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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

또다른공간-------/생활속의과학

by 자청비 2007. 9. 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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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속 수학이야기]

 ‘난쏘공’ 에 등장하는 ‘뫼비우스의 띠’

 



에셔가 그린 ‘뫼비우스의 띠’



고정 관념을 버려라

조세희(1942~ )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소설가이다. 그는 70년대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예민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2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인데, 그 첫번째가 ‘뫼비우스의 띠’이다.

이 이야기는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수학 수업을 하는 교실이 무대이다. 수학교사는 탈무드에 나오는 굴뚝청소부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뫼비우스의 띠를 설명한다.

여기서 우리는 뫼비우스의 띠에 대해서 알아본다. 독일 수학자 뫼비우스가 1858년에 발견한 뫼비우스의 띠는 긴 직사각형 종이를 한번 꼬아서 끝을 붙인 곡면을 말하는데 바깥쪽과 안쪽의 구별이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소개된다.

길고 가는 직사각형 종이를 한번 꼬아서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 보아라. 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하여 연필로 선을 계속 그어 보아라. 그러면 그 선은 종이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지나면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즉 뫼비우스의 띠에서는 안쪽과 바깥쪽의 구별이 없게 된다. 또 가위로 뫼비우스의 띠의 가운데 선을 따라 잘라 보아라. 두 개의 띠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더 길고 두 번 꼬인 띠가 될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가 이런 이상한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조세희를 비롯한 여러 소설가들이 뫼비우스의 띠를 소재로 글을 쓰고 있으며,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 화가 에셔의 뫼비우스의 띠는 아주 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2004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이영재 감독의 ‘뫼비우스의 띠-마음의 속도’, 2005년 글렌 차이카 감독의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서’, 98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나탈리아 우르티 감독의 ‘뫼비우스’ 등과 같이 뫼비우스의 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학 교사의 뫼비우스의 띠에 대한 설명 이후 앉은뱅이와 꼽추가 등장한다. 재건축되는 도시 변두리에 살고 있는 앉은뱅이와 꼽추는 자신들의 아파트 입주권을 헐값으로 사들인 부동산 업자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부동산 업자에게서 돈을 뺏고 결국 그를 죽이게 된다. 두 사람은 다른 지역으로 함께 도망가서 장사를 하기로 하였으나, 꼽추는 앉은뱅이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껴서 헤어진다. 이어서 수학 교사가 다시 이야기에 등장하고, 수학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하면서 마지막 수학 수업을 마친다.

뫼비우스의 띠와 굴뚝청소부,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가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 저자는 왜 이 글의 제목을 ‘뫼비우스의 띠’로 정하였을까? 이에 대해 답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더러운 상대 굴뚝청소부를 보고 자신도 더럽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잘못이며, 피해자라고 생각한 앉은뱅이와 꼽추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 뫼비우스의 띠에서는 안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안쪽이 아니라 구분할 수 없다는 점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가는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 세상을 선과 악 두 가지로 단순하게 구분하려고 하지 말고 ‘사물을 옳게 이해’하는, 그래서 고정 관념을 버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세희의 연작 소설의 10번째는 ‘클라인씨의 병’이다. 클라인 병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는 병으로서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갇혀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갇혀 있지 않은 세상, 이것이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씨의 병을 통해서 소설가가 꿈꾼 세상이 아닐까? 어쨌든 수학이 이처럼 이야기의 중심 주제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강문봉|경인교대 수학교육과>
<자료제공|김정하 인천 건지초등학교 교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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