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혀에는 9천여개의 미각세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단맛 쓴맛 짠맛 신맛의 네가지 맛만을 기본 미각으로 구별했다. 이 네 가지에다 이제는 '제5의 맛'이라 하며 '담박한 맛'을 꼽고 있다. 1990년대에 미국 마이애미 의과대 연구팀이 발효음식속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글로타민산의 맛을 '제5의 맛'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원래 '담박하다(담백하다)'는 '맛이나 빛이 산뜻하다'는 뜻으로 뭔가를 확연히 꼬집는 의미는 갖고 있지 않으나 음식맛에서의 '담박'은 '얕은 맛'이나 '감칠맛'으로 통한다.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의 '감칠맛'이야 말로 가히 '제5의 맛'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참살이 열풍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들이 갖가지 먹을거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한다. 그런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먹을거리 프로그램의 모든 리포터나 출연한 손님들은 무슨 음식이든지 그저 '담박'하다고만 표현한다. 음식맛을 나타내는 말은 '담박하다'밖에 없는 줄 아는 것 같다. 하기야 '입에 당기는 맛'이면 '담박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말은 근본적으로 음식의 고유한 맛을 나타내는데는 부적당한 말이 된다. 게다가 어떤 음식에서나 이 말만 쓰고 들어서 그런지 새로운 음식이 나와도 별로 솔깃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사실 음식맛을 나타내는 맛깔스러운 우리말은 수도 없이 많다. 예를 들어 '달다'가 기본형이 되는 표현만도 달곰삼삼하다, 담골새금하다, 달곰쌉쌀하다, 달곰씁쓸하다, 달곰하다, 달금하다, 달보드레하다, 달짝지근하다, 달차근하다, 달착지근하다, 달콤새큼하다, 달콤하다, 들부드레하다, 들쩍지근하다, 들큼하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여기에 쓰다, 시다, 짜다, 떫다 등의 기본말에 이와 같은 변형을 합치면 맛을 나타내는 말은 아마도 음식 가짓수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 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구뜰하다:변변하지 않은 음식맛이 과히 나쁘지 않고 구수하여 먹을 만하다
바따라지다:음식의 국물이 바특하고 맛이 있다
삼삼하다:조금 싱거운 듯 하면서 맛이 있다
얼근덜근하다:매우면서도 달다
엇구뜰하다:조금 구수한 맛이 있다
칼칼하다:맵고 자극하는 맛이 있다
모름하다:생선이 신선한 맛이 적고 조금 타분하다
배틀하다:약간 배릿하고 감칠맛이 있다
짐짐하다:아무 맛 없이 찝찔하다
타분하다:약간 상하여 신선한 맛이 없다
텁지근하다:텁텁하고 개운하지 못하다
등이다.
네가지 기본 맛 외에 제5의 맛인 '감칠맛'을 이미 느끼고 있으며 맛에 대한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한국사람이야 말로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 미각세포가 발달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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