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적 '미녀들의수다'와 경박한 미디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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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적 '미녀들의수다'와 경박한 미디어<사진 왼쪽은 자밀라, 오른쪽은 도미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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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위태롭다. 애초의 방향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표류하고 있다.
외국인 여성들의 수다를 통해 한국사회를 냉철하게 진단한다는 기획의도는 더이상 온데간데 없다는 평가가 대세다. 대신, 수시로 교체되는 멤버들의 미모경쟁과 인터넷을 의식한 자극적인 발언들만 남았다.
동시에 ‘외국인 여성 연예계 진출 창구’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은 에바, 사오리, 루베이다 등은 당당하게 연예인처럼 활동하고 있다. 순수 외국인 대학생이라는 당초 설정은 잊은 지 오래다.
최근 ‘미녀들의 수다’는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2일 첫 출연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자밀라의 미모가 단연 돋보인 것이다. 방송에서 한국에 온 지 “한 달 밖에 안됐다”고 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홈쇼핑 모델로 일한 사실이 밝혀졌다. 담당 이기원 PD는 “한국어가 서툴러서 잘못 표현됐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단순 말실수는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자밀라의 섹시함을 부각시키는 ‘미녀들의 수다’가 한국사회가 외국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에게도 책임이 있다.
최근 ‘미녀들의 수다’의 멤버 A가 과거 자신의 집으로 침입한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 했던 끔찍한 경험을 인터넷에 고백했다. 그녀는 “힘겹게 찾은 병원에서 창녀 취급을 당했다”며 분노했다. 실제로는 전문직 종사자지만 편견의 희생양이 됐다. A는 사건의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한국사회가 변해야 할 점을 논리적으로 설파했다.
A는 섭섭해 하고 있다. “어렵게 고백한 이야기를 미디어가 전혀 다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시점 대부분의 연예미디어는 인터넷 검색어 1위로 떠오른 자밀라 관련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다 못한 멤버 도미니크가 작심하고 글을 올렸다. “A가 백인여자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말을 꺼냈는데 자밀라는 에로틱 댄서처럼 군다. A는 거의 성폭행 당하고 병원에서 창녀라고 거절당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자밀라에게만 관심이 쏠린다. 세상은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미녀들의 수다’에 대해서는 “한 가지 확실한건 프로그램이 원래 목적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 남자들은 이런 현상이 좋겠지만 여자들은 아닐 걸”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제작진이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미녀들의 수다’가 자밀라를 앞세운 시청률 반짝 상승에 만족하고 있을 형편이 못된다는 뜻이다. 과거 방송에서 일본인 멤버 사가와 준코가 대학에서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고백, 한국사회를 반성시킨 기억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