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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띄어쓰기의 기본원리(1)

한글사랑---------/우리말바루기

by 자청비 2007. 7. 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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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띄어쓰기의 기본 원리
 
들어가는 말
1) 우리말에서 띄어쓰기는 왜 중요할까

우리말 외에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접하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다른 언어에서는 ‘띄어쓰기’라는 개념조차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접하는 영어만 생각해 보아도 영어의 띄어쓰기에 대해 고민한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말 또는 글을 배우거나 가르칠 때에는 빠지지 않고 띄어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말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단어 자체의 형태가 변하여 이러저러한 표시를 하면서 무조건 단어별로 띄어서 쓰는 영어와 달리 우리말은 단어에 ‘조사’나 ‘어미’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것들이 붙어서 문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단어별로 띄어서 쓰는 것이 원칙이라 하더라도, 문장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게 하는 ‘조사’나 ‘어미’와 같은 것들은 항상 앞의 단어에 붙여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떠한 말은 반드시 붙여야 하고 어떠한 말은 띄어야 하는 다양한 경우게 생기게 되고, 자연적으로 띄어쓰기가 우리말을 익히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2) 띄어쓰기가 필요한 이유

우리말에서는 띄어쓰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되는지 궁금해질 수 있다. 개중에는 맞춤법 등만 제대로 쓰면 띄어쓰기는 다소 틀려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음의 두 문장을 보면 띄어쓰기가 바로 문장의 의미에도 차이를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ㄱ. 시장까지 걸어가 면바지를 사 주겠다.
  ㄴ. 시장까지 걸어가면 바지를 사 주겠다.

(1)의 두 문장은 띄어쓰기 한 군데만 차이가 난다. (1ㄱ)은 ‘걸어가’와 ‘면바지를’ 사이가 떨어져 있고 (1ㄴ)은 ‘걸어가면’과 ‘바지를’ 사이가 떨어져 있다. 그런데 두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완전히 다르다.
(1ㄱ)은 화자가 시장까지 걸어가서 면바지를 사서 청자에게 주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1ㄴ)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청자가 시장까지 (차를 타거나 하지 않고) 걸어서 가면 바지를 사 주겠다는 의미이다. 즉, 걸어가는 주체도 다르고 대화의 맥락도 다르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띄어쓰기의 차이가 전체 문장의 의미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띄어쓰기는 다른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 등과 마찬가지로 어법에 맞게 해야 한다.

 

3) 쉽지 않은 띄어쓰기

띄어쓰기가 이처럼 우리말에서 중요하다고 하는데, 띄어쓰기를 제대로 익히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한글을 배울 때에는 먼저 독립된 단어 하나하나를 배우고 그 다음으로 단어를 이어서 문장을 익히게 된다. 단어를 익힐 때에는 단어의 철자에 중심을 두고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것을 가르친다. 문장 단계로 넘어가면 전체적으로 문장이 자연스러운지, 한마디로 ‘말이 되게’ 썼는지를 보게 된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띄어쓰기에 관심을 둔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에도, 처음에는 철자가 맞았는지만 검토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띄어쓰기가 맞았는지를 검토한다.


위의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띄어쓰기는 우리말을 익힐 때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속한다. 철자는 어느 정도 교육을 받으면 아주 헷갈리는 단어들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맞게 쓰게 되지만 띄어쓰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틀리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띄어쓰기를 어렵다고 생각할까?

 

가장 큰 이유는 형태만으로 띄어쓰기를 구별할 수가 없다는 데에 있다. 즉, 동일한 형태의 말들은 띄어쓰기가 모두 동일하다고 하면 단어의 철자를 익히듯이 반복적으로 익히면 될 것이다. 그러나 띄어쓰기는 형태가 동일하다고 항상 띄어쓰기가 동일하지는 않다. 형태가 같더라도 문장에서의 위치나 의미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려면 띄어쓰기 규정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띄어쓰기를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본 원리와 함께 실제 많이 틀리는 예들을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띄어쓰기의 기본 원리 
 

(2) 한글 맞춤법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르면 영어와 같은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우리말에서도 단어를 단위로 모두 띄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시 제5장에서는 조사는 단어이지만 앞말에 붙여 쓴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실제 띄어쓰기를 하기는 쉽기가 않다. 우선 띄어쓰기를 하려면 단어가 무엇인지, 조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본 원리 외에 한글맞춤법 제5장에서는 모두 10개 항목에 걸쳐서 우리말의 띄어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 또한 원론적인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적인 맞춤법의 띄어쓰기 규정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띄어쓰기를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말의 띄어쓰기를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리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실제 적용할 때에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다.


