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방영전부터 쇠고기 비판 들끓었는데…” | |
MB정부, MBC 옥죄기 | |
한겨레 | |
이명박 정권의 <문화방송>(MBC) 압박은 ‘피디수첩’을 ‘왜곡·편파·정부전복 프로그램’으로 낙인찍는 작업을 통해 진행돼 왔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지난해 4월29일)은 정말 한국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가려는 악의적 프로그램이었을까. 아니면 ‘촛불의 정당성 훼손과 문화방송 공격’ 논리로 활용하려 정권과 보수언론이 ‘미디어 바이러스’(동아일보 2009년 1월14일치 사설)의 진원지로 ‘과장하며 만들어낸’ 것인가.
보수신문은 촛불시위 규모가 확대된 5월2일부터 ‘피디수첩’을 ‘왜곡방송’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1면 머리기사+사설)와 <중앙일보>(사설)는 이날, <동아일보>(사설)는 다음날(3일) 신문을 통해 피디수첩을 ‘광우병 괴담’과 ‘촛불·정부비판 여론의 뿌리’로 지목했다. 마침내 1년 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6월19일부터 피디수첩은 ‘국가 전복 프로그램’으로 매도된다.
정부, 정책 수정…‘부실협상 비판’ 수용했으면서…
■ “피디수첩이 촛불 원인이란 주장은 음모론” 촛불시위 전개 과정을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28일 “지난해 4월29일 피디수첩이 방영되기 전부터 인터넷에선 이미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광범위한 여론이 형성돼 있었고, 피디수첩은 여론 확산의 촉매제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피디수첩 때문에 촛불시위가 벌어졌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음모론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5월2일 열린 첫번째 대규모 촛불시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발언(4월21일)과 이튿날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의 “복어 독 제거하듯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안전하다”는 발언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5월말 경찰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여대생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사건이 또 한번 시위 규모 확대의 분수령이 됐다.
반면 보수언론은 독자들에게 ‘촛불시위 배후=피디수첩’이란 등식을 각인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동아는 올해 4월29일치 사설(‘광우병 선동 1년 뒤’)에서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악용하면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국기(國基)마저 흔들린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공격했다. 조선도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튿날 6월19일치 사설(‘피디수첩 작가, “엠비에 대한 적개심으로 광적으로 했다”’)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나 건강권은 말뿐이고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권을 흔들고 무너뜨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피디수첩 탓하면 정부 잘못 덮어지나”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과 미국 검역 시스템의 취약성을 피디수첩이 처음 문제삼은 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 광우병에 걸린 소가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견된 뒤부터 시민사회에서 줄곧 지적해 온 내용들이다. 참여정부 내내 논란을 빚던 사안을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재개한 지 8일(지난해 4월18일) 만에 ‘내장까지 포함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이란 결론을 전격 도출했다. ‘대통령 방미(4월15일)용 조기 타결’이란 논란이 일었고, 미국에서 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된 등뼈 돌기의 수입 길을 열어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촛불시위가 본격화하면서 정부도 정책을 수정했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 확대 추진(5월6일), 한-미 쇠고기 검역주권 명문화 합의 발표(5월20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자율규제방식 추진(6월3일), 미국과 추가협상 방침 발표(6월12일) 조처로 ‘부실 협상 비판’을 수용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두 차례(5월22일, 6월19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개편(6월20일)하며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 앞에선 사과하며 뒤로는 PD수첩 흠집내기
■ 대통령 사과와 동시에 이뤄진 ‘피디수첩 흠집내기’ 주목할 점은 정권이 한껏 몸을 낮추고 있던 상황에서도 ‘피디수첩 흠집내기’는 동시에 시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민적 비판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되, ‘비판의 진앙지’로 규정한 피디수첩만은 그냥 두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인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피디수첩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보도를 신청한 날은 정부·여당이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확대 추진하기로 한 지난해 5월6일이었다. 이 대통령이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두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기 이틀 전인 6월17일엔 농림수산식품부가 피디수첩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고,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 전면 개편이 발표된 20일엔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정부가 ‘촛불시위로 폭발한 국민적 분노가 피디수첩이 퍼뜨린 괴담에 속은 결과’란 논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정권을 향한 민심 자체를 부인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보수언론도 검찰과 합작해 지속적인 ‘협공’에 나서며 피디수첩을 ‘전사회적 정부비판 여론의 원흉’으로 몰아갔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미국 농무부 발표를 피디수첩이 방송에서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지적한 조중동 사설(지난해 5월21일치)은 사실과 다르다. 농무부 발표는 5월5일에 있었고, 피디수첩 방송은 일주일 이른 4월29일이었다.
조중동이 피디수첩을 공격하기 위해 가장 자주 동원하는 근거 중 하나는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연결시키는 것은 왜곡’이란 논리다. 하지만 조중동 모두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다우너 소 동영상을 공개한 직후인 지난해 2월19일치 기사에서 다우너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제소당할 것이라고 했으나 한국보다 까다로운 수입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 등은 여전히 제소당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보수언론은 피디수첩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협상 타결 1년 후인 지금 진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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