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밭→남해, 녹차밭→고성…특산물 지도가 바뀐다
춘천 녹차, 경기 남양주엔 열대 과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한반도 특산물 지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지리산 남쪽 기슭에서 자라던 녹차는 강원도 춘천 등지로 이동 중이다. 대구 능금은 강원 영월·양구 등에 이미 영예를 물려줄 태세다. 재배 한계선의 북상으로 감자·옥수수로 대변되던 강원도가 차세대 특산물 보고로 점차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감귤·한라봉은 남해안에 상륙하더니 재배 한계선을 북쪽으로 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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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선 열대과일 구아바가 재배되고 있다. 농민들도 재배 적지를 찾아 북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아열대성 징후가 뚜렷할 정도의 온난화로 겨울철 해충이 생존해 병해충 피해가 갈수록 늘고 먹이사슬 파괴도 우려된다.
바다도 변하고 있다. 동해안의 오징어는 요즘 서남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청줄돔 등 아열대성 어종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반도 기온 급상승…재배한계선 따라 주산지 북상중
문경서 25년 사과재배 농사꾼, 강원도로 과수원 이전도
전남 보성, 경남 하동의 특산물인 녹차가 북진 채비를 마쳤다.
강원도 농산물이용시험장은 2004년 4월 춘천시와 고성군에 각각 3300㎡(1천평)의 녹차 시험포를 짓고 녹차 재배 실험을 했다. 실험 초기 강한 바람이 문제였지만 바람거름막(파풍벽)을 설치한 뒤 보성·하동 녹차 못지않은 녹차 재배에 성공했다.
허남기(51) 농산물저장 담당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한반도의 기온이 오르면서 고성 기온이 연평균 12.2도, 겨울철 평균 영하 1.6도로 중국 녹차 주산지인 윈난성·허베이성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실험 성공 뒤 고성군은 2005년부터 토성면 인흥리 등 7곳 7.3㏊에서 녹차를 재배하고 있으며, 2009년께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군 농업기술센터 이철훈(52) 연구개발 담당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을 활용한 녹차 관광,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녹차 상품 등을 개발해 지역의 대표 상품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25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지었던 김법종(53)씨는 2003년 봄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군량리로 과수원을 옮겼다. 김씨는 이곳 2만4천㎡(8천평)에 사과나무를 심어 올가을부터 수확을 한다. 이곳에는 김씨 등 다른 곳에서 사과를 재배하던 농민 5명이 5만9천여㎡(1만8천여평)의 사과 과수원을 일궜다. 사과 재배를 위해 생활 터전까지 옮긴 것이다. 김씨는 “해마다 기온이 올라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을 찾다 양구에 정착했다”며 “지금도 좋지만 5~10년 뒤에는 양구가 사과 재배 최적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일교차는 안토시아닌 성분을 축적해 과일의 맛과 빛깔을 좋게 하고, 많은 일조량은 꽃눈을 형성하고 크기를 키우는 등 과수 재배의 필수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강원 영월도 신흥 사과 주산지로 뜨고 있다.
반면, 1970~80년대까지 전국 사과 생산의 20%를 차지하며 ‘대구사과’, ‘경북능금’ 등의 명성을 떨쳤던 경북 영천지역의 사과 재배지는 98년 1333㏊였지만 지난해 842㏊로 크게 줄어 전국 10대 사과 주산지에 들지 못했다. 사과 주산지는 영주·의성·안동·청송·문경 등 경북 북부와 충북 충주·제천을 타고 강원 등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사과를 내준 영천은 더 따뜻한 곳에서 맛을 내는 복숭아·포도 노지재배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체 작물을 찾았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김종암(47) 과수담당은 “30여년 전보다 연평균 기온이 1도 이상 오른 13도를 웃돌면서 질 좋은 사과 생산이 어려워 일찌감치 새 작물을 찾았는데 성공적으로 뿌리내렸다”고 말했다.
제주를 대표하던 감귤·한라봉은 경남 통영·거제, 전남 완도·고흥 등 남해안으로 상륙한 뒤 꾸준히 북상하고 있다. 배는 ‘나주배’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천안·안성·평택 등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배 재배가 어렵게 여겨지던 경기 연천에서 ‘연천병배’가 출하되는 등 재배 한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안산 등에서는 열대 과일인 구아바가 재배되고 있다. 포도·복숭아·감귤·인삼 등 거의 모든 작물에서 북진 현상이 뚜렷하다.
전라·경상도에서 자라던 대나무가 충청·경기를 넘어 평양의 대동강 유역까지 진출하는 등 산림도 꾸준히 북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배 한계선의 북상과 함께 병해충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아열대성 병해충인 재선충, 푸사륨 가지마름병, 벼 키다리병 등이 전국의 산림과 논밭을 해치고 있다. 충북 영동·옥천·청원, 전북 무주 등은 지난 5~6월 갈색 여치떼가 농작물을 습격하기도 했다.
이런 원인이 된 지구 온난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0.6도 올랐지만 한반도는 1.5도 올랐다.
정용승(68)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지구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 최근 뚜렷해지고 빨라지고 있다”며 “온실가스·난방열 배출과 함께 산림면적 감소, 도시화 등이 맞물려 20~30년 안에 새로운 기후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1971~2000년까지 서울은 겨울에 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평균 58일이었지만 지난해는 24일, 인천은 56일에서 19일, 대전은 52일에서 26일, 부산·울산은 지난해 0도 이하인 날이 이틀에 지나지 않았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전망을 보면, 21세기 말 한반도는 평균 기온이 4~5도 오르고 강수량은 20% 늘어나 태백·소백산맥 등 산지를 뺀 서·동해안 중부까지 아열대 기후 지대에 든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서형호 박사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하고, 먹이사슬 파괴, 겨울철 해충의 생존 등으로 병해충 등의 피해가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해, 흑새치 등 아열대 어종 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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