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증과정에 있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사회개혁을 적극적으로 외쳐왔던 진보적 인사조차 암묵적으로 형성된 기득권층의 특권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누려왔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청년층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간 조 후보자의 사회개혁 요구에 동의해왔던 국민들도 큰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 후보자 역시 문제점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검증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들의 분노를 공감하고 이해하며 기득권층에게 특권처럼 주어진 제도들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종편을 비롯해 다수의 언론보도들은 본질에서 벗어난 후보자 친인척의 신상털기에 가까운 보도들을 내놨습니다. 특히 절차에 대한 적법성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정황만으로 의혹을 제기했고, 정황을 통해 나온 의혹을 확인해줄 사실은 취재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조 후보자의 검증과정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문제의 변화 필요성은 주요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민언련은 8월 12일부터 23일까지 종편 4사의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어떤 황당한 인사검증 내용을 내놨는지 문제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조국 텀블러가 매일 바뀐 것은 ‘정체성의 흔들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허은아 씨
종편은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당시에는 후보자의 과거 활동이나 친인척 관련 사생활을 주목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월15일)는 가십성 내용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남희 씨는 “조 후보자가 가지고 나온 텀블러까지 화제”라더니 “매일매일 텀블러 색깔이 바뀌어요”라며 텀블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때 출연자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시사대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텀블러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습니다.
허 씨는 “‘왜 조국 후보는 텀블러를 들었을까’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것”이라며 “텀블러는 사실 이렇게 원래 긴 컵”, “손으로 잡는 것이 있으면 그건 머그”라는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텀블러의 사용 목적이 “자연을 보호하자”라는 의미라더니 “종이컵을 없애자는 건데 텀블러를 매일매일 갈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또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며 조 후보자의 텀블러 사용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남희 씨마저 허 씨의 주장에는 실소를 보였는데요, 이때 허 씨는 텀블러 관련 설명의 결론으로 조 후보자의 정체성 혼란을 주장했습니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 : 이건 기본적으로 이미지라든가 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인데요. 저희는 조국 후보님의 어떠한 정체성 때문에 이분이 어떤 분일까라는 것에 대한 흔들림이 있는데, 텀블러를 드셨던 그 상징의 의미가 어쩌면 ‘조국 후보의 어떤 정체성의 흔들림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그 메시지는 생각을 좀 못하셨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 아쉬움을 전합니다.
조국 넥타이가 파란색인 것은 ‘나는 민주당 사람이다. 나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라는 최지원 씨
이와 같은 하나마나한 대담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월20일)에도 등장했습니다. TV조선은 조 후보자의 넥타이와 셔츠 색깔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는 “파란색 셔츠 차림에 파란색 넥타이를 하고 또 나온 모습”이라며 조 후보자의 옷매무새를 설명습니다.
이때 출연자 최지원 기자 역시 “흰색 셔츠의 노타이를 하고 나왔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라더니 “심지어 들고 있던 파일까지 새파란색”이라며 색깔에 집중했습니다. TV조선이 색깔에 집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보통 민주당 의원들이나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 나오면 하는게”, “그 파란색, 상징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최지원 씨는 색깔의 의미를 덧붙였습니다.
최지원 기자 : 조국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수세에 몰리게 되니까 민주당을 향해서 ‘잊지말라 나는 민주당의 사람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다. 나를 지켜달라’ 이렇게 호소하는 것은 혹시 아니냐 이런 해석까지도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두 방송사가 선택한 ‘텀블러’, ‘넥타이와 셔츠 색깔’은 시청자가 알아야 할 내용도 아니었고, 이를 통한 분석이 의미 있는 내용도 않았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추측을 하는 소설에 가까운 발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프로그램은 이런 가십성 내용을 다루는 동안 후보자의 정책-자질 검증 관련 대담은 단 1분도 하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내용은 추측까지 덧붙여 전달하면서 해야 할 역할은 외면한 것입니다.