1) 독립성의 원리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국어 맞춤법에 나와 있는 띄어쓰기 규정을 보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조사는 앞 단어에 붙여 쓴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규정만으로는 다양한 띄어쓰기를 모두 아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기에 덧붙여 ‘독립성’이라는 기준을 추가하면 좀 더 쉽게 띄어쓰기를 할 수 있다.

‘독립성의 원리’라는 것은 문제가 되는 어휘가 독립적으로 쓰일 수 있으면 띄어 쓰고 그렇지 못하면 앞 단어에 붙여 쓰라는 원리이다.


(3) ㄱ.  먹는구나, 학교를, 도둑질 
   ㄴ. 빨간 자동차, 장애인 학교, 먹는 것 

(3ㄱ)의 ‘-는구나’는 어미이고 ‘를’은 조사, ‘-질’은 접사이다. 이러한 어미, 조사, 접사는 모두 독립적이지 못하다.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는구나’나 ‘를’ 같은 것은 이 말만 떼어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반면 (ㄴ)의 ‘자동차, 학교’는 명사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띄어 쓴다. ‘어미’나 ‘명사’와 같은 용어를 모른다 해도 어떠한 말이 독립적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다음과 같이 문장에서 쓰임을 보면 구별할 수가 있다.


(4) ㄱ.  학교에 가니? 
   ㄴ. 아니 를 가.(×)

(5) ㄱ. 지금 점심 먹는구나.
   ㄴ. 네, 는구나입니다.(×)

(6) ㄱ. 지금 어디 가니?
   ㄴ. 학교.

(7) ㄱ. 지금 제일 갖고 싶은 게 뭔가요? 
   ㄴ. 자동차.

위에서 (4ㄴ)과 (5ㄴ)은 실제 국어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대답이다. 이것은 바로 ‘를’이나 ‘-는구나’가 독립적으로 쓰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6ㄴ)과 (7ㄴ)은 구어에서 아주 자연스럽다. ‘학교’와 ‘자동차’가 독립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립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는 문법 용어를 잘 모른다 해도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좀 더 쉬운 띄어쓰기의 기준으로 삼을 수가 있다.

독립성의 원리에서 다소 어긋나는 것이 의존 명사이다. (3ㄴ)의 ‘것’은 의존 명사로, 앞에 어떤 말이 와야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독립성이 명사보다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 외에는 일반 명사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넓은 범위에서 명사로 보아 앞 단어와 띄어 쓴다.


2) 의미 구별의 원리

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형태는 같은데 띄어쓰기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럴 경우 의미의 차이나 앞뒤 연결 어휘의 차이로 띄어쓰기를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의미 구별의 원리’라 할 수 있다. 다음의 예에 보인 말들은 앞서 설명한 ‘독립성의 원리’만으로는 띄어쓰기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모두 독립적인 말이고 형태도 유사한데 경우에 따라 앞말과 띄어서 쓰기도 하고 붙여서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의미가 다르거나 앞뒤 말과의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띄어쓰기에서 차이가 난다. 다음의 예들은 이러한 차이를 잘 보여 준다.


(8) ㄱ.  한 사람씩 나와서 성적표를 받아 가세요. 
   ㄴ. 약이 없어서 부상자가 죽어 가고(죽어가고) 있다. 
   ㄷ.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습니다.

