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만한 크기에 커다란 바퀴가 달린 나무상자.
40년 전 태어난 최초의 컴퓨터 마우스는 이처럼 투박한 모습이었다. 생김새가 생쥐를 닮아 '마우스(mouse)'라는 이름도 얻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컴퓨터 입력기기인 마우스가 9일로 '불혹(不惑)'을 맞았다.
마우스는 1968년 12월9일, 스탠포드 연구소(SRI)의 더글러스 엥겔바트 박사가 개발했다. 당시 마우스는 주먹만한 크기에 나무 커버 밑으로 커다란 바퀴를 달고 길게 전선을 늘어뜨린 뭔가 어설픈 모습이었다. 더글러스 엥겔바트 박사는 이 마우스를 조작해 화면상의 커서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시연해보였다. 처음에는 이 장치를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위한 X-Y 위치 조절장치'라고 불렀으나 생쥐를 닮았다고 해서 '마우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마우스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80년대다.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는 제록스(Xerox)에서 시범 사용중인 마우스를 보고 '히트'를 예감했다. 잡스는 자신이 개발 중인 리사(LISA) 시스템에 이어 매킨토시에 마우스를 적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도 마우스를 적용한 윈도 시스템을 출시했다.
1982년 로지텍이 마우스를 처음 생산해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애플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년 뒤 로지텍은 최초의 무선 마우스를 개발했으나 성능이 떨어져 인기를 얻지 못했다.
1986년에는 MS가 기존의 네모난 상자 모양에서 벗어나 손으로 쥐기 편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마우스를 생산했다. 1988년까지 100만대의 마우스를 출시한 MS는 1991년 한해에만 600만대의 마우스를 판매하는 등 '마우스 명가'로 떠올랐다.
1996년에는 화면을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이는 스크롤 휠을 탑재한 마우스가 출시됐으며, 1998년에는 USB 방식의 마우스가 개발됐다. 1999년에는 볼마우스를 대체하는 광마우스(옵티컬 마우스)가 나왔고, 2004년에는 광마우스보다 섬세한 레이저마우스도 출시됐다. 로지텍은 2007년 공중에서 손목만 움직이면 커서가 움직이는 마우스도 선보였다.
마우스가 탄생한 지 40년이 된 올해 12월4일 로지텍은 마우스 누적 생산량이 10억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치스크린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우스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불혹을 맞은 마우스의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