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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픔… 장막으로 가리지 말라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8. 2. 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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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픔… 장막으로 가리지 말라

 

 

당국, 숭례문에 15m 이중가림막…

 

시민들 "치부일수록 드러내 교훈 얻어야"

<한국일보>

 

‘국보 1호’ 숭례문 소실의 책임이 있는 관련 당국과 공무원들이 숯덩이가 된 숭례문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으려 하기는커녕 임기응변식 수습에만 매달리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관련 당국은 사고 경위 조사 및 신속 복구를 내세우며 숭례문 주변에 가림막을 쳤지만 현장을 찾은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후손들의 잘못으로 잿더미가 된 숭례문의 처참한 모습을 날 것 그대로 공개한 채 조사와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숭례문의 흉한 몰골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숭례문 주변에는 최대 높이 15m의 새 가림막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기존에 설치된 6m 가림막을 철거하고 서울시가 도시 미관과 신속한 조사ㆍ복구를 명분으로 13일까지 더 높은 가림막을 치기로 한 것이다. 높이가 12.5m인 숭례문 주위에 15m의 가림막이 추가로 설치되면, 시민들은 인근 고층 건물에 오르지 않고서는 숭례문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날 참화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가림막 설치를 ‘불가피한 조치’라기보다는 당국이 치부를 가리려는 행동이라고 꼬집으며 철거를 요구했다. 경기 산본시에서 온 이모(49ㆍ여)씨는 “가뜩이나 불에 타 애처로운데, 가리면 안된다.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을 가리려고 장막을 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은호(73)씨도 “장벽을 치면 안된다. 보기 흉해도 역사의 현장이다. 관리 소홀로 불탄 것도 역사”라고 주장했다.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미국 정부의 대응을 예로 든 시민도 있었다. 김모(54)씨는 “가림막 대신 미국은 ‘그라운드 제로’로 명명된 테러 현장에 참배객용 관람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9ㆍ11 테러 이후 1년간 현장에는 하루 평균 2만5,000명, 연간 900만명의 미국인이 방문해 테러가 남긴 교훈을 되새겼다.

성급한 숭례문 복원 방침에도 여론은 따갑기만 하다. 문화재청이 “200억원을 들이면, 2~3년 후에는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철저한 사고 경위 파악이 먼저’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사고 원인 규명과 철저한 진단을 한 뒤 복원해야 한다”며 “또 숭례문을 형상대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말고 폐자재는 역사의 교훈으로 삼도록 따로 전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엽 경희사이버대 교수도 “무너진 지 채 하루도 안돼서 ‘2~3년 후면 복구할 수 있고 복구 비용이 얼마나 들어간다’는 발표는 너무 성급하다”며 “이번에도 대형 재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졸속 복구가 이뤄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실패의 교훈을 얻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일본 도쿄 소방청의 경우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발생 직후 한국을 방문해 얻은 정보로 방재 시스템을 강화할 정도로 대형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파헤쳐 교훈을 얻어낸다. 반면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전무하다. 이 교수는 “600년 국보 1호를 희생시켰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역사에 또 한번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숭례문에 시민들, "기막히고 눈물이 난다"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붕괴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로 번졌다. 11일 붕괴된 숭례문을 직접 보러 나온 서창석씨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누가 물어보면 울음이 터질 것 같다"며 울먹였다. / 한국아이닷컴 김동찬기자 dc007@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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