다고 했지만 이 중 아래 세가지는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국지적 선체 외판 휨 현상’
‘폭발지점의 선체가 외부에서 내부로 휨’
‘수중폭발에 의한 충격파와 버블에 의한 손상 증거’
뜯겨져나간 천안함 선체 가운데 밑바닥인 가스터빈실과 가운데가 찢어져야 하는 시뮬레이션의 결과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서 교수는 이를 두고 “합조단의 고뇌가 담긴 테이블(표)”라며 “이런 증거는 좌초 또는 원거리 폭발, 충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한마디로 데이터는 폭발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결론만 근접수중폭발했다고 한 것”이라며 “도대체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과학적으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근접수중폭발은 설 자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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