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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물만두' 추모 열기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10. 12. 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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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물만두’ 추모…희귀병 앓으며 10년동안 리뷰 1838편
네티즌, 리뷰집 출간 등 자발적 추모열기

 

경향신문 

 

한 블로거의 죽음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장르문학을 좀 읽는다 하는 이들에겐 정평이 나 있는 필명 '물만두'. 2000년 3월20일 시작해 그가 남긴 리뷰는 총 1838편에 달한다. 네티즌들은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10년 동안 꾸준히 리뷰를 남긴 그를 추리소설의 '대가'로 불렀다. '물만두' 홍윤씨가 마흔 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홍씨의 블로그 (http://blog.aladin.co.kr/mulmandu) 에 부고가 올라온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자신을 '물만두의 동생 만순이'이라고 소개한 현수씨(38)는 "2010년12월13일 저희 언니 물만두가 하늘로 갔습니다. (중략) 그래도 언니가 세상에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이 글을 남깁니다"라며 그의 죽음을 알렸다.


   블로거 '물만두'가 숨지기 약 한달 전 마지막으로 남긴 리뷰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는 그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에도 추모 댓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홍씨를 "추리소설의 재미를 알게 한 인물" "늘 자극을 주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이들 대부분은 그와 일면식도 없다. 홍씨가 리뷰를 남기면 다른 이들이 댓글을 달고 거기에 홍씨가 하나하나 화답했던 인연의 전부다. 17일 현재 누적 방문자 수는 41만5000여명. 하루에만 2200여명의 네티즌이 그를 찾는다.

 

그의 리뷰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뭘까. 한 네티즌은 홍씨를 "평생 장르문학을 읽고 장르문학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독서량이 워낙 방대한 데다 장르문학의 계보까지 꿰뚫고 있어 그의 리뷰를 읽으면 각각의 작품이 갖는 위치 등을 알 수 있었다는 것. 출판사에서도 신간을 낼 때마다 리뷰를 써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그가 매긴 별점에 따라 판매율이 달라졌다. 홍씨가 '읽을 만하다'고 한 책은 믿을 수 있었다.

 

특히 그가 봉입체근염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도 분위기는 더 애잔해지고 있다. 봉입체근염이란 근육 염증성 질환으로 점차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희귀병이다. 홍씨는 지난 20년 동안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손가락 6개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동생 현수씨는 "리뷰를 남기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근육이 손가락 힘이었다"며 "언니에게 블로그는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만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물만두'가 이웃 블로거들에게 책을 선물할 때 찍은 도장블로그 이웃들이 부음을 듣고 한달음에 빈소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인터넷에서 맺은 인연이라면 단편적이고 말초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지난 세월 이어온 인연은 꾸준하고 은근하다. 수 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한 네티즌은 "그를 통해 삶이 변했다"고 말한다. 현재 이들은 자발적으로 그의 리뷰집을 준비 중이다. 그가 10년 동안 둥지를 틀었던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이들과 협의해 49재 때부터 리뷰대회와 장르소설 공모전 등의 추모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 "아무쪼록 저 세상에서는 불편함 없이 계시기를 기원한다. 왠지 저 하늘 위에서도 추리소설을 옆에 쌓아두고, 천상 모니터로 접속해서 보고 계실 것 같다"며 그의 블로그도 계속 열어둘 예정이다.

 

동생 현수씨는 16일 블로그를 통해 "항상 집에만 있던 언니라서 좁은 곳에 놓고 오기 싫어서 용미리의 탁 트이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주었다"며 "아버지가 언니가 오래 아팠던 만큼 배웅해주는 친구도 하나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빈소에서 언니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는 것을 보고 너무 고마워하시며 많이 우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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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 : 고인이 된 블로거를 한번도 듣거나 본 적이 없다. 전에 알았던 블로그가 하나 있었다. 그 블로그의 주인은 혼자 살며, 산과 마라톤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블로거였지만 그의 마라톤 이야기가 재미있고 산을 타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2년여 동안 가끔 슬쩍 슬쩍 들어가보곤 했던 블로그였다. 그런데 한 두어달 만에 가보니 블로그에 그의 가족이 그동안 감사했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언제 그 블로그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무덤 사진이 보였다. 순간 소름이 쫘악 돋았다. 블로그를 쭈욱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암벽등반을 하다가 실족사한 것이었다. 황당했다. 아하~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오늘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 뉴스를 봤다. 좋은 블로그였던 것 같은데 인연이 닿지 않아 그의 블로그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면서 물만두라는 닉네임을 가진 블로거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는 고질적인 질병으로 인해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아마 쉽게 고칠 수 없는 질병이기에 시한부적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때문에 그의 블로그에는 진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 진심에 블로그를 통해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를 추모하는 것을 생각된다. 블로그 세상이든 현실세계든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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