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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바뀐 것일까. 우리가 몰랐던 지구가 나타난 것일까.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지구의 모습은 대폭 수정됐다. 또 지구를 둘러싼 태양계의 행성은 8개로 줄었고 외부은하,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도 발견됐다. 화석의 발견으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지식도 새롭게 바뀌었다. 1983년 발행된 ‘고등학교 지구과학Ⅰ’과 ‘고등학교 지구과학Ⅱ’에서 배운 지식은 상당 부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이 지식이 남아있을 경우 폐기된 이론과 새 이론이 상충되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헝클어진다. 한국지구과학회 이창진 회장은 “지난 20~30년 동안 수많은 관측결과가 나타나 지구과학과 관련한 이론들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 지구는 3개의 층으로 이뤄진다?
◇지구는 수많은 껍질이 있는 양파=과거에는 지구 내부를 핵(내핵과 외핵), 맨틀, 지각의 3가지로 구분했다. 그러나 지진파 단층촬영법이 발달하면서 지구의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 지구가 양파처럼 여러 개의 층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를 표면에서부터 파들어가면 5~70㎞까지의 지각, 그 아래로 맨틀을 볼 수 있다. 맨틀은 전체 지구 깊이(6,371㎞)의 45%를 차지할 만큼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맨틀과 핵 사이에 약 200㎞ 두께의 경계면이 존재하며 그 아래 유체 상태의 외핵(지하 2,885~5,144㎞), 그 아래에 고체인 내핵이 있다.
맨틀은 다시 3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지각 바로 아래 상층 맨틀(지하 370㎞까지)이 있고 깊숙한 곳에 하층 맨틀(650~2,885㎞)이 있으며 그 사이에 ‘전이대’(370~650㎞)가 존재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조문섭 교수는 “과거에는 맨틀의 상층부에만 대류 현상(밀도가 큰 물질은 아래로 가라앉고 밀도가 작은 물질은 위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연구결과로는 하층 맨틀과 핵의 경계면에서도 대류가 일어나 돌개바람과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2. 대륙은 맨틀 위로 떠다닌다?
◇판(Plate)구조론 Vs 플룸(Plume)구조론=소설 ‘해리포터’에서 마법사들은 벽난로에 ‘플룸가루’를 뿌려 다른 집으로 이동한다. 이때 사용된 플룸, 즉 연기가 지구의 핵에서 뿜어져 나온다면 어떨까.
20년전에 배웠던 대륙이동설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다. 지구상의 대륙은 맨틀 위를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대륙과 맨틀이 함께 판을 이루며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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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는 10여개의 커다란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육지와 해양 지각, 맨틀의 최상층부가 합쳐서 판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맨틀의 대류에 의해 움직인다.
지구과학자들은 유러시아판, 태평양판, 북미·대서양판, 인도·호주판, 남극판, 아프리카판 등 10여개의 판을 찾아냈다. 또 코커스판, 아라비안판, 아나토리안판 등 작은 규모의 판까지 모두 16~17개의 판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판구조론에서 플룸구조론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지구의 판들이 움직이는 원인은 단순히 맨틀 때문이 아니라 지구의 핵과 맨틀의 경계면에서 분출되는 플룸(열기둥) 때문이라는 것이다. 판구조론과 플룸구조론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지층이 수평방향의 압력을 받아 산맥을 이룬다는 고전적인 조산론은 폐기됐다.
3. 위성은 죽은 별이다?
◇태양계의 변화=지난 8월 태양계의 9번째 행성,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으면서 ‘왜행성’(dwarf planets)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겼다. 수년간 10번째 행성의 지위를 노렸던 ‘이리스’(2003UB313),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인 ‘세레스’, 그리고 '명왕성'은 이제 왜행성으로 분류된다. 태양계는 현재 8개의 행성과 3개의 왜행성, 10만개 이상의 소행성과 수많은 혜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외부의 별이 태양 주위를 지나갈 때 행성들이 끌려들어 왔다는 이론(조우설)과 하나의 구름에서 태양이 만들어졌다는 이론(성운설)이 팽팽히 맞섰으나 지금은 성운설로 정착됐다.
