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 ![]() 지난해 연재되었던 역사 속 수학 이야기와 예술 속 수학 이야기에 이어서, 이제부터 생활 속 수학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하자. 수학은 생활과 떨어져서 고상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든 쉽든 우리 주변에 수학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 연재를 통해서 수학은 우리의 친구이고 수학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생활이 좀더 풍요로워지고 좀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생활 속 수학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하자.
할인제에서 할증제로 바꿀 당시, 공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주장했다. ⑴ 소비자 입장에서는 10%를 할인받다가 10%를 더 이용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⑵ 사용자 측에서는 거스름돈을 준비하고 이를 내주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다. 거스름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므로 사용자 측에서는 상당히 편리하고, 어쩌면 근무하는 사람의 수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주장, 즉 소비자에게는 전혀 손해가 없는 제도일까? 먼저, 여러분이 생각해 보고 다음 글을 읽어주기 바란다.
10%를 할인해 주는 경우, 소비자는 2만7000원으로 3만원어치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의 1원은 (원)의 가치가 있게 된다. 그러나 10%를 할증해 주게 되면 3만원으로 3만3000원을 이용하게 되므로, 소비자의 1원은 (원)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할증제는 할인제보다 1원당 0.011원의 손해를 주는 셈이 된다. 아주 적은 돈인 것 같지만, 한 달에 한 번씩 3만원의 고속도로 카드를 구입하는 개인의 경우에 새 제도 때문에 1년에 (원)을 더 지불하게 되는 셈이고, 국가적으로 보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할인이 할증으로 변하면서 생긴 소비자의 손실인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일이 우리 주변에서 종종 생긴다. 예를 들어, 원가가 10만원인 물건에 10% 이익을 붙여서 정가를 정했다고 하자. 그런데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서 정가의 10%를 할인했다. 그러면 손해일까, 이익일까? 아니면 본전일까?
10%의 이익을 붙이면 정가는 11만원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10%를 할인하면 (원)이 되므로 물건을 팔 때마다 1000원씩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순서를 바꿔서 10만원짜리 물건을 10% 할인해서 팔다가 다시 10%를 더 올렸다고 해 보자. 이 경우에는 (원)이 되므로 역시 물건을 팔 때마다 1000원씩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같은 퍼센트로 할인하고 할증하면 본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예와는 약간 다르지만, 이중할인율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중할인이란 ‘20% 할인 가격을 다시 30% 할인해준다’는 것과 같은 것인데,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장사 수단이다. 얼핏 생각하면 50%가 할인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가 20% 할인되면 8000원이 되는데, 여기서 다시 30%가 할인되면 5600원이 된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44%가 할인되는 것인데, 50%가 할인되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잘 생각해보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 강문봉 교수 | 수학과 문화 연구소 〉 |
캔음료가 원기둥 모양인 이유 (0) | 2008.03.08 |
---|---|
60간지 속의 최소공배수 (0) | 2008.03.08 |
몰라도 관계없는 상식 (0) | 2008.02.23 |
과학이란 무엇인가 (0) | 2008.02.08 |
우리가 생각치 못한 몸 속의 일들 (0) | 2008.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