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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造語 알면 세상변화 보인다

또다른공간-------/알아두면좋다

by 자청비 2007. 8. 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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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造語 알면 세상변화 보인다

 

새롭게 등장하는 단어나 개념은 세상의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시대에 태어나는 신조어는 그 시대를 특징짓는 현상을 풍자적으로 표현, 인구에 회자된다. 1990년대 초반 한국경제가 흥청망청하던 시기 ‘오렌지족(강남에서 사치스러운 유흥문화를 즐기는 젊은이)’과 ‘낑깡족(능력을 넘어 오렌지족을 따라하는 사람)’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제침체가 이어지자 ‘공시족(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사람)’ ‘삼태백(30대 태반이 백수)’이 그 자리를 메웠다. 경제 사회적 변화가 신조어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다양한 ‘∼족’들이 공존하는 가정 =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가족들이라고 해도 이들은 각기 새로 생겨난 ‘∼족’들의 구성원이다. 서울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강모(35)씨는 올해초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을 위해 국내로 돌아온 유학생을 지칭하는 신조어 ‘연어족’에 해당한다. 취업에 성공했으니 당연히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려운 취업을 쉽게 한 학생)’이기도 하다.

 

반면에 그의 여동생(31)은 시집이나 가라는 부모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겠다며 7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공시족’의 전형이다. 강남에 중형 아파트를 소유한 이들의 부모는 풍요로운 삶을 즐기는 노인, 즉 ‘우피족(well of older people)’이다.

 

외환위기때 명예퇴직한 김모(55·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명태족’. 하지만 두둑이 챙긴 퇴직금 탓에 ‘알밴 명태족’이 됐다. 김씨는 퇴직금 등을 부동산에 투자한 덕에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패션 감각으로 ‘노무족(no more uncle·더이상 아저씨가 아니다)’ 생활을 즐긴다. 김씨의 고민은 두 자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과 ‘삼태백’시기를 겪을 아들이 벌써부터‘십장생(10대도 장차 취업을 생각해야 한다)’모습을 보여 걱정이다.

 

◆신조어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 = 1990년대 초반 경제적 호황이 이어지면서 젊은이들 가운데는 사치스러운 유흥문화를 향유하는 ‘오렌지족’이 나타났다. 지나가는 젊은 여성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몰고 가며 “야! 타”를 외치던 ‘야타족’도 등장했다. 오렌지족의 아류 ‘낑깡족’은 이런 천박한 사회현상에 대한 풍자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는 세상만큼 신조어의 판도도 바꿔놨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넘쳐났던 것. 이들을 일컫는 ‘명태족’‘황태족(황당하게 퇴직당한 사람)’‘애봐족(할 일 없어 집에서 애나 보는 사람)’ 등이 세상을 휩쓸었다. 장기실업이 계속되면서 장기 미취업자를 의미하는 ‘장미족’도 이 시기에 나타났다.

 

최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된장녀·된장남 (외국 고급 명품을 좇는 허영심 가득한 여성이나 남성)’‘고추장남(멋부릴줄 모르며 사소한 것에 아까워하고 궁상 떠는 남자)’이 새로 등장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면서 ‘알파걸(뛰어난 엘리트 여성)’도 주목받고 있다.

 

김진해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는 “어떤 사회적 현상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이를 가리키는 명칭을 붙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투영된다”며 “신조어를 보면 세상이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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