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방관

한라의메아리-----/주저리주저리

by 자청비 2014. 5. 29. 11:20

본문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엊그제 장성요양원 화재 때 발생했다. 물론 그곳에서 부모님을 잃은 모든 가족들이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 소방관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를 할 수가 없을 듯 하다. 비번이었는데 비상소집령을 받고 화재진압 및 구조를 위해 달려간 소방관이 그곳에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부모님들을 먼저 구하느라 미처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고 뒤늦게 사망자 명단에서 아버지 이름을 확인했다고 한다. 어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고인이 된 아버지는 아들의 입장을 이해할 것이라고 그래서 "괜찮다, 잘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소방관 아들의 심정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 금갔던 둑이 한켠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듯이 세월호 이후 지하철 사고, 종합터미널 화재, 지하철 방화, 요양원 화재 등으로 우리 사회 곳곳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그러고 보면 지난 겨울 경주 리조트 지붕 붕괴사고는 세월호의 전조현상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소를 키우던 사람이 소를 잃어버리면 뒤늦게라도 외양간 고칠 생각은 않고 소를 키우지 않으면 되는게 창조경제인듯 하다.

 

‘저 안에 아버지가…’ 소방관 아들의 눈물
출동한 곳이 아버지 입원한 병원
다른 환자 구하느라 먼저 못찾아
뒤늦게 ‘사망자 명단’서 발견

 

한겨레 5.28

 

전남 장성 효사랑병원의 화재로 숨진 이들 가운데 당시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의 아버지도 포함돼 있는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남도소방본부는 28일 0시27분께 장성 효사랑병원에서 화재 신고가 들어오자 즉시 인근 소방서들의 소방관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담양소방서 소속 곡성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소방관 홍왕석(41)씨도 비번이어서 집에서 잠을 자다가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홍씨가 동료들과 함께 정신없이 달려간 곳은 놀랍게도 치매가 있는 자신의 아버지 홍기광(71)씨가 입원한 곳이었다.

홍씨는 불이 난 병원 별관 2층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료들에게 “내 아버지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모든 노인들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씨는 눈물을 머금고 동료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했다. 사방이 컴컴한 병실 속은 아수라장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환자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정신을 잃은 노인들이 쓰러져 있었다. 홍씨는 다른 이들의 아버지들을 구조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정신없이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구급차에 실려보내고 난 뒤인 새벽 1시30분이 넘어서야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홍씨의 아버지는 현장에 없었다. ‘설마’ 하는 불길한 생각이 덮쳐왔다. 아버지는 이미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홍씨는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싸늘한 주검이 돼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씨의 동료들은 이날 저녁이 돼서야 홍씨의 비보를 알게 됐다. 홍씨는 “불길 속에 아버지가 계신 줄 알면서도 먼저 구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며 비통한 눈물을 훔쳤다.<사진은 장성요양원 화재에서 소방관이 사람을 구해낸뒤 응급처치하는 모습>

'한라의메아리-----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년의 하루/이채  (0) 2014.08.01
국가 대란과 파평 윤씨 ‘종학당’   (0) 2014.06.03
추모합니다  (0) 2014.04.23
진실, 그리고 듣고 싶은 한 마디   (0) 2014.03.18
한글날에  (0) 2013.10.0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