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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알리미 성제훈 박사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7. 4. 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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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알리미’ 농촌진흥청 성제훈 박사


 “입도 심심하고, 따분하기도 하고... 그래서 방금 사무실 직원들과 사다리를 탔습니다. 사다리를 타면서 하는 한결같은 말. ‘복걸복’이야. 하지만 여기서 ‘복걸복’은 틀렸습니다. ‘복걸복’이 아니라 ‘복불복(福不福)’입니다. 운이 좋거나 좋지 않음을 이를 때 쓰는 한자말이죠.”
수원 농촌진흥청 성제훈(40) 박사가 연애편지처럼 매일 독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가운데 일부다. 이처럼 흔하게 사용하면서도 잘못 알고 있는 말이 그에게 가면 여지없이 걸러진다.

우리말 알리미로 4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성제훈 박사. 하지만 정작 그는 국어학 박사가 아니라 농촌진흥청 연구개발국 연구관리과에서 일하는 농학박사이다. 농업기계를 연구하던 그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우리말 알리미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계기는 그가 속해 있는 일터에서 시작됐다. 성 박사는 농민이 읽는 잡지에 기고할 때면 공무원들이 흔히 쓰던 대로 ‘다비하면 도복한다’(비료를 많이 주면 잘 쓰러진다)거나 ‘포장내 위치별 지력의 변이가 상당하다’(논 안에서도 이곳저곳 땅의 기운이 다르다)는 투로 글을 썼다. 농사를 하다 보면 흔히 쓰는 일본용어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게 무슨 말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고 항의하는 농민의 전화 한 통화가 성 박사를 깨우친 것.

그 즉시 국립국어원 교육과정에 등록하고 1주일에 매일 8시간씩 우리말을 다시 배웠다. 서점에 있는 우리말 관련 책도 모두 사들였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우리말을 동료와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알렸다. 이런 사실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3000 명이 넘는 팬(?)까지 확보되며 매일 이메일을 보내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열심히 자신의 편지를 읽어주는 독자를 위해 이벤트도 벌였다.

“편지에 문제를 내고 정답자에게는 제가 쓴 ‘우리말 편지’를 선물로 줬어요. 그리고 책이 팔려 얻는 인세 수익금은 몽땅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합니다. 선물이 많이 나갈수록 어려운 이웃에게 많은 도움을 준 셈이죠.”

그는 지금도 월급여에서 일부를 떼어 기부하고 있다. 거기에다 우리말 알리미 활동이 개인적인 것이다 보니 책, 자료구입비 등 씀씀이가 적지 않다. 또 밤 12시까지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매일 늦으면 부인한테는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래도 아내는 야근에다 우리말 공부하랴, 편지 쓰랴 바쁘게 생활하는 저를 자랑스럽게 여겨요. 오히려 제가 너무 고맙고 때로는 미안하죠”라고 답변한다.

네 살 난 딸 지안이의 우리말 사랑은 아빠 못지않다. 한 번은 누군가가 ‘저거랑 저거랑 틀리네’ 라고 말했더니 자신의 귀에 대고 ‘아빠,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말해야 되죠?’ 라고 속삭일 정도다.
 







농촌에서 태어난 성 박사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도 딱히 국어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한동안 농업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학생을 가르치다보니 스스로 학문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마쳤고, 내친 김에 박사과정까지 밟기 위해 교편생활을 접었다. 그 후 지금까지 농촌진흥청에서 작물건강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는 데 몰두해왔다.

“농촌진흥청에 있는 연구원들은 80% 이상이 박사학위를 가졌어요. 그리고 정부부처에서 신청한 특허의 절반은 농촌진흥청에 있을 정도로 연구 열기가 높습니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것도 홍보할 겸 일부러 편지에 농촌진흥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쓰는 편지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농촌진흥청에서 생긴 일 등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그의 이메일을 읽어보면 그의 하루 일상이 그려진다.

그는 자신과 또래이거나 그보다 연령이 높은 사람들, 특히 아줌마들에게 애정이 깊다. 그 이유는 지난 1988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된 이후 별도로 우리말을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맞춤법이 자주 바뀌어 우리말이 어렵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한다.
“한글 맞춤법이 마지막으로 바뀐 게 1988년입니다. 그 전에 바뀌었던 것은 54년이고 그보다 30년 전인 24년에 맞춤법이 바뀐 적이 있습니다. 평균 30년에 한 번씩 바뀐 셈인데 자주 바뀐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의 독자층은 무척 다양하다. 초중고교 교사에서부터 방송인, 기자, 외국 주재원, 외국의 우리말 강사 등등 국어를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그의 독자다.
“우리말을 올바로 쓰기 위해서는 언론이 앞장서야 합니다. 잘못된 우리말을 버젓이 자막으로 쓴 걸 발견하면 곧바로 방송국에 연락하거나 편지글로 알려줍니다. 책임을 느끼라는 뜻에서입니다. 방송에서 한 마디는 제가 열 마디 하는 것보다 효과가 클 테니까요.”
우리말과 관련해서 궁금증이 일거나 그의 이메일을 받고 싶으면 urimal123@hanmail.net으로 신청하면 된다. 

<국정홍보처, 코리아플러스>

http://kplus.korea.kr/koreaplus/jsp/koreaplus1_branch.jsp?_action=news_view&_property=peo_sec_3&_id=155192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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