‘조 후보자 딸이 캐나다 연수 시절에 포르쉐를 몰고 다녔다’는 소문을 소개한 강찬호 씨
JTBC <뉴스ON>(8월20일)에 출연한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주장이라며 조국 후보자 딸이 외국 유학 당시 포르쉐를 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등장했던 주장입니다. 대표적으로 8월 19일 강용석 씨와 김세의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조국 후보자 딸 외제차 보유설’이 나왔죠. “들리는 소문”과 같은 근거가 하나도 없었던 주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확산됐고 결국 JTBC에도 등장했던 것입니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 참고로 말씀드리면 곽상도 의원실 측에서는 이게 네티즌이 제보를 해 와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지금 나오는 얘기는 조 후보자의 딸이 모 대학을 다닐 때, 즉 대학생일 때 캐나다에 연수를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캐나다 연수 시절에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 것을 봤다 이런 어떤 제보가 들어왔다는 얘기예요. 좀 더 사실 관계를 캐기 위해서 추가적인 조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현재 지금 장학금을 받고 있는 것은 현재 지금 다니고 있는 부산 의대인데 거기에서는 포르쉐를 탔다는 것은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 씨의 발언에 진행자 전용우 씨는 “외국 유학 생활할 때는 누가 태워주는 차도 있을 수 있고”, “지인의 차를 한번 테스트할 수도 있고, 다양한 어떤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강 씨는 “가졌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다며 “어쨌든 간에 좀 더 취재가 필요합니다”라며 진행자 발언에 끼어들어 끝까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같은 내용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월20일)에도 등장했습니다. 출연자 문승진 기자는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장학금과 관련된 의혹과 함께 “일부에서는 포르쉐를 타고 등교를 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라며 극우 유튜브 채널의 근거 없는 주장을 동일 선상에 두었습니다. 여기에 다른 출연자 이루라 기자는 “조 후보자의 딸이 뭐 포르쉐를 타고 학교를 등교, 등하교한다, 뭐 이런 이제 소문까지 나돌면서 분노가 더 겹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조 후보자 측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소문일 뿐이다 부인을 했습니다”라며 해당 주장 때문에 국민이 분노했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듯 설명했습니다.
정치인 입 빌리고, 반박만 실어주면 일방적 주장을 취재도 없이 전달해도 되나
두 프로그램이 전달한 극우 유튜브 채널의 주장은 근거가 없을뿐더러 후보자 검증의 영역을 벗어난 내용이었습니다. 애초에 조 후보자의 딸이 어떤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지는 논란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딸의 차량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무수행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런 주장은 전달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만약 이 내용을 반드시 전달해야만 한다면 해당 주장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은 당연히 거쳤어야 합니다.
하지만 JTBC에 출연한 강찬호 씨와 TV조선에 출연한 문승진, 이루라 씨는 언론인이라는 스스로의 직업이 무색하게도 아무런 추가 취재 없이 해당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강 씨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이름을 빌렸고, 문 씨와 이 씨는 일부에서 나온 주장, 소문이라는 근거없는 단어들로 이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일부에서 나온 주장이라면 그 내용이 사실인지, 합당한 내용인지를 검증하고 판단해 전달했어야 할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며 확성기로 전락한 것입니다.
특히 강찬호 씨가 해당 주장을 소개한 뒤 “좀 더 취재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부분은 스스로 얼마나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언론인인 강 씨가 해당 주장에 대해 확인된 사실이 아니고 스스로도 취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적어도 방송에서는 해당 내용을 전달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발언을 내놓은 출연자들이 모두 언론인이라는 점은 현재 우리 언론이 얼마나 안이하게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조국 딸은 할머니가 원해서 의전원에 갔다는 이현종 씨
종편은 극우 유튜브를 통해 나온 근거 없는 주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출연자의 입을 통해 추측성 내용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8월23일)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조 후보자의 가족사를 언급하며 조 후보자의 딸이 의전원에 진학한 이유가 할머니 때문이라 추측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제가 듣기로는 조국 후보자의 어머님이 원래 간호학과, 부산대 간호학과 1기입니다. 간호사 원래 하셨는데 하시다가 지금은 미술로, 그래서 아마 그 집안에서 검사, 의사를 굉장히 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국 후보자를 검사 만들려고 했는데 사실은 검사는 못 만들고 법학학자가 됐죠. 그리고 집안에 의사가 또 한 명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마 굉장히 의사를 만들려고 많이 집안에서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국 후보자가 저렇게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딸에 대해 드럼을 치니까 집안에서는 반드시 의사가 돼야 된다. 그래서 사실은 의대에 대한 미련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딸 같은 경우도 원래는 외고를 갔지만 그다음에 여러 방법을 통해서 의대를 계속적으로 지원하게 만드는 그 길을 뚫은 거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됐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씨의 주장은 “제가 듣기로는”, “집안에 의사가 또 한 명 필요하지 않습니까?”와 같이 부정확한 출처의 자의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이른바 이 씨의 ‘뇌피셜’인 것입니다. 게다가 조 후보자의 가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 후보자의 모친이 손녀의 진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와 같은 내용은 후보자 검증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씨는 자신의 추측만으로 “그런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됐지 않았나”라며 마치 입시비리가 있었다는 듯 설명했습니다. 사실은 없고 추측만 전달한 뒤 문제가 있는 듯 주장한 것입니다.
