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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주인공 '니모'

또다른공간-------/알아두면좋다

by 자청비 2007. 5. 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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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영화 주인공 '니모'에 왜 열광하나
[조선일보 2007-05-22]    
부화후 먼바다로 떠났다가 산호초서 나는 소리로 고향 찾아
과학자들, 해양오염으로 서식처 파괴되자 보호위해 큰 관심
 
 

산호초에 사는 작은 물고기 ‘니모’

과학저널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영화 주인공이 있다.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의 주인공 니모다. 제작 당시에도 과학자가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 상영 이후에도 계속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왜 과학자들은 니모에 열광하는 것일까.


 


영화는 산호초에 사는 ‘흰동가리(clownfish)’라는 이름의 작은 물고기인 말린이 인간에게 잡혀간 아들 니모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다. 온갖 고생 끝에 말린은 결국 니모를 구출하고, 하수구를 통해 호주 시드니 앞바다로 빠져나온다. 그리고 고향인 호주 동북부 연안의 산호초 지대를 찾아간다.

◆집 떠나는 것은 본능

사실 인간에게 붙잡히지 않았더라도 니모는 고향을 떠났을 것이다. 흰동가리는 산호초에서 부화하자마자 먼바다로 떠나가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헤엄을 칠 수 있을 때까지 길게는 몇 달 동안 먼바다에서 지내고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과연 고향을 찾아오는 니모는 얼마나 될까.

호주 제임스쿡대학의 제프리 존스(Geoffrey Jones) 교수팀은 흰동가리 치어(稚魚)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비율을 조사해 지난 4일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이동을 조사할 때는 전기신호를 발생하는 태그(RFID Tag)를 부착한다. 그러나 흰동가리는 다 자라야 몸길이가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치어에는 도저히 태그를 붙일 수 없다. 대신 연구팀은 니모의 엄마를 이용하기로 했다. 일단 어미 흰동가리에게 몸에 해가 없는 바륨 동위원소를 주입한다. 나중에 알을 낳으면 동위원소는 치어에게 옮겨간다. 그리고 치어가 자라 돌아올 때쯤 산호초에 살고 있는 어린 흰동가리 중 몸에서 동위원소의 화학신호를 내는 것들을 골라낸다. 그 결과 흰동가리의 회귀율은 6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니모는 어떻게 고향을 찾아올 수 있었을까.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의 스티븐 심프슨(Stephen Simpson) 교수 연구팀은 2005년 4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리’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향 찾아주는 ‘소리’ 등대

산호초에는 새우나 물고기가 내는 다양한 소리가 존재한다. 이 소리들은 수㎞까지 퍼진다고 한다. 심프슨 교수팀은 영화의 배경이기도 했던 호주 동북부 연안의 산호초 지대에 24개의 인공 산호초를 만든 뒤, 산호초에서 나는 소음과 같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설치했다. 그 결과 물고기들은 조용한 산호초보다 시끄러운 산호초에 정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니모가 아빠 말린과 대화할 수 있는 비결도 규명됐다.

CD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입 모양만 맞추는 립싱크 가수를 ‘붕어’라고 하지만, 사실 많은 물고기들은 소리를 낼 수 있다. 물고기들은 짝을 찾거나 적을 쫓아낼 때, 몸을 뜨게 하는 부레 주변 근육을 움직이거나 뼈를 마찰시키는 방식으로 소리를 발생시킨다. 청어는 특이하게도 식도에서 항문으로 공기를 내뿜어 ‘짤깍’대는 소리를 낸다.



흰동가리 역시 입을 열었다 다물면서 짤깍대는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1930년대부터 알려져 왔다. 미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의 마이클 파인(Michael Fine) 교수팀은 고속영상 촬영과 X선 검사, 해부를 통해 그 비밀을 밝혀내 18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흰동가리는 설골(舌骨·혀를 받치고 있는 뼈)과 턱뼈를 경첩처럼 연결하고 있는 인대를 통해 소리를 낸다.

먼저 흰동가리는 머리를 높이고 입을 벌려 설골을 낮춘다. 그러면 아가미 뚜껑뼈, 앞지느러미뼈들이 연결돼 있는 어깨뼈가 뒤로 밀려나면서 소리를 내게 하는 인대가 한껏 늘어난다. 늘어날 대로 늘어난 인대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면 위턱과 아래 턱, 그리고 이빨들이 부딪치면서 짤깍거리는 소리가 나게 된다.

◆어류학자가 영화 제작 때 조언

니모는 스크린 데뷔 전부터 과학과 인연을 맺었다. ‘니모를 찾아서’가 제7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차지하기 한 달 전인 2004년 3월, 과학저널 ‘네이처’지는 영화의 자문 과학자였던 애덤 서머스(Adam Summers) 박사 인터뷰를 실었다.

2000년 초 서머스 박사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어류 생체역학 분야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때 들어간 하숙집 여주인이 영화의 그래픽을 담당한 픽사(Pixar)사의 아트디렉터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서머스 박사는 픽사 제작진들에게 흰동가리 등 주요 출연 어류들의 모양과 습성, 이동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고 한다. 덕분에 해양생물학자들로부터 “매우 과학적인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덕분에 흰동가리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좋아하는 물고기가 됐다. 그러나 니모의 현 상황은 좋지 않다. 서식처인 산호초가 해양오염으로 급속히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과학저널에 등장하는 것도 산호초와 그곳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니모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얼마나 고향으로 돌아오는지를 알아야 대처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니모 논문 시리즈는 진행형

과학자들은 아직도 니모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말미잘은 촉수(觸手)에서 물고기를 마비시키는 독을 분비하는데, 니모처럼 말미잘에 공생(共生)하는 물고기들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가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니모의 몸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이 말미잘의 독을 막아내거나 중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영화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니모 가족의 비밀이 있다. 흰동가리는 커다란 암컷 한 마리와 짝인 수컷 한 마리, 그리고 짝짓기를 하지 않는 나머지 수컷들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신기하게도 암컷이 죽거나 다른 데로 옮겨가면 짝인 수컷이 암컷으로 변신한다. 따라서 니모의 아빠 말린은 나중에 니모 가족의 엄마가 될 수도 있다. 과학저널의 니모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의 실제 모델인 흰동가리의 발성방법. 인대가 뒤로 쭉 늘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아래 위 턱이 만나 짤각대는 소리를 낸다. 고행을 떠난 흰동가리 치어는 아중에 자라난 뒤 이 소리를 찾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벨기에 리에주대 제공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의 실제 모델인 흰동가리는 발성인대가 뒤로 쭉 늘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아래 위 턱이 만나 짤각대는 소리를 낸다. 고행을 떠난 흰동가리 치어는 아중에 자라난 뒤 이 소리를 찾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벨기에 리에주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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