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형량 높여라’ 수석부장판사 ‘재판 개입’
지난해 6~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서
[한겨레]
단독판사들에게 즉심 피고인 '벌금→구류형' 요구
기각할때도 영장 재청구 가능토록 '소명 부족' 제시
서울중앙지법의 형사 수석부장판사가 촛불 관련 사건을 심리하던 단독판사들에게 형량 변경 등의 압력을 가했다는 판사들의 증언이 나왔다. 24일 법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허만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6~7월 즉결심판에 회부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촛불집회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형량을 높이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바꿀 것을 판사들에게 요구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에 있던 한 판사는 이날 "허 수석부장판사가 단독판사들에게 촛불집회에 참가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로 즉심에 회부된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이 아닌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는 구류형을 선고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6~7월 단순 참가자들 일부를 즉결심판에 넘겼으며, 당시 서울중앙지법엔 하루 10명 안팎의 촛불집회 관련 즉결심판이 열렸다.
허 수석부장판사는 또 촛불집회와 관련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증가하던 6~7월 단독판사들에게 영장을 기각할 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보다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를 제시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다른 판사는 전했다. '소명 부족'으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보강수사를 통한 재청구와 영장 발부가 가능하지만,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음'으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이 재청구해도 발부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진다. 서울중앙지법에는 3개 영장전담 재판부가 있지만, 일요일에는 형사단독 판사들이 영장 당직업무를 맡고 있다.
사법부 고위 관계자의 이런 압력은 헌법에서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 10여명은 7월 중순께 촛불집회 관련 주요 사건들이 특정 재판부에 집중배당되는 것에 대해 회의를 열면서 허 수석부장판사의 이런 재판 개입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단독판사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한 뒤 이들과 만나 "이런 내용을 앞으로 외부에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 판사는 말했다.
< 한겨레 > 는 사실 확인과 해명을 듣기 위해 허만 부장판사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신영철 대법관에게도 대법원 공보관을 통해 해명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재판독립’ 침해 7개월간 ‘쉬쉬’…신영철 당시 법원장 ‘입단속’
서울중앙지법 '재판개입' 파문
[한겨레]
촛불집회 연행자들의 즉심이나 구속영장 심리와 관련해서도 법원 상층부의 간섭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확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 고위층이 시국사건에 대해 애초 알려진 것보다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즉심 사건에서 벌금 대신 구류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고 판사들에게 발언한 점은 배당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재판 간섭 행위다. 개별 판사들의 고유 권한인 형량 선택에까지 입김을 넣은 것은 헌법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해 보장하고 있는 재판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법원에서는 집회 단순 참가자로 분류돼 즉심에 회부된 이들에게 벌금 10만원 또는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선고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연행자들이 대부분 이틀 동안 구금돼 있었기 때문에, 이를 벌금으로 환산하면 벌금 10만원 정도를 선고받은 이는 실제로 내는 돈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구류 선고를 주문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엄벌을 요구한 것이다. 사법부마저 정부에 '코드 맞추기'를 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간섭 시도까지 고려하면, 소장 판사들의 집단적 반발은 도를 넘는 시국사건 관련 재판 간섭에 대한 저항이었던 셈이다. 한 판사는 형사단독 판사들의 회동에 대해 "단순히 배당만이 문제가 아니었으며, 그 전부터 축적된 문제의식이 배당 문제를 계기로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했는데도 대법원은 이런 사실을 7개월 동안 쉬쉬해 왔다. 대법원은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24일 해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중순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판사들이 긴급 모임을 열고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현 대법관)과 만난 사실은 그날 곧바로 법원행정처에 전해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단독 판사들이 공개를 꺼린다'는 이유로 그 이상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았다.
대법원은 "쟁점이 비슷하고 중요 사건이라 결론이나 양형에 큰 차이가 날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며 "배당예규에 따른 효율적 재판을 위한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법원은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노건평씨나 정화삼씨 형제 등이 같은 재판부에 배당된 사례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조한창 부장판사에게 집중 배당된 8건은 피고인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공통점 외에는 주요 혐의나 쟁점 등이 제각각인 사건들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선고 결과만 봐도 형량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법원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외국인사건 전담 재판부에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인위적으로 사건이 배당됐고, 정치적 의도에 따른 판단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배당이 집중된 판사가 '보수적 성향인지 몰랐다'는 해명은 사건을 배당할 능력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이메일지침 뭉개기 (0) | 2009.02.25 |
---|---|
비판 입막음 …인터넷 소통 '질식' (0) | 2009.02.25 |
MB악법 연속만평-방송법 개악 (0) | 2009.02.25 |
MB악법 연속만평-언론법 (0) | 2009.02.25 |
MB악법 연속만평:비정규직보호법+최저임금법 (0) | 2009.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