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침 밥상의 비밀 "What이 아니라 How"
매일경제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34.8%)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대한영양사회에 따르면 아침을 거르는 서울시민은 38.5%다. 청소년층은 50%가 아침을 먹지 않는다. 이는 일본의 18%, 중국의 27%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아침밥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휴식이 부족한 현대인은 대부분 "난 밥보다 잠을 택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침밥은 예부터 '보약'이라고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도 충분하다.
우리 뇌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활동하기 때문에 아침이 됐을 때 대부분의 에너지는 소진된 상태다. 이때 밥과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뇌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만약 아침을 거르게 되면 전날 밤부터 점심 때까지 16시간 이상 우리 뇌는 아무런 에너지도 공급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뇌의 활동이 둔해져 집중력, 기억력, 이해력 등이 눈에 띄게 떨어지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아침 식사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된다. 아침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들과 비교해 두뇌 활동이 원활해져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아침 식사 횟수와 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비례한다는 보고도 있다. 아침 식사를 건너뛰게 되면 자연히 점심과 저녁에 먹는 양이 많아지고, 지속적으로 아침 식사를 거를 경우 우리 몸은 아침에 찾아올 기아 상태에 대비해 피하지방 형태로 영양분을 미리 저장해 두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오히려 비만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면 위와 대장의 반사가 일어나지 않아 변비가 생기기 쉽다"며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출근이나 등교를 할 경우 근육운동에 의해 일시적으로 체온이 상승하지만, 자리에 앉게 되면 다시 체온이 떨어지는 동시에 뇌 활동도 저하되면서 졸음이 밀려와 건강한 하루를 시작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침밥은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되 지방이 적은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 쌀밥이나 현미밥, 사과ㆍ바나나 등의 과일, 김치ㆍ호박ㆍ시금치 등의 채소, 두부ㆍ된장ㆍ두유ㆍ달걀ㆍ저지방우유ㆍ요구르트 등 단백질 공급원이 포함되면 이상적이다. 밤새 활동을 멈추고 있었던 소화기관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소화가 잘되는 채소 위주로 담백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1분 1초도 아까운 아침 시간에 매일 완벽한 형태의 아침 식사를 하기란 쉽지 않다.
유병연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 식사는 따뜻한 밥과 국, 고기 반찬에 과일까지 있어야 한다는 '정형화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우리 몸이 에너지 균형, 호르몬 분비에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양소를 공급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아침 식사에 부담을 갖지 않고 생활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밥 외에도 간단한 형태의 식사인 샌드위치, 토스트, 죽, 샐러드, 수프 등을 활용하면 좋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밥을 꼭 먹고 싶을 땐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깨소금과 다진 채소, 참기름, 참깨, 김가루를 곁들이면 맛과 영양을 갖춘 아침 식사가 된다.
개인의 질병 및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더라도 나트륨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과일과 채소를 생으로 먹으면 콜레스테롤의 장 흡수를 더디게 해주는 섬유질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약과 주사가 하루 용량에 맞게 처방되기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침 식사 역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례로 빵을 먹을 땐 섬유질이 풍부한 통밀빵 같이 잡곡이 들어 있는 것이 좋고, 이때에도 달걀프라이나 샐러드를 곁들이는 것이 각종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약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될 땐 약도 복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 밤 늦게까지 공부 혹은 야근에 매달려 아침 밥맛이 없는 학생과 직장인의 경우 굶지 말고 떡이나 빵, 혹은 죽을 소량이라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선식을 우유나 두유에 섞어서 먹으면 단백질까지도 보충할 수 있어 좋다. 아침 식사는 잠자리에서 일어난 지 30분~2시간 사이에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염혜선 분당서울대병원 영양실장은 "음식을 씹을 때 느끼는 맛은 대뇌를 자극해 소화에 필요한 효소를 분비하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억지로 식사를 하면 소화효소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 식욕을 돋우기 위해선 충분한 수면 취하기, 과음 삼가기, 야식ㆍ과식 피하기, 가벼운 아침 운동 하기, 식전에 물 한 잔 마시기 등이 꼽힌다. 유병연 교수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가을엔 체중이 1~3㎏ 증가한다"면서 "아침 식사를 잘 챙기는 것만으로도 급작스러운 체중 증가로 인한 비만을 예방하고 각종 성인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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