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다. 훈련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 때보다 더 쉽거나 편하게 달릴 수 있는 대회는 있을 수 없으며, 대회가 힘들었다면 상대적으로 훈련을 편하게 했다는 말이다.
마라톤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주자들은 두 부류가 있다. 한 쪽은 완주가 목표인 초보자들이고, 다른 한 쪽은 빠른 달리기 경주를 목표로 하는 중·상급자들이다. 초보자들은 마라톤대회에 처음 참가하거나, 주당 50∼60km 이하를 달리거나, 규칙적인 달리기를 하지 못하고 있거나, 마라톤대회에서 계속 달리지 못하고 중간에 쉬거나 걸어야 하지만 포기하지만 않으면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는 주자들이다.
중·상급자들은 최소한 1년 이상 규칙적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고, 주당 70∼80km 이상을 달리며, 한 번 이상 마라톤을 완주했으며, 자신의 연령별·성별·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더 빨리 달리거나, 자신이 목표한 시간대에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 추가적인 훈련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것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하는 주자들이다.
초보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주간 달리기와 장거리 달리기 훈련만 조금 추가하면 가능하다. 이를 위해 1980년대에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중요한 훈련 개념이 주당 달리는 거리(Mileage), 장거리 훈련(Long Run), 속도 훈련(Speed Work)과 훈련량 줄이기(Tapering)의 4가지이다.
마라톤 훈련의 4요소
이 중에서 마라톤을 완주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 한 가지만 꼽는다면 과연 무엇일까? 당연히 장거리 훈련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멀리, 얼마나 빨리 달려야 하는가에 대해서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장거리 훈련의 거리는 최소한 30∼35km는 되어야 하며, 이 거리에 도달할 때까지는 현재 달리는 거리에서 주당 10%의 범위 내에서 조금씩 천천히 거리를 늘려야 한다. 목표로 하는 마라톤 속도보다 km당 20∼40초 정도 느린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1980년의 엘리슨의 제안이 지금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1년에 갤러웨이는 “장거리 훈련은 지구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10km 페이스보다 km당 1분20초 이상 느리게 달려야 하며, 느리게 달릴수록 더 빨리 회복한다”라고 했다. 우리 몸은 빠르게 달리면 빠른 속도에, 느리게 달리면 느린 속도에 적응하며, 같은 거리에서는 똑같은 지구력이 생기기 때문에 즐겁게 달리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1994년 존 트레이시는 “장거리 달리기 속도는 자신의 마라톤 목표 시간보다 km당 1분∼1분20초 느리게 달리는 것이 ‘천천히 오래 달리기’의 기본 취지에 맞다”라고 주장했다. 더 빨리 달릴 수도 있고 충분히 견딜 만하더라도, 빨리 달리면 탄수화물 소모가 많아져 더 빨리 피로해지며 그만큼 훈련의 기본 목표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천히 달릴수록 지방의 연소가 많아지며, 피로하지 않고 결론적으로 더 빨리 회복되어 대회에서도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99년 켈빈 벡은 “최고기록을 내려면 매달 3주 연속 30km 이상을 자신의 마라톤 목표 속도로 빠르게 달리고, 마지막 한 주는 조금 느리게 35∼40km를 달려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힘들고 빠른 장거리 달리기가 신체의 추가 에너지 사용 체계와 근육이 피로했을 때 다른 근육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피터 파이징거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맥이 통하고 있다.
장거리 훈련, 2주에 한번이 적당
2000년 이후에는 장거리 훈련을 편하고 느린 속도로 시작하여 마지막 20∼30분을 목표 속도의 빠른 달리기로 마치는 것이 대세이다.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된 피터 파이징거의 <기록 향상을 위한 마라톤 트레이닝(Advanced Marathoning)>(2001년 발간)을 보면 ‘장거리 달리기의 가장 좋은 강도는 처음 10km는 느리고 편한 속도의 준비운동으로 시작하여 조금씩 속도를 올려 중간 10km는 마라톤 속도보다 20% 느리게 달리고, 마지막 10km는 마라톤 속도보다 10% 느리게 달리는 것이 근육이 너무 피로해지는 것을 피하면서 실제 대회 속도와 비슷한 훈련이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할 히그돈의 제안에 따르면 ①계획 거리의 3/4은 마라톤대회 속도보다 1km당 30초∼1분 정도 느린 속도로 달리고, 마지막 1/4은 마라톤 페이스로 달리거나 ②첫 1시간은 천천히 달리고, 다음 30분은 빠르게 달리거나 ③10km는 천천히 달리다가 5km는 빨리 달리고, 다시 10km는 천천히 달리는 식으로 반복한다.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대회 속도보다 느리게 뛰는 대신, 심신이 대회 속도에 익숙해지기 위하여 800m, 1600m, 2.5km, 3.2km 중 한 거리를 일단 대회 속도로 달리고 2∼3분간을 걷거나 느린 조깅으로 휴식을 반복한다. 여기서도 중요한 점은 그런 훈련에 적응하면 반복 횟수를 최대 5회까지 늘릴 수 있으나, 목표 속도를 벗어나면 부상의 위험이 상당히 증가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휴식 없이 자주 장거리 훈련을 하면 피로 때문에 주중 훈련이 방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주중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장거리 훈련 거리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은 한 번에 30km를 넘지 말고, 훈련당 2∼3시간을 최대로 하며, 주당 훈련량의 25%를 초과하지 않게 하여 2주에 한 번 정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피로감 없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주중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장거리 훈련이 필수적이며, 장거리 훈련의 후반에 대회 속도와 유사한 속도의 빠른 달리기 구간을 추가하는 것이다.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똑같은 42.195km를 달리면서 어떤 주자는 빠르거나 즐겁게 달리는 반면 다른 주자들은 느리거나 힘들게 완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훈련을 통하여 자신의 장거리 달리기 목표에 적절한 몸을 만들었는가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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