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초고령사회에서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읽고쓰기---------/좋은글모음

by 자청비 2021. 5. 31. 06:31

본문

노인 고 (老人考)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여기 저기 노출돼 있는 글입니다. 어느 양노원에 놓여있던 글이 가슴을 적신다고 하면서 시작되는 글인데 평균수명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아진 초고령사회인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이 스스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케 합니다. 물론 누군들 힘들게 살아가고 싶어서 그럴까 마는 앞으로 나이 들어갈 사람은 어떻게 늙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노인 고 (老人考) ◎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 하고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이 가지 않는다고 한탄하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 보고픔만 더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니 그저 천진난만 하게도 하루 3끼 주는 밥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 십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 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했던들 무엇하리요. 작디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더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 쇠약 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괴로움만 더한 것을….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 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할뿐 모진 비바람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으로 돌아갈 뿐인 것을…. 어떻습니까? 어쩌면 황혼녘에 들어선 대다수 사람들의 닥쳐올 현실이 아닌가요?

 

어느덧 팔순 고개가 가까워 오면 일주일이 하루 같다고 할까요?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문안 전화도 뜸뜸이 걸려 오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뚝 끊기고 맙니다. 아마 이럴 때 영락없는 노인임을 깨닫게 됩니다. 노인이 되어 봐야 노인 세계를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삶도 가지가지입니다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이 있고, 노동(老童)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이 있고, 노광(老狂)이 있는가 하면, 노고(老孤)도 있고, 노궁(老窮)이 있는가 하면, 노추(老醜)도 있습니다.

 

노선(老仙)은 늙어 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 버렸습니다. 성냄도 탐욕도 벗어 버렸습니다. 선도 악도 털어 버렸습니다.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습니다. 건너야 할 피안도 없고, 올라야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습니다. 무심히 자연 따라 돌아갈 뿐입니다.

 

노학(老鶴)은 늙어서 학처럼 사는 것입니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합니다.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질 않습니다.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압니다. 그래서 친구들로 부터 아낌을 받습니다.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 작품들을 펴내기도 합니다.

 

노동(老童)은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처럼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나 학원, 아니면 서원이나 노인 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 다한 공부를 합니다. 시경 주역 등 한문이며 서예며 정치 경제 상식이며 컴퓨터를 열심히 배웁니다. 수시로 여성 학우들과 어울려 여행도 하고 노래며 춤도 추고 즐거운 여생을 보냅니다.

 

노옹(老翁)은 문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입니다. 집에서 손주들이나 봐주고 텅 빈 집이나 지킵니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합니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리속에 맴돈다고 합니다.

 

노광(老狂)은 미친 사람처럼 사는 노인입니다. 함량 미달에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 존경도 못 받는 처지에 감투 욕심은 많아서 온갖 장을 도맡아 합니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체면 불구하고 파리처럼 달라붙습니다.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 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립니다.

 

노고(老孤)는 늙어가면서 아내를 잃고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이십대의 아내는 애완동물들같이 마냥 귀엽기만 합니다. 삼십대의 아내는 기호식품 같다고 할까요. 사십대의 아내는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가 돼버렸습니다. 오십대가 되면 아내는 가보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육십대의 아내는 지방 문화재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칠십대가 되면 아내는 국보의 위치에 올라 존중을 받게 됩니다. 그런 귀하고도 귀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노궁(老窮)은 늙어서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사람입니다. 아침 한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한다. 갈 곳이라면 공원 광장뿐입니다. 점심은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합니다. 석양이 되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들어갑니다. 며느리 눈치 슬슬 보며 밥술 좀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 잡니다. 사는 게 괴롭습니다.

 

노추(老醜)는 늙어서 추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어쩌다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못 죽어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입니다.

 

인생은 자기가 스스로 써온 시나리오에 따라 자신이 연출하는 자작극 이라할까요. 나는 여태껏 어떤 내용의 각본을 창작해 왔을까요. 이젠 고쳐 쓸 수가 없습니다. 희극이 되든, 비극이 되든, 아니면 해피앤딩이 되든. 미소 지으며 각본대로 열심히 연출 할 수밖에…. 당신은 어떤 늙은이에 해당합니까?

 

'읽고쓰기--------- > 좋은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 속에서의 7가지 '기운'  (0) 2017.04.11
결코 늦지 않았다 (Never Too Late) / 롱펠로우   (0) 2015.11.26
위태위태  (0) 2015.07.27
가을날의 단상  (0) 2013.11.05
짧은 인생 길게 사는 법   (0) 2013.05.1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