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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최근 10년 동안 가장 짓궂은 날씨를 보인 해로 기록될 듯하다. 장마가 끝난 뒤에 더 많은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8월 중순에는 흐린 날씨에도 푹푹 찌는 열대야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 때문에 장마가 아닌 우기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일부에선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① 기간 길고 강우량은 적은 '마른 장마'
올해 장마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갔지만 공식적인(?) 장마기간은 6월 21일부터 7월 24일까지 34일간으로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길었다. 강수량은 전국 평균 322.7㎜로 평년과 비슷했다. 굳이 올 장마 특징을 꼽자면 비가 내린 시간대가 밤과 새벽 사이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② 장마 후 더 극성 부린 게릴라성 집중호우
올여름의 날씨를 가장 잘 특징 짓는 것이 '게릴라성 집중호우'라 할 수 있다. 8월 들어 국지성 호우가 내리면서 '장마 뒤 무더위' 공식은 깨졌다. 기상청은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대기 중 에너지 흐름이 불안정해지면서 게릴라성 집중호우 현상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③ 본격적인 雨期 도입 놓고 설왕설래
이처럼 장마 뒤 집중호우가 이어지자 우기도입 여부가 화제로 떠올랐다. 기상청은 8월 초 집중호우가 계속되자 일부 학계에서 주장하는 우기개념 도입에 대한 토의를 하기까지 했다. 기상청의 올여름 기상분석 자료에 따르면 1980~1989년 장마 기간 강수량은 389.8㎜로 장마 이후 8월 강수량 259.5㎜보다 많았지만, 2000~2005년에는 장마 이후 강수량이 389.1㎜로 장마 기간 강수량 340.6㎜보다 많았다.
④ 한반도 아열대 진입 논란 불거져
장마 뒤 큰 비에 이어 사흘에 한 번꼴로 소나기가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자 한반도가 아열대기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 평균 기상현상만 놓고 봤을 때 한반도는 이미 아열대기후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겨울 한파가 있기 때문에 아열대기후로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⑤ 집중호우 주범 북태평양 고기압
올 8월 초순께 집중호우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북태평양 고기압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제대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해 한반도에 가장자리를 걸친 상황이 지속됐고, 이 경계선을 따라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고, 남서쪽에서는 따뜻하고 습한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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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죽은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부활
올여름은 죽은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부활해 한반도에 영향을 끼쳤다. 8월 중순께 7호 태풍 '우딥'이 열대성 저기압 형태로 북상하면서 계속 수증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다.
⑦ 불청객 열대야, 흐린 날에도 발생
올해 열대야는 8월 초순보다 중순에 더 자주 발생하고, 흐린 날씨에도 열대야가 발생하는 기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8월 서울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11일이다. 지난해 8일에 비해 3일이나 많았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