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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보리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7. 5. 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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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아시죠?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어려운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거의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아니하여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바로 요즘이 그 보릿고개입니다.

여러분은 보리 하면 떠오르는 게 뭔가요? 대부분 보릿고개와 보리밥이죠? 먹을 게 없었던 우리네 부모들의 아픔이죠. 쌀밥을 먹을 수 없을 때 주린 배를 채우고자 먹었던 보리가 요즘은 참살이(웰빙)바람을 타고 당뇨병 같은 성인병에 좋은 건강식으로 노릇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생각보다 소비가 많지 않아 땅을 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리를 많이 심어 보리쌀을 많이 만들어 봐야 찾는 사람들이 없으면 팔 수 없으니 농민들이 보리를 심지 않게 되는 거죠. 그랬던 보리가 요즘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먹으려고 심었던 보리를 지금은 가축을 먹이려고 키웁니다.

보리의 이삭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할 때, 바로 요즘, 줄기와 잎은 물론 알곡까지 다 거둬들여 소가 먹기 좋게 만들어 놓습니다. 이런 보리, 곧, '줄기와 잎은 물론 알곡까지 다' 소먹이로 쓰는 보리를 영어로 whole-crop barley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바꾼 게 '총체보리'입니다. 보리 줄기와 잎, 알곡까지 '총 체'적으로 다 쓴다는 뜻이죠. 총체(總體)가 "있는 것들을 모두 하나로 합친 전부 또는 전체."라는 뜻이잖아요.

보릿고개를 넘기며 배고파했던 시절이 불과 30여 년 전인데, 지금은 그 보리를 소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

이 총체보리는, 농민은 보리를 재배해서 돈을 벌어 좋고, 소를 키우는 축산농가는 소에게 좋은 먹이를 먹여 고급 한우를 생산할 수 있어 좋고, 정부는 소먹이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외화를 절약해서 좋고, 국민은 혹시 있을지 모를 광우병 같은 가축전염병을 걱정하지 않아서 좋고...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사조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고...

요즘은 농업도 이렇게 변하고 있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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