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은 35개(1983년 교과서 기준)에서 2006년 11월 현재 60개로 늘었고, 지금도 계속 증가 중이다. 과거에는 위성을 죽은(활동이 전혀 없는) 천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성의 타이탄, 엔셀라두스와 목성의 유로파에서 화산활동이 발견되면서 위성에도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달은 지구에 화성과 비슷한 크기의 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겼다고 본다(거대충돌설). 달은 태양계에서 3번째로 큰 위성이며 지구와 산소동위원소의 비율이 똑같은 특이한 현상을 갖고 있다.
4. 해류는 끝없이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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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20년전에는 지구온난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교과서에도 단순히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문제라는 식으로만 다루어졌다. 엘 니뇨와 라 니냐는 과거에 배우지 못했던 지구 기후모델. 인공위성으로 해수면 온도를 관측,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전 지구적인 이상고온이 일어나고(엘 니뇨),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면 반대로 이상저온(라 니냐)이 발생함을 알게 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대서양 심층수 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뜻한 바닷물은 극지방으로 올라가면서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물은 다시 바다 아래로 내려가 적도지방으로 흘러가며 전 지구적인 해류 순환을 만든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의 바닷물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심층류가 만들어지지 못할 수 있다. 2004년 개봉된 영화 ‘투마로우’는 심층수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20년전에는 배우지 못했던 지식이다.
5. 공룡은 빙하기에 멸종했다?
◇공룡의 최후=20년전 공룡에 대한 설명은 딱 두 가지. 중생대 초기(트라이아스기)에 공룡은 용반류와 조반류가 있었고 쥐라기에 어룡, 익수룡, 시조새가 출현했다고 한다. 백악기에는 공룡을 비롯한 파충류가 절멸했다고 되어 있다. 공룡이 멸종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그 충격과 여파로 공룡이 멸종됐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생대말인 6천5백만년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직경 10㎞의 소행성이 충돌했다. 충돌의 여파로 암석들이 기체와 분진이 되어 전 지구를 뒤덮었고 생태계의 파괴로 가장 큰 몸집을 갖고 있던 공룡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 또다른 원인으로 중생대 시대 인도의 데칸고원에서 용암이 분출돼 가스와 먼지로 공룡이 죽었다는 주장도 있다. 두 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빙하기가 찾아와 공룡이 얼어 죽었다거나 공룡의 암수성비가 불균형을 이뤄 죽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6. 최초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인류와 유인원을 구분하라=20년전에는 인류의 진화에 대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엘렉투스-네안데르탈인-크로마뇽인-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지는 이름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인류에 대한 많은 화석기록이 나오면서 인류 계보도도 완전히 변했다.
먼저 가장 오래된 인류 자리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닌 ‘아르디피테쿠스’가 대신 들어섰다. 아르디피테쿠스 화석은 1994년 에티오피아의 지층(4백40만~4백30만년전)에서 발견됐으며 숲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디피테쿠스 다음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몸은 사람의 모습에 가깝지만 두뇌는 원숭이 수준의 원시 인류이다. 또 투박한 두개골을 가진 파란스로푸스, 케냐의 지층에서 발견된 케냔스로푸스 등도 새로 발견된 원시 인류이다.
현생인류는 ‘호모’라고 불린다. 호모 아래에는 다시 몇가지 종(種)이 있다. 가장 먼저 출현한 종은 2백40만년전의 호모 하빌리스. 나무를 잘 탔고 도구를 잘 사용했으리라 추정된다. 1백60만년전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약 1백만년전부터 아프리카를 탈출해 중동, 베이징, 유럽 등지로 이동했다. 유럽에서는 호모 안티세서(스페인)가 나타나고 이후 현재의 인류와 같은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확립됐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호모 사피엔스와 동급이 아니라는 것. 아르디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케냔스로푸스는 모두 속(屬)명인 데 반해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가 속명, 사피엔스가 종명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마찬가지로 호모라는 속이 있고 그 아래 에렉투스, 사피엔스와 같은 종이 있는 것이다.
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인원에는 사람,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등이 속한다. 동물원에서 보는 원숭이는 유인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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