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중반 PC통신이라는 게 있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였다. 지금의 인터넷 전용선이 아니라 전화선에 연결해 01410 혹은 01420으로 연결하면 신호음이 가고 '삐~' 소리와 함께 연결되던 컴퓨터 속 세상이었다. PC통신에서는 지금의 인터넷처럼 다양하진 않았지만 나이별 혹은 지역별 등 각종 동호회 모임이 활발했다. 당시 PC통신은 주로 20대들의 세상이었다. 당시 30대의 나이로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한창 컴퓨터 배우기에 맛들였던 나는 우연치 않게 하이텔에서 갑장들의 모임인 '앞니빠진 개오주'라는 모임에서 활동하며 PC통신이라는 것에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지역동호회도 주저하다가 천리안 한라동호회에 가입했다. 하이텔 지역동호회에도 있었지만 30~40대들의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천리안 지역동호회에서만 수용해줘 3040방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천리안 한라동호회 3040방에서 만난 사람들이 천리안 한라동호회는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감염병으로 한참을 못보다가 송년회 겸해서 어제 만났다. 만날 때면 부인들과 함께 하곤 했는데 감염병으로 인한 인원제한 때문에 남자들끼리만 만났다. 이마저도 오늘부터 4인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급하게 일정을 앞당겼다. 그러다보니 어제 그 진눈깨비 날씨 속에 만났다. 당시 3040이 이제는 6070이 되어간다는 것 빼고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본명보다는 당시 닉네임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하고 특별히 사회적 관계나 무엇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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