특목고 입시비리 근거가 “나는 해 본 사람이잖아요. 해봤어요, 이거?”라는 이동관 씨
이현종 씨가 자의적인 추측으로 의혹을 만들었다면 JTBC <뉴스ON>(8월21일)에 출연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자신이 입시를 해봐서 안다며 특목고의 입시비리를 알고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는 “제 애들 중에 2명이, 1명은 특목고 나왔고 1명은 외고나왔”다며 “이 같은 상황을 저는 사실 잘 모르지만 저희 집사람은 아주 소상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외고 출신으로서 이공계를 가는 애들이 어떤 짬짬이, 어떤 스펙을 쌓아서 들어가는가”에 대해서 “학부모들끼리는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외고에서 벌어지는 만연한 입시비리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발언했습니다.
이 씨는 출연자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반론을 펼치자 “나는 해 본 사람이잖아요. 해 봤어요, 이거?”라며 본인의 경험을 내세웠고, 자신의 부인이 특목고 입시비리를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 그러니까 제가 얘기하는 것은 뭐냐하면 이 정도가 이미 입시 전략으로서 특목고나 외고에서는 당연히 일반화 되어있는거고 학부형들끼리 짬짬이 해서 이런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심지어 저도 들었어요. 우리 집사람이 학부형들한테 듣고 와가지고 “이공계 가는 애들은 말이야 교수님한테 부탁을 해서 이런거 한다는데 인문계는 뭐냐고”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요. 그런데에 입시 비리의 요소가 있다는 거예요.
이 씨의 주장은 특목고에서는 입시비리가 흔하고 그 방법을 조국 후보자의 딸이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오로지 본인의 배우자가 다른 학부형에게 들은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또한 그 이야기가 어떤 점에서 입시비리인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언의 전언을 전달할 뿐 무엇이 불법인지, 왜 불법인지는 전혀 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웅동학원 사학비리를 정황만으로 부풀려 의혹 만들고 비판한 최병묵 씨
불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추측과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조 후보자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종편은 단순한 정황들을 나열하며 위법이 있었던 듯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월20일)에서는 조 후보자의 가족이 사학비리를 일으킨 듯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씨는 조 후보자와 가족들이 “학교로 사익을 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한 뒤 “그런데 조국 후보자의 처남이 웅동학원에서 12년간 행정실장을 맡았다”, “그 전에는 조국 후보자의 외삼촌이 같은 자리에서 일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곧바로 사학비리를 언급했습니다. 최 씨는 “사학비리라고 하는 것의 전형적인 형태가 다 이런 것”이라며 “행정실장이 모든 경제적인 문제를 처리를 하잖아요”, “돈을 빼가고 뭘 어떻게 회계 부정을 하고 뭐 이래도 외부에서 들여다보기가 참 쉽지 않아요”라며 단순히 행정실장에 인척관계에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학비리가 있었다는 듯 주장했습니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 : 그런데 여기도 지금 보면 지금 보도 나온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이제 그 원래 웅동학원은 시내에 있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 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팔고 지금 어디 산중턱으로 이사를 갔다는건데. 이런 과정에 보면 항상 돈이 남아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돈이 어디로 갔느냐, 이제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이죠. 그 기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런 족벌들끼리 다 이리저리 나눠 가지고서 이사장, 뭐 행정실장 이런 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웅동학원도 딱 그런 케이스다, 이런 겁니다.
최병묵 씨의 주장은 결국 조 후보자가 이사로 있는 웅동학원에서 이사장의 친인척을 행정실장에 앉혀 사학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근거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행정실장이었다’는 정황과 ‘웅동학원은 이사를 가며 돈을 남겼다’는 최 씨의 주장뿐입니다.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사장 일가에 손에 들어갔는지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간 드러났던 사학비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이사장과 그 일가친척이 주요자리에 위치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 이전에 사학비리가 드러나는 데에는 학교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증거들이 존재했습니다. 즉, 사학비리와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TV조선과 최병묵 씨가 ‘사학비리’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이를 입증해 줄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TV조선과 최 씨는 당일 방송을 비롯해 이후 방송에서도 웅동학원에서 이사장의 친인척을 행정실장에 임명해 자금을 유용하는 등의 사학비리가 벌어졌다는 증거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정황들만으로 엄청난 범죄가 일어났을 듯한 추측만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장학금을 받으면 문제라는 김근식, 서정욱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월21일)는 같은 방법으로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서울대 동문회의 장학금도 문제 삼았습니다. 출연자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조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잠시 1년 동안 적을 둔 상태에서 2학기 내내 전액을 받았다”며 “이 부분이 굉장히 부도덕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조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중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음에도 장학금을 받았고 “부대 의전원에 합격을 하니까 나중에 그걸 휴학을 해버립니다”라며 학업 중단을 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어 김 씨는 마치 부당한 방법으로 장학금을 받은 듯 설명하며 욕심이 과하다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등록금은 1학기, 2학기를 전액을 다 받고 부대 의전원은 다 들어간 다음에 그걸 휴학을 하면서 미등록 재적으로 끝나는 겁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도덕적이라면 그 받은 게 미안해서라도 저 같으면 돈을 돌려줄 거 같아요. 적어도 2학기 등록금 정도는. 그래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휴학을 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도 안 하고 다 받고. 그리고 본래 이 서울대 동창회에서 주는 이 장학금이라는 건 제가 알기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학생들을 돕자는 취지였는데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고. 사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적을 두면서 다른 대학 의전원에 입시 지원을 했던 사람이면 공부를 제대로 했겠습니까? 저는 이번 부분도 양손에 떡을 쥔 정도가 아니라 입에도 하나 물고 양손에 다 쥐고 너무 욕심이 많은 행동이 아닌가. 상식적으로 그렇게 비춰집니다.