(8)에서 진하게 표시된 말들은 모두 ‘가다’가 결합한 것이다. ‘가다’는 독립적인 말이다. ‘갔어.’, ‘갔지.’ 등등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쓰일 수 있다. 따라서 독립성만 본다면 앞의 말과 띄어서 써야 한다. 또 형태를 보아도 모두 ‘가다’가 결합하여 있으니까 띄어쓰기도 동일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띄어쓰기가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먼저 (8ㄱ)의 ‘받아 가다’는 ‘받다’라는 동사와 ‘가다’라는 동사를 이어서 쓴 것이다. 문장에 나와 있는 말 그대로 성적표를 받아서 (제자리로) 가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받다’와 ‘가다’의 의미가 각각 독자적으로 살아 있으면 독립성의 원리를 따라 띄어서 쓰면 된다. 이때 ‘받아’와 ‘가세요’ 사이에 ‘자기 자리로’와 같은 구문을 넣어도 문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8ㄷ)의 ‘돌아가다’는 이와 다르다. ‘돌아가다’는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돌다’와 ‘가다’로 분리해서는 의미를 알 수가 없다. ‘돌아가다’는 형태로는 ‘돌다’와 ‘가다’가 결합한 것이지만, 이 두 단어가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한 단어를 만들었기 때문에 전체를 하나로 붙여서 써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독립적인 두 말이 합하여 원래의 의미가 사라지고 새로운 의미의 한 단어가 되었을 때는 붙여서 써야 한다.

(8ㄴ)에 쓰인 ‘죽어 가다’는 의미 면에서 볼 때, 앞서 살핀 ‘받아 가다’와 ‘돌아가다’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다. ‘가다’가 진행을 나타내는 의미를 더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가다’의 의미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받아 가다’의 ‘가다’처럼 완전히 독립적인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죽다’의 의미를 보완해 주는 역할만을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띄어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서 쓰는 것도 허용한다. 여기서 쓰인 ‘가다’는 바로 보조 용언인데, ‘보조 용언’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자세히 살필 것이다.


(9) ㄱ.  등산하다가 길가에서 예쁘게 꽃이 핀 노루오줌을 발견했다.
   ㄴ. 산에서 노루 오줌 흔적을 좇아 노루 사냥에 나섰다.

(9)에 쓰인 ‘노루오줌’은 형태가 완전히 동일하지만 쓰임에 따라 띄어쓰기가 다르다. 이 역시 의미를 구별함으로 차이를 알 수 있다. (9ㄱ)의 ‘노루오줌’은 (8ㄷ)의 ‘돌아가다’와 마찬가지로 전체가 하나의 뜻으로 쓰인 한 단어이다. 여기에는 ‘노루’의 의미와 ‘오줌’의 의미가 남아 있지 않다. (9ㄱ)의 ‘노루오줌’은 분홍색 꽃이 피는 식물의 이름으로, 전체를 붙여서 한 단어로 써야 한다. 반면 (9ㄴ)의 ‘노루 오줌’은 말 그대로 ‘노루의 오줌’을 뜻한다. 즉, ‘노루’와 ‘오줌’의 뜻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구 구성이므로 띄어서 써야 한다. 이처럼 완전히 동일한 형태라도 띄어쓰기는 의미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10) ㄱ.  노란색 대문이 우리 집이다. 
    ㄴ. 너무 노란 색으로 칠해서 주위와 안 어울린다.

(10)에 쓰인 ‘노란색’은 ‘노루오줌’보다 좀 더 구분이 어렵다. 이때에는 의미뿐만 아니라 앞뒤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 ‘노란색’은 특정한 색을 가리키는 이름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10ㄱ)에서와 같이 붙여서 한 단어로 쓰는 것이 옳다. 그러나 앞에 ‘노란’을 꾸며 주는 말이 오면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10ㄴ)에 쓰인 ‘너무’는 ‘노란색’이 아니라 ‘노란’이라는 형용사를 꾸며 주는 부사이다. 따라서 이때에는 ‘노란’과 ‘색’을 띄어서 써야 ‘너무 노란’ 전체가 ‘색’을 꾸며 줄 수가 있다. 그래서 (10ㄴ)과 같은 경우는 형태상으로 (10ㄱ)과 같은 ‘노란색’이라 하더라도 띄어서 써야 한다.

출처: 서울특별시 한글사랑 서울사랑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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