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5 - 아! 대한민국(1990/삶의 문화/한국음반)
1. 아 대한민국...
2. 떠나는 자들의 서울
3. 우리들의 죽음
4. 일어나라, 열사여
5. 황토강으로
6. 한여름 밤
7. 인사동
8. 버섯 구름의 노래
9. 형제에게
10. 그대, 행복한가
11. 우리들세상
No.1 - 아! 대한민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사랑과 순결이 넘쳐 흐르는 이 땅 /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 특급 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 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 잔인하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은 말고 / 닭장차에 방패와 쇠몽둥이를 싣고 신출귀몰하는 / 우리의 백골단과 함께 / 우린 모두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우린 모두 평화롭게 살고 있지 않나 /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양심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이 땅 / 식민 독재와 맞서 싸우다 /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 하루 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 저 민주인사와 함께 /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 고단한 민중의 역사 / 허리 잘려 찢겨진 상처로 아직도 우는데 / 군림하는 자들의 배 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 마른 무릎을 꺾고 /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No.3 - 우리들의 죽음
(낭송)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 지하셋방에서 불이나 / 방 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 불이 났을 때 /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였을 때 / 다섯 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 세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붙은 채 / 숨져 있었다 /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왔으며 /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 방문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면서 / 눈물을 흘렸다. /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 구조로 돼 있다.
(노래)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 어머니도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 지하실 단칸방에 어린 우리 둘이서 /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줄도 몰라 /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 세상 /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 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 나와 /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정만 바라보다 /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 우린 그런 것 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 못하니까 / 후미진 계단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인지도 몰라 /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 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 여기저기 옮겨 붙고 훨~ 훨~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훨~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방문은 꼭 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 우린 서로 부퉁켜 안고 눈물만 흘렸어 / 엄마, 아빠… 엄마, 아빠…
(낭송) 우리 그렇게 죽었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 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 안고 떨기전에 /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 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어푸러지기 전에 /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에 함께만 있었다면 / 아니야,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나온 시골의 고향 마을에서도 /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 갈 수만 있었다면 /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마 /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둥이, 몸둥이를 두고 떠나지만 /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 나라로 가는 거야 /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 올 수가 없어 / 언젠가 우린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나겠지 / 엄마, 아빠! /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 엄마, 아빠…. 엄마, 아빠… / 이제, 안녕… 안녕… .
NO.4 - 일어나라, 열사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너희 칼 쥐고 총 가진 자들 / 싸늘한 주검 위에 찍힌 독재의 흔적이 / 검붉은 피로, 썩은 살로 외치는구나 / 더 이상 욕되이 마라 / 너희 멸사봉공 외치는 자들 / 압제의 칼바람이 거짓 역사되어 흘러도 / 갈대처럼 일어서며 외치는구나
여기 한 아이 죽어 눈을 감으나 / 남은 이들 모두 부릅뜬 눈으로 살아 / 참 민주, 참 역사 향해 저 길 / 그 주검을 메고 함께 가는구나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너희도 모두 죽으리라 / 저기 저 민중 속으로 달려 나오며 외치는 / 앳된 목소리들 그이 불러 깨우는구나 / 일어나라 열사여, 깨어나라 투사여 / 일어나라 열사여, 깨어나라 투사여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바람이 분다, 저길 보아라 / 흐느끼는 사람들의 어깨 위 / 광풍이 분다, 저길 보아라 / 죽은 자의 혼백으로 살아온다 / 반역의 발굽아래 쓰러졌던 풀들을 / 우리네 땅 가득하게 일으켜 세우는구나 / 바람이 분다, 욕된 역사 위 / 해방의 깃발되어 저기 오는구나
자, 부릅떠야 하네 우리들 / 잔악한 압제의 눈빛을 향해 / 자, 일어서야 하네 우리들 / 패배의 언 땅을 딛고 / 죽어간 이들 새 역사로 살아날 / 승리 부활의 상여를 메고 / 자, 나아가야 하네 우리들 통일 해방 세상 찾아서
No.10 - 그대, 행복한가
그대, 행복한가 / 스포츠 신문의 뉴스를 보며 / 시국을 논하시는 그대, / 그대 그래, 거기에도 어린이 유괴 살해 기사는 있지, 있어 / 그대, 행복한가 /보수 일간지 사설을 보며 / 정치적으로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점심 굶는 어린애들 얘기는 있지, 있어 /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 우리중 누가 그 애들을 굶기고 죽이는지 /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행복한가 / 시장 개방, 자유 경제, 수입 식품에 / 입맛 돋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칼로리와 땀 냄새는 있지, 있어 / 그대, 행복한가 / 주한 미군 기동 훈련과 핵무기에 / 고무받으시는 그대, 그대 / 그래, 거기에도 평화와 인도주의의 / 구호는 있지, 있구 말구 /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 중 누가 그것들의 희생양이며 표적인지 /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행복한가 / 거듭나는 공화국마다 그 새 깃발을 쫓아 / 행진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민족과 역사의 거창한 개념은 있지, 있어 / 그대, 행복한가 / 막강한 공권력과 군사력에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 거기에도 보호하고 지키려는 그 무엇은 있지, 그 무엇이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중 누가 그것들의 대상이며 주인인지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알고 있나 / 끊임없이 묶여 끌려가는 사람들을 매도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 그들을 가두는 법전과 감옥이 있지 / 법전과 감옥이 그대 알고 있나 노동하는 부모밑에 노동자로 또 태어나는 저 아이들, 아이들 / 그래, 저들은 결국 다른 무엇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없다는 것을 / 그러나,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그들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 정말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 정말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 그들의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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