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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오페라 '백록담'

한라의메아리-----/바람속의탐라

by 자청비 2007. 6. 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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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중턱에서 펼쳐진 야외 오페라 '백록담'

한라산 밤하늘과 돌탑을 배경삼아 환상의 무대 연출

 

 

 

“눈을 감아도 마음의 창에는/촛불이 가득하네/밤하늘의 별들이/달빛보다 더 밝으니/잠은 멀리 달아나고/그대 모습만 가까워지네.”

10일 오후 7시 반 제주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제주 돌문화공원. 야외 오페라 ‘백록담’ 공연이 시작되자 어스름이 밤안개가 무대를 감싸더니 이내 맑아지며 샛별이 떠올랐다. 유배도령 문길상과 제주처녀 구슬이가 애틋한 사랑의 아리아 ‘달빛보다 촛불이’를 부를 때에는 실제로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이 쏟아 내렸다.

이 오페라는 ‘한라산에 머리를 베고 누우면 발이 비양도까지 닿았다’고 하는 제주도의 거녀(巨女) 설화 ‘설문대 할망’을 토대로 한 작품. 백록담처럼 생긴 조그만 호수, ‘곶자왈’이라고 불리는 가시덤불 밀림, 설문대 할망의 자식들인 오백나한을 상징하는 거대한 현무암 돌덩어리…. 공연장 주변의 풍경은 작품의 배경과 꼭 맞아떨어졌다.

해발 410m의 중산간 지대에 자리한 야외공연장. 밤이 되자 두꺼운 잠바를 입고도 추위를 느낄 정도로 날씨가 쌀쌀해졌다. 밤이슬에 젖은 현악기들은 소리를 거의 내지 못했다. 주최 측이 나눠 준 비닐을 뒤집어쓰고도 오들오들 떨던 2000여 관객들은 ‘감수꽈?’ ‘그걸 어떵?’ 같은 제주 사투리로 된 노래가 나올 때마다 큰 소리로 웃었다.

“사람마다 갈 길이 다르니/그 누겐들(누구인들) 그 질(길)을 막아지커냐?(막을 것이냐)/바당(바다)으로 갈 사름(사람)/오름(산)을 2을 사름/뭍(육지)으로 갈 사름.”(설문대 할망의 아리아 ‘그 누가 길을 막는가’)

‘백록담’은 운율감 있는 제주 방언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육지 사람들은 마치 외국 오페라처럼 자막을 봐야 이해할 정도. 30여 제주민요에서 따온 ‘방아야, 방아야’ ‘탐라의 노래’ ‘이어도’ ‘이야홍타령’ 등 합창곡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노래들이다. 또 구슬이 역의 소프라노 이화영은 사회적 인습에서 떨쳐 일어나 금기된 사랑을 쟁취해 내는 강인한 제주의 여성상을 잘 표현해 냈다. 극작가 고(故) 차범석 선생이 극본을 쓰고 김정길 서울대 교수가 작곡한 ‘백록담’은 2002년 초연 이래 5년째 제주시문화예술단에 의해 공연되고 있다. 실내에서만 공연된 이 오페라가 야외에서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

제주시향 지휘자 이동호 씨는 “아무리 최첨단 무대 장치가 발전해도 몇 만 년 존재해 온 자연처럼 완벽할 순 없다”며 “음악홀처럼 완벽한 음향효과를 기대할 순 없었지만 한라산의 기운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우리의 사랑이 죄랜 허민 어떤 벌이라도 받으쿠다. 사랑이 죄랜 허민 칼을 물엉 죽으쿠다. 왜 사랑했는지를 묻지맙서. 백록담의 푸른 물빛을 캐묻지 맙서”

소프라노 이화영이 제주도 사투리로 부르는 애절한 아리아 <사랑이 죄라면>이 별이 가득한 밤하늘 속에서 울려 퍼졌다. 해발 410m의 중산간 지대에 위치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제주돌문화공원이 10일 밤 오페라 하우스로 바뀌었다.

한라산 정상이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오름과 방사탑(액을 쫓기 위해 쌓은 돌탑)들이 무대와 자연스레 조화를 이뤘다. 한라산 중턱의 야외 무대에 올려진 오페라 <백록담>의 공연 현장이다.

<백록담>은 2002년 제주시가 제작한 오페라로, 김정길 전 서울대 교수가 작곡하고, 최근 1주기였던 차범석이 대본을 썼다. 초연 이후 꾸준히 수정을 거치며 제주 뿐 아니라 서울과 룩셈부르크 등에서도 공연된 이 작품이 야외 오페라(연출 장수동)로 새롭게 꾸며진 것이다. 연주를 맡은 제주시향을 비롯해 제주시립합창단과 서귀포시립합창단, 제주춤연구회 등 170여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백록담>은 조선 정조 때 실존 인물인 제주목사 조정철과 제주 처녀 홍윤애의 사랑 이야기에 제주의 설문대할망 설화를 덧댔다. 제주로 유배 온 선비 문길상과 사랑에 빠진 제주 처녀 구슬이가 설문대할망의 도움으로 백록담에서 사랑을 이룬다는 게 줄거리. 소재와 내용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제주의 지역색이 뚜렷했다.

구수한 제주 사투리가 작품 전체에 등장하고, 이야홍 타령 등 제주 지역 민요가 음악에 스며들었다. 열악한 음향 시설이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고,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눈에 띄었지만 제주만의 특색과 야외 오페라로서의 정취는 충분히 살려냈다. 자막을 통해 제주 사투리를 쉽게 풀어준 점도 인상적이었다. 9일과 10일 이틀 공연 모두 1,500석이 가득 찰 만큼 호응이 높았다.

이동호 제주시향 지휘자는 “무대와 음향 등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이 만든 무대에서 한라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공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구슬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화영은 “마치 이탈리아어 배우듯 제주 사투리를 공부했다”며 웃었고, 문길상을 연기한 테너 양광진은 “같은 야외 공연이었던 룩셈부르크 빌츠음악축제 때에 비해 음향 면에서는 뒤지지만 작품의 배경이 된 곳에서 노래를 해서 느낌이 더욱 특별했다”고 했다.

다섯살짜리 딸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고경혜(39)씨는 “제주의 상징인 백록담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뿌듯했고 친숙한 사투리가 나와 더욱 정겨웠다”면서 “별과 자연과 음악이 어우러진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동호 지휘자는 “2005년 룩셈부르크에 이어 내년에는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도 초청을 받은 상태”라며 “힘들게 만든 창작 오페라들이 한 두 번 공연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백록담>은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 상품이 되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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