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원장의 마라톤 클리닉 ③
…부상없이 실시하는 지구력 훈련
지구력 훈련이란 무조건 오래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빠른 속도로 먼곳까지 달릴 수 있는 능력을 훈련하는 방법이다.
마라톤 한다고 회사 체육대회의 릴레이에 차출되어 나갔는데 성적이 형편없었다거나, 아이들 운동회에 학부모 대표로 나갔다가 창피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지구력이 강하면 빨리 달리는 다리 힘도 동시에 강해져야 하는데 왜 속력을 증가시키는 힘은 생기지 않을까? 또 속근(速筋)과 지근(遲筋)은 같은 부위에 있는 근육인데 동시에 강해지는 훈련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장거리 주자들이 훈련 계획을 짤 때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장거리 훈련이 가장 멀리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훈련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무조건 멀리 달리거나 오래 달리는 데 신경을 쓰지만 장거리 훈련이라고 해서 속도와 관계없이 멀리 갈 수 있는 능력만을 기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지구력 훈련이란 먼 곳까지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을 훈련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멀리 빠르게 달리는 것이 지구력
지구력은 무작정 멀리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최대능력보다 조금 낮은 달리기 강도를 일정하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주자의 최고속도를 100이라고 한다면, 10km를 최고속도의 70으로 일정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 지구력이다. 전형적인 지구력 훈련은 이 70%의 달리기 강도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훈련이다.
70% 강도로 훈련했는데 대회 당일 갑자기 75%의 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일어난다고 해도 끝까지 지속되지 못하겠지만, 중간에 부상으로 달리기 자체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1km당 4분 페이스로 달릴 수 있고, 12주간 한번에 10km를 km당 4분 페이스로 달리는 훈련을 했다면 대회에서도 km당 4분의 달리기 속도를 10km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정답이다. 어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2주 정도의 근지구력 훈련이 필요하며, 훈련한 만큼의 속도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주 7일간 매일 달리는 훈련 계획이 있다고 치자. 이것은 양적으로 무리한 계획이다. 중간에 반드시 1∼2일의 완전 휴식일과 편한 달리기 날을 포함시켜야 피로 누적 없이 건강한 상태에서 훈련을 계속할 수 있다. 속도 훈련으로 파틀렉 훈련 1번, 근력 운동으로 언덕 훈련 1번을 하고 나머지 5일은 전부 천천히 혹은 편한 달리기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훈련의 질이 문제가 된다. 대회에서 km당 4분에 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속도로 훈련을 해야 대회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100%이던 자신의 최대 달리기 속도를 120%까지 끌어올렸다면 직접적인 지구력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100%를 기준으로 볼 때 지구력 훈련시 84%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달리기 엔진의 마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멀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자동적으로 증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의 최고속도는 km당 4분30초이다. km당 5분30초의 속도로 달린다면 쉽게 슬슬 달릴 수 있다. 그런데 최고속도가 km당 5분이었을 때는 km당 6분30초 정도로 달려야 지금의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지구력은 최대 능력보다 조금 낮은 강도의 달리기를 유지하는 것이란 의미를 받아들인다면, 최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열쇠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지구력 훈련은 고강도 훈련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훈련의 양보다 질이 중요
가장 기본적인 지구력 훈련은 빨리 달리면서도 근육 내 피로물질인 젖산의 축적을 가능한 한 적게 하고, 탄수화물 축적은 증가시키며, 지방의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젖산역치 훈련을 하는 것이다. 30분 이상 지속되는 지구성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탄수화물의 대사 산물인 젖산이 생산되어 근육·심장·간·신장 등에서 제거되는데, 혈액 속의 젖산 생산 속도와 제거 속도가 균형을 이루어 혈액 속에 피로물질인 젖산의 농도가 증가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개인적인 젖산역치 수준이다. 운동 강도가 증가되면 젖산의 생산과 제거가 빨라지다가 어느 순간에는 제거 속도가 생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혈액 속에 젖산이 축적되면서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이 억제되어 달리는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어진다.
