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고개의 할미꽃
박봉우
우선 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하루 담배 서너 갑은 피울 줄 알아야 한다
난 앞에서 서예도
한 줄 쓸 줄 알아야 이야기가 된다
비워 놓은 집에
도둑이 기웃거려도
원만할 줄 알아야 한다
바둑 한 수에도 잠 못이루는
그러한 위인이어야 한다
겨울 밤에 봉창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만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친구가 찾으면
우선 술잔을 차릴 줄 아는
그런 그런 사람이어야 하고
내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그러한 사람이어야 한다
비를, 비를 맞으며
선창가에서 들려오는
막소주집 유행가에는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흰 고무신보다
검은 고무신을 신고
조선 조끼 옷을 입을 줄 아는
그런 이여야 한다
목화 따는 여인 앞에
이글이글거리는 햇빛 속에
지글지글 끓는
된장국의 맛을 아는
아리랑고개의 할미꽃이어야 하다
황토흙에 뱀이 혀를 널름거리는
숨막힘 속에
바위보다 더한 의지가 넘치는
그런 꽃이어야 한다
장작개비를 지게에 짊어지고
황소 같은 땀을 흘려야 하는
그런 이여야 한다
서럽고 서러운 가슴통에
불길이 타오르는
오직 불길이 타오르는
수없는 밤을
쑥잎 같은 향내로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해바라기보다 짙은 머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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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람같이 길게 기른 머리에 허름한 청바지에 갖은 폼잡고
다니던 대학 초년시절 허름한 막걸리집에서 즐겨 암송하던
시였습니다. 지금은 모두 잊혀졌지만 우연히 인터넷 서핑하다가
시 한구절이 올라있길래 그 때 그시절을 떠올리며 옛 노트를 뒤적여
옮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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