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제주지방은 강풍을 동반한 눈날씨로 해돋이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밀레니엄 해맞이 행사를 계기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 온 해맞이 행사를 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년전에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쳐가며 절물오름에서 해맞이 행사를 가진 적도 있지 않았던가. 올해는 다랑쉬오름에서 해맞이 행사를 하기로 하고 새벽 5시30분 약속장소에 집결했다. 하지만 도저히 악천후로 그 곳까지 이동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리들은 시내 해안가에 있는 도두봉에 가기로 하고 이동했다. 도두봉은 내 집하고도 가까운 곳이어서 내가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해맞이 장소야 아무려면 어떠랴. 2000년 이후 제대로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본 적은 없지만 한 해도 이 행사를 거르지 않는 것은 새해 첫날 아침부터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그 마음 그 각오 때문이 아닌가. 도두봉 입구에 다다르니 당초 생각과는 달리 해맞이객이 많다. 도심지에 가까운 곳이라 별로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북적였다. 이 동네 새마을부녀회에서는 떡국까지 준비해놓았다. 알고보니 해마다 새해 첫날 떡국을 끓여서 이 곳을 찾는 해맞이객들에게 대접하고 있다고 했다. 떡국을 맛있게 한 그릇 먹고 입구에 만들어놓은 불턱에서 잠시 불을 쬐다가 천천히 오름정상을 향했다. 잠시 뜸해지는가 싶더니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이어져 오름정상에 선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종종걸음을 쳤다. 이윽고 일출시각인 7시 35분이 됐지만 구름에 가려진 해는 전혀 보일 기미가 안보인다. 검은 구름 사이로 살짝 비친 하얀구름에 붉은 기운이 조금 서려 있을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해를 그리며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나 일이 잘 풀리는 한 해가 되길 조용히 기원해본다.
◇눈보라 치는 날씨때문에 마을주민들이 해맞이객을 위해 오름입구에 만들어놓은 불턱에서 불을 쬐고 있다..
◇오름 정상에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해맞이를 위해 눈보라 속에서도 기다리고 있다. 가운데 붉은 기운은 KC-TV에서 촬영나온 것.
◇제주시내 모 대형마트 직원들이 오름정상에서 손님들에게 차와 백설기를 대접하고 새해 인사와 함께 새해에는 더욱 정성껏 모시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앞으로는 여기는 더 자주 이용해야 할 것 같다)
◇해마다 아버지따라 달콤한 새벽잠을 포기하고 해맞이에 나서는 아들과 딸
◇해돋이 시간과 함께 새해 힘찬 출발을 다짐하는 우리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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