젖산역치가 높으면 그만큼 다리 근육의 피로감 없이 빠르게 멀리까지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우수한 장거리 주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분당 심박수 1백50∼1백70회를 유지하는 속도가 개인의 젖산역치 속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험자의 경우 하프마라톤 경기 페이스가 자신의 젖산역치에 가장 근접하며, 통상 10km나 1시간 달리기 혹은 하프마라톤 대회의 속도가 적당하다.
젖산의 생산과 제거가 균형을 이루는 젖산역치 속도보다 km당 10초 정도 더 빠르게 계속 달리는 템포런이나 인터벌 훈련을 통해 젖산역치를 최대로 향상시킬 수 있다. 15∼20분 정도의 준비운동과 20∼40분 정도의 템포런을 하거나, 4∼5분 인터벌 달리기와 2∼3분의 회복기 조깅으로 구성된 인터벌 훈련을 2∼5회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훈련방법이다. 최근에는 지구력 훈련의 개념이 단순히 거리 위주의 양 중심 훈련에서 벗어나 시간을 기본으로 폭발적인 속도 훈련과 파워풀한 근력 훈련을 포함하는 질 중심 훈련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달리기 세상에서 진심으로 펀런을 즐기는 주자들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주자들이 할 수만 있다면, 혹은 가능하다면 양적이든 질적이든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우기를 내심으로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노력하지 않았거나 과도한 훈련 등 잘못된 훈련방법으로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참거나 회피하고 있을 따름이다. 달리기 부상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훈련이다. 올바른 훈련을 선택하여 올바른 방법으로 실시함으로써 부상이나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더 효과적인 달리기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Tip
근력과 지구력 동시 훈련법
휴식기를 줄여 나가는 인터벌 훈련법이다. 평소 달리는 거리를 3∼4구간으로 나누어 인터벌 훈련을 하는데, 12km를 달리고 있다면 한 구간을 3km로 하여 4등분한다.
첫 3km를 가능한 한 빠르게 달린 후 달린 시간의 절반을 조깅하거나,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조깅한 후에 다시 빠른 달리기를 반복하여 총 12km를 채운다. 매주 2회 실시하는데, 휴식주 시간을 매주 30초씩 줄인다. 4주가 지나면 휴식주를 2분 줄일 수 있다.
필자는 km당 4분30초에 달릴 수 있지만, 5km 주파 속도는 평균 25분이다. 만약 5km 달리기만을 위해 훈련했다면 결론적으로 더 느린 속도만 강화됐을 뿐이다. 그래서 훈련은 양(거리)이 아니라 질(속도)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빠른 달리기 구간에 더 빠른 속도를 유지할수록 훈련 강도는 더 강해지고, 휴식기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속도가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력이 더불어 강화되는 것이다.
학교 운동장이나 트랙을 이용한 질주 훈련도 아주 좋은 지구력 훈련이다. 60m 정도의 직선 주로를 선택하여 한쪽 끝에서 전력 질주하여 10초 내에 60m를 주파한다. 20초 정도 조깅으로 되돌아와서 약 2분 내에 4회 반복하는 것을 1세트로 한다. 각 세트 사이에 1분을 쉬고 총 9분 내에 3세트를 실시하거나, 세트 사이에 2분씩 쉬면서 20분에 실시해도 된다.
이런 전력 질주 훈련도 60m에 적응이 되면 그보다 더 긴 거리(예를 들어 100m 혹은 200m 등)에서 질주와 휴식의 비율을 조절하여 실시할 수 있다. 힘들게 빨리 갈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면 멀리 갈 수 있는 능력도 동시에 향상된다. 시속 100km의 70%로 가는 것이 시속 70km의 80%로 가는 것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글·이동윤 부산대 의대와 연세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청와대 의무실장과 국군 서울지구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이동윤 외과의원 원장으로, ‘달리는 의사들’과 아시아마라톤의사연맹 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풀코스 1백여 회를 완주했고, 최고기록은 3시간17분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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