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이 있어,
저녁 술자리에 갔다가 한 잔도 마시지 않고 그냥 들어왔습니다.
남들 술잔 돌릴 때 저는 맨송맨송 앉아 있자니 영 어색하더군요.
우리말에 '맥쩍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 낱말은 맥박이 적게 뛴다는 데서 왔습니다.
잠잘 때처럼 편안하게 있을 때는 아무래도 맥박이 다른 때보다 좀 적게 뛰겠죠.
그러나 깨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나댈 때는 맥박이 좀 빨리 뛸 겁니다.
바로 여기서 온 말로,
맥박이 좀 적게 뛸 때를 '맥쩍다'고 합니다.
그 뜻이 조금 바뀌어
뭔가 재미가 없고 심심한 일을 두고 '맥쩍다'고 합니다.
그렇게 맥쩍게 앉아 있느니 책이나 읽으렴처럼 씁니다.
그러나 반대로 '맥많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
여기서,
왜 맥적다가 아니라 맥쩍다가 맞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지금 쓰는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양이 많지 않다는 '적다'는 뜻이 살아 있으면서 [-쩍다]로 소리가 나더라도 '적다'로 적어야 합니다.
맛적다[맏쩍따](재미나 흥미가 적어서 싱겁다)가 그런 낱말입니다.
그러나
'적다'는 뜻이 없이 [-쩍다]로 소리 나는 경우에는 모두 '-쩍다'로 써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맥쩍다와 겸연쩍다, 멋쩍다, 행망쩍다, 해망쩍다 따위가 이런 낱말입니다.
객쩍다 : 행동이나 말, 생각이 쓸데없고 싱겁다.
겸연쩍다 : 쑥스럽거나 미안하여 어색하다.
멋쩍다 : 하는 짓이나 모양이 격에 어울리지 않다.
행망쩍다 : 주의력이 없고 아둔하다.
해망쩍다 : 영리하지 못하고 아둔하다.
저는 어제 술자리에 맥쩍고 멋쩍게 앉아있었고
다시 일터로 돌아와서 열심히 일한 걸 생각하니 맛적네요. ^^*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