여기에 출연자 서정욱 변호사는 “저도 학사, 석사, 박사 과정 서울대에서 해봤기 때문에 제대로 좀 알거든요”라더니 서울대 동문회 장학금이 자신이 모르는 과정이라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 저는 세 가지가 상당히 의문이 들어요. 첫째는 단과대, 그때 학장 인터뷰를 보면요. 학장 추천, 지도 교수가 추천한 적이 전혀 없어요. 장학금 관악회 받으려면 단과 대학에서 심사를 해서 추천하잖아요.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거. 이게 첫째 문제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 저는 이게 입학 첫 학기부터 이렇게 받는 걸 처음 봤어요. 보통 첫 학기는 자기가 내고 성적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정을 봐서 두 번째 학기부터 이런 경우는 있는데 입학하자마자 두 학기 연속. 이건 제가 본 적이 없고요. 그리고 장학금 등의 액수가 400이면 실제 환경대학원이나 이런 데는 의과대학보다 싸잖아요. 3, 400정도 학비니까.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이런 여러 가지 의문이 있는 사안입니다.
서 씨가 관악회 장학금이 큰 문제인 듯 설명한 뒤 진행자 윤정호 씨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라고 다들 알고 있는 것”, “조국 후보자 딸이 입학 때부터 두 학기를 연속으로 그것도 전액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 일반 학생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내용을 마무리했습니다.
‘특지장학금은 기부자가 선발과정에 관여’…기초적인 내용도 찾아보지 않는 TV조선
김근식, 김종래 씨를 비록해 진행자 윤정호 씨까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출연자들은 조국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에서 받은 장학금이 마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듯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에서 받은 장학금이 논란이 되었을 때 알려진 내용 중 하나는 ‘특지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조 후보자의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서울대 관악회 홈페이지에서 특지 장학금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선발대상 학생의 가정형편은 평가요소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기부자가 장학생 선발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혀있었습니다. 즉, 기부자에 의해 장학생 선발결과가 정해지는 구조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내용을 취재한 뉴스1 <관악회, 조국 딸 서울대 장학금 논란에 “신청 필요없다”>(9월3일 김도용 기자)은 3일 관악회 관계자를 통해 “당시 조씨가 장학금을 받을 때는 수령자의 신청을 받지 않았고 특지 추천으로 장학금을 수여한 것이다. 학생이 (추천을 받았는지) 모를 수도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지급시기에 대해 관악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3월에 입학하는데 그 전에 등록을 해야되지 않나”, “원래 우리는 2월, 8월에 장학금을 준다. 옛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루 뒤 한겨레 <팩트체크-조국 딸 ‘서울대 특지장학금’, 신청 없어도 받을 수 있다?>(9월4일 이유진 기자)는 관악회 관계자를 통해 “현재 관악회는 기본적으로 휴학을 해도 장학금을 반납받지 않는다”, “등록기간에 장학금을 직접 학생 통장에 넣어주는데 장학금을 받고도 등록을 안하는 경우에만 환불을 받는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서울대 내부 커뮤니티의 게시글 중 해당 장학금이 학교의 추천과 학생의 신청 없이도 지급되었다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종합해보면 TV조선 출연자들은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지 장학금의 성격을 전혀 파악하지 않았고 심지어 진행자조차 연관성이 없는 가정형편을 언급하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한 것입니다.
이번 청문회 후보자 검증 보도들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언론이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후보자 검증은 기본적으로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적합한 내용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후보자가 법을 어기거나 고위공직자로서의 청렴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해온 정황을 사실을 통해 입증하고 실체적 진실을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 후보자 관련 보도에서 언론은 정황과 정황을 이어 의혹을 만드는 것에만 몰두했습니다. 국민들이 왜 언론에 분노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8월 12~23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박철헌‧서혜경‧이정화‧이창윤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