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쯤 전, 교직에 있으면서 대학원에 다녔습니다.
가끔 대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한잔하다 보면 제가 담임을 맡은 학생을 만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머리가 쭈뼛 서면서 제 행동거지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혹시 학생들 앞에서 추태를 부리지 않았나 해서요.
아시는 것처럼 많은 분이 우리말편지를 받으십니다.
저를 만난 사람 가운데 제가 우리말편지를 보내는 것을 모르면서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렇게 우리말편지를 아시는 분들이 늘어나니 제 행동이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커 나가는 거겠지만요.
저는 요즘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승진 교육을 받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같이 교육을 받으시는 분이 오셔서 우리말편지 잘 받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실은 그때 제가 엉덩이를 쑥 빼고 의자에 머리를 기댄 채 졸고 있었거든요.
참 민망했습니다. ^^*
그러면서 또 생각합니다. 역시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행동거지를 바로 해야해... 라고... ^^*
끌끌하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마음이 맑고 바르고 깨끗하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입니다.
그의 끌끌하고 점잖은 풍모는 재상이라도 따를 수 없었다, 슬하에 모인 자녀가 모두 끌끌하다, 오는 길에 아주 끌끌한 사람을 보고 와서 기분은 참 좋았다처럼 씁니다.
아름다운 뜻을 품은 멋진 우리말입니다.
깔깔하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나 성미가 보드랍지 못하고 조금 거칠다."는 뜻의 그림씨입니다.
'지질하다'는 그림씨도 있습니다.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첫 소리를 된소리로 발음해 '찌질하다'고도 하고 '찌질이'라고도 하는데,
사전에 오른 말도 아니고 뜻도 별로 좋지 않으니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지질한 저지만,
언제 어디서나, 남이 보건 보지 않건 깔깔하지 않고 끌끌한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