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순우리말>
어제는 애들과 함께 이천 누나 집에 가서 김장을 도와드리고 덕분에 김치 몇 포기 얻어왔습니다.
저는 밖에서 김장독 묻을 구덩이를 파고, 아내는 안에서 김장을 돕는데 애들은 둘이서 배추를 뜯고 흙에서 뒹굴면서 잘도 놀더군요.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누나가 동생을 그느르는 것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느르다 : 돌보고 보살펴 주다.)
그럴 때 보면 딸내미가 참 듬쑥하고 너볏합니다.
(듬쑥하다 : 됨됨이가 가볍지 않고 속이 깊게 차 있다.)
(너볏하다 : 몸가짐이나 행동이 번듯하고 의젓하다.)
언젠가 밖에서 둘이만 집을 찾아가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저는 뒤에서 바람만바람만 따라갔죠.
(바람만바람만 : 바라보일 만한 정도로 뒤에 멀리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누나가 동생의 손을 꼭 잡고 잘도 찾아가더군요.
집에서는 동생을 구박해도, 어른이 없으면 동생을 참 잘 챙깁니다. 그런 것을 보면 저희 집 애들은 띠앗이 무척 좋습니다.
(띠앗 : 형제자매 사이의 두터운 정)
그런 정이 평생 가도록 잘 키우고 싶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여기에 쓴 낱말은 모두 국어사전에 있는 겁니다. 고어가 아닙니다. 상황에 맞게 부려쓰면 좋을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추스르다>
어제 비가 오더니 비거스렁이를 하느라고 바람이 몹시 매섭네요.
(비거스렁이 : 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우리나라 정치도 흐리네요. 민생을 잘 추슬러 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오늘은 높으신 분들이 나라를 잘 이끌어 주시라는 뜻으로 '추슬러'와 '추슬려'를 갈라볼게요.
민생을 잘 추슬러 주세요가 맞을까요, 민생을 잘 추슬려 주세요가 맞을까요?
보나 마나 기본형은 '추슬리다'나 '추슬르다'겠죠? 아니요. 기본형은 '추스르다'입니다.
"추어올려 다루다, 몸을 가누어 움직이다, 일 따위를 수습하여 처리하다."라는 뜻이죠.
'추스르니, 추슬러, 추스르고'로 활용합니다.
따라서, 민생을 잘 '추슬려'가 아니라, 민생을 잘 '추슬러'가 맞습니다.
'추슬르니, 추슬려, 추슬르고' 따위는 모두 틀린 겁니다.
높으신 분들이 민생을 잘 추슬러 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