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쿨 러닝>(Cool Runnings, 1993)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1998)에 참가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동계스포츠가 전혀 없는 열대의 나라 자메이카 선수들이 많은 어려움을 딛고 꿈을 펼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코믹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공감을 샀다. 활주도중 기계 이상으로 전복된 봅슬레이를 4명의 선수가 어깨에 메고 들어오는 마지막 장면이 영화의 백미로 손꼽힌다.
한국 썰매인들의 선전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광배(35, 강원도청) 감독이 이끄는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파크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08 아메리카컵 2차대회 4인승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39초23의 기록으로 캐나다, 미국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현역 선수가 10여명에 불과하고 실업팀이라고는 강원도청이 유일한 국내 현실에서 나온 기적 같은 선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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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주최 측에 500달러(약 47만원)의 썰매대여비를 내고 참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화관광부에서는 곧바로 1억원을 호가하는 썰매를 사주겠다고 나섰다. '한국판 쿨러닝'의 기적을 일군 주역들은 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기술위원으로도 활약했던 한국 썰매종목(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의 개척자 강광배(35, 강원도청) 감독 겸 선수와 이진희, 조인호, 김정수 선수들이다.
대한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회장 이경훈) 성연택 사무국장이 말하는 봅슬레이의 선전은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해서' 얻은 결과이다. 성 사무국장은 솔트레이크시티의 기적 이후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풀어놓았다. 성 국장의 도움말로 한국봅슬레이의 현실을 짚어 본다.
▲열악한 한국 봅슬레이의 현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봅슬레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건설비용이 1000억원에 이르는 봅슬레이경기장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유일하게 1곳이 있다.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경기인들조차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경기장 건설에 회의적이다.
국내에 경기장이 없기 때문에 봅슬레이대표팀은 해외전지훈련을 통해서만 기량을 연마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체력훈련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성연택 사무국장은 "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연습을 하는 셈 " 이라고 말했다.
스타트 등 기본적인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연습장도 국내에는 없다. 문광부에서 1억원 이상이 드는 썰매를 마련해줘도 해외전지훈련 때가 아니라면 국내에서는 썰매 탈 일이 없는 셈이다.
대표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훈련지는 일본이다. 일본 봅슬레이의 저변은 실업과 대학에 걸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성 사무국장은 " 일본 봅슬레이협회 창고에 가면 썰매가 수십개나 된다 " 며 " 그것을 빌려쓰는데, 일본 측은 가장 질이 떨어지는 것을 대여한다 " 고 설움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전지훈련비도 태부족. 현재 대한체육회에서 지원되는 2억원과 이경훈 회장이 찬조금조로 내놓는 1억원으로는 전지훈련비를 대기도 빠듯하다.
아시안게임, 전국체전에 빠졌다는 이유로 경기력향상지원금도 고작 1억원에 불과하다.
올림픽전략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메리카컵에 출전한 4명의 선수 가운데 2명만이 대표팀지원금을 받는다.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이 한살림을 꾸리고 있어 효율적인 예산편성도 안된다. 오는 2월 대한체육회 총회를 통해 현 연맹은 봅슬레이, 루지로 크게 2개 단체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훈련비를 조금이나마 더 타내기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쿨러닝의 원조' 자메이카도 꺾었다, 올림픽 메달도 꿈이 아니다
'쿨러닝'은 눈이 오지 않는 지역인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선수들이 지난 19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번 아메리카컵에는 공교롭게도 쿨러닝의 원조인 자메이카팀도 참가했다. 한국대표팀은 자메이카팀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판 쿨러닝'이라고 하지만 한국대표팀의 기적은 자메이카 선수들의 선전을 훨씬 뛰어넘었다. 일부에서는 비유럽권에서 열린 이번 대회가 격이 낮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캐나다와 미국 등 봅슬레이 강국은 각각 올림픽 입상이 가능한 5개팀을 내보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성연택 사무국장은 " 현재 기량으로 보면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의 올림픽 전망이 밝다 " 며 "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에서 입증했다고 본다 " 고 말했다. 성 사무국장은 " 일본에서 눈칫밥 먹으며 기량을 닦은 선수들이 이제는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 며 "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썰매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 고 자랑했다. 성 사무국장은 그러나 강광배 감독이 솔트레이크 현지에서 지적했듯이 전문선수 육성이 올림픽 메달획득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운동을 하고 싶어도 장비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장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봅슬레이는 과학이다
대표팀의 선전이 알려지자 일반인들은 전국 곳곳에 눈썰매장이 많다는 점을 들어 봅슬레이의 저변이 넓은 셈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성 사무국장은 봅슬레이는 일반적인 썰매와는 차원이 다른 과학, 그 자체라고 말한다.
지난 1890년 스위스에 살고 있던 미국인들이 종래의 목재 썰매의 스피드에 만족하지 않고 강철의 날을 장착한 썰매를 만든 것이 봅슬레이의 시초이다. 1923년 봅슬레이터보거닝연맹(FIBT)이 창설됐으며,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경기는 2인승은 2회, 4인승은 4회 활주해 합계시간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경기주로는 전장 1.5km에 이르며 13~14개의 곡선코스가 있다. 평균 경사도 8%~15%, 곡선로의 반지름은 20m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곡선로 밑에 장치된 냉각파이프를 통해 얼음을 얼린다. 노면에 고른 빙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발선까지 도움닫기를 해 스피드를 내는데, 드라이버(조종자)와 브레이크맨(제동자)이 호홉을 맞추어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스피드는 봅슬레이에서 가장 중요하다. 1급선수들은 시속 1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동계는 물론 하계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빠른 종목이다. 봅슬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드라이버를 맡을 수 있는 이는 강광배 감독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일본에도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는 2명 정도가 있을 뿐이다.
▲강광배 감독 알고 보면 장애인
한국썰매의 개척자인 강광배 감독의 이력도 새삼 화제다. 강 감독은 처음에는 스키로 동계스포츠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강 감독은 루지와 스켈레톤 선수를 거쳐 봅슬레이에 안착했다. 본인은 감추고 싶어하지만 강 감독은 이 와중에 두번이나 다리가 부러져 선수생명이 걸린 대수술을 오스트리아에서 받기도 했다. 그러나 완치는 안돼 현재 한쪽 발이 휜 상태라고 한다.
실제로 강 감독은 현재 장애인등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감독은 " 항상 비인기종목이어서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성적을 내는데 말이 필요하겠는가. 하루이틀 노력한 것은 아니다. 10년 이상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봅슬레이에서 꼭 메달을 따내도록 노력하겠다 " 며 현지에서 다가오는 2010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2년 뒤 강 감독의 나이는 37세가 된다. 30대 초반이 봅슬레이 선수들의 최전성기임을 감안하면 후계자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랫동안 비인기종목의 그늘에 묻혀있던 봅슬레이는 '자고 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처럼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국민적 관심 덕에 빌린 썰매에 찍힌 '솔트레이크 2002' 대신 비로소 자랑스런 'KOREA' 마크를 달게 됐지만 한국봅슬레이의 앞날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강 감독은 "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대한체육회는 물론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고 말했다. 봅슬레이인들은 자신들이 개척해야 할 한국봅슬레이의 앞날을 꾸준히 지켜봐 줄 관심의 시선을 지금 갈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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