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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힘들고지칠때------/영화또보기♣

by 자청비 2017. 10. 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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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의 마지막날 지난 9일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그 전날에는 우연치 않게 추석특집으로 상영해준 덕혜옹주를 보게 됐다. 덕혜옹주는 영화가 나오기 전에 책으로 읽은 적이 있어서 영화가 나왔을 때는 허구적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관람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TV를 통해 보면서 허구적 내용이 포함돼 있었어도 조선을 이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의 아픔을 잘 그려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는데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에서 호평일색이었다. 궁금했다. 그래서 가만히 있다가 추석연휴 마지막날 갑자기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를 보면서 조선시대의 큰 적폐중의 하나였던 사색당쟁을 많이 떠올렸다. 또 대명 사대주의(친미주의 혹은 친일주의)에 잡혀 온건파(요즘으로 비유하자면 남북대치상황에서 대화를 주장하는 세력)를 역적(종북, 빨갱이)으로 몰아부치는 주장은 400여년이 지난 21세기에도 꼭같이 재연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미디어오늘의 영화 리뷰평을 가져왔다.


남한산성두 충신은 무얼 위해 논쟁했나?

[리뷰] 영화 남한산성’, 배경설명 생략하고 인물갈등에 초점병자호란 다룬 기존 사극과는 인물 다르게 묘사


미디어오늘 2017-10-07

 

 

김훈의 동명원작소설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다는 평을 받는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기존 사극과 다르다1636년 병자호란 당시 왕인 인조는 부정적으로 그려져왔다. 당시는 조선과 혈맹관계였던 명이 망해가고 오랑캐라고 부르던 청(후금)이 동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인조의 친명배금 정책이 병자호란을 불렀다는 역사적 해석 탓에 인조는 인조반정을 통해 야비하게 권력을 획득했지만 실무엔 무능했던 혼군으로 묘사돼왔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인조(박해일 분)를 인품있는 인물로 묘사한다

또한 보통 척화파(명과 의리를 지키고 청을 배척하자)민심과 거리를 둔 간신으로 묘사하고, 주화파(청과 화해를 깨뜨리지 말자)민심을 살핀 충신으로 묘사하지만 이 작품에선 다르다. 영화에선 오히려 척화파인 예조판서(오늘날 외교부장관 역할) 김상헌(김윤석 분)이 백성들의 불만을 듣는 장면이 많고, 주화파인 이조판서(오늘날 인사혁신처장 역할) 최명길(이병헌 분)은 백성과 스킨십 장면이 없다. 단 두 신하는 목숨과 신념을 다해 자신의 뜻을 왕에게 말한다. 두 충신이 펼치는 설전이 영화의 기본 구도를 이룬다.


영화 '남한산성' 한 장면. 이병헌(최명길 역)

 

이를 통해 왕과 신하가 나름대로 멀쩡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영화는 말해준다.

두 충신을 비롯한 왕과 신하는 치열하게 국정을 논했지만 이들의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 있다. 이들이 남한산성에 고립된 47일은 한겨울이었다. 성을 지키는 백성들은 동상에 걸려 신음했다. 날이 추워지자 왕은 가마니를 방한용으로 군사들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청에 의해 성이 고립돼 식량이 떨어져 말이 굶게 되자 가마니를 다시 회수해 말에게 먹인다. 말은 많이 먹는 동물이라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러자 말을 잡아 식량으로 쓴다. 말고기를 먹는 군사들이 지도층을 조롱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위명(爲明),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킬 것인가. 존국(存國), 조선의 존립을 위해 청과 강화를 맺을 것인가. 있는 자들에겐 목숨까지 바칠 만한 일이었지만 민심을 대변하는 역할인 대장장이 서날쇠(고수 분)는 한 마디로 일축한다. “청을 섬기든 명을 섬기든 나와 상관없다.” 명을 향해서는 정초부터 추운 마당에 기꺼이 무릎을 꿇으면서도 청과는 대화하는 것조차 역적으로 모는 기득권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는 실제 역사를 많이 생략하면서 조선의 리더들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보여준다. 사실 임진왜란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명이 지원해줬고, 이순신과 같은 명장이 나타났으며 의병들이 활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자호란은 명이 이미 청보다 약해진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지던 시기에 일어났다. 의병이 결성될 시간도 없었다. 청이 이미 서울 북서쪽까지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인조는 강화도로 도망갈 기회도 잡지 못했다. 청군에 완전히 포위돼 처분만 바라는 신세였다. 영화는 이런 배경설명은 생략하고 인물간의 갈등에 초점을 둔다.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

 

두 충신의 태도는 꽤나 진지해 보인다. 조선의 신하들은 모두 학자들이다. 영화는 철학을 공부한 이들의 논쟁을 모두 대사로 처리한다. 김윤석(김상헌)의 연기에 대해 악평을 하는 이들은 주로 그의 발음이 부정확하고 대사가 너무 길다는 데 초점을 둔다.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다.

삼전도의 굴욕에서도 인조가 청나라의 옷을 입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인조가 청나라 복장을 받아 입었다는 것 자체가 큰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영화에선 굴욕이라기 보단 견뎌볼만한 해프닝정도로 보인다. ‘백성들은 목숨 걸고 성을 지키는데 왕은 무릎한번 못 꿇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역시 이 장면에서도 이 나라의 지배층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벼슬아치들을 믿지 않소관객들은 서날쇠(고수 분)의 대사에 공감한다.


내용 외적으로 영화의 장점은 몇 가지 더 있다. 병자호란 당시 상황을 현재 동아시아 대결 상황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필요한 장면마다 나오는 웅장하고 슬픈 음악은 마지막황제’ ‘전장의 크리스마스등으로 유명한 음악감독 류이치 사카모토가 참여한 결과물이다. 흰 눈으로 덮인 남한산성의 모습과 전쟁장면도 볼만하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198#csidx47a192289b8645d8459418bb6036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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