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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조선과 동아의 사설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8. 3. 2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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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 사설 읽다가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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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22) 조선일보에 실린 첫번째 사설입니다.
제목부터 아주 끝내 줍니다. "민주당 '탄돌이'들"...
'탄돌이'는 조선일보의 표현대로라면 "4년 전 탄핵바람을 타고 거저먹기로 당선"된 사람들입니다. '거저먹기'... 국민들과 유권자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바람에 휩쓸려 무조건 찍어준 덕에 국회의원이 됐다는 말이겠죠. 한마디로 유권자들은 바보멍충이들이라는 겁니다.

그 '탄돌이'들 47명 가운데 41명이 이번 18대 총선 공천에서 살아남았고 하네요.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탄돌이 재공천"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공심위가 초기에 싸가지 없는 발언을 한 의원들 솎아내겠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라면 당과 의회의 질서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의 언행을 한 탄돌이들은 걸러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탄돌이 전체가 그랬는지, 어떤 누가 그랬는지,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제멋대로의 언행'의 사례가 없습니다. 그냥 낙인을 찍을 뿐입니다. 그리고 무참히 그들을 짓밟습니다.

"대통령의 구령에 맞춰 '대한민국의 역사는 기회주의가 승리한 역사'라고 충성스럽게 복창하고 건국의 공신들을 욕보인 게 바로 이들"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4대 입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나라를 두 동강 낸 것도 이들"



구 열린우리당 출신 통합민주당 초선의원들에 대해서는 저도 대단히 비판적이지만, 조선일보가 이딴 식으로 인격을 모독하고 그들의 역할을 깡그리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이 욕보인 '건국의 공신'이 누굽니까?
이승만? 아니면 친일파 출신들?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면 욕보인게 되고, 대한민국의 역사에 반하는 인물이 되는 겁니까?

그 아래 조선일보는 사설을 하나 더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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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신문의 '사설'이라고 보기에는 구역질까지 날 정도로 수준이 저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독립기념관장인 김삼웅 씨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나봅니다. 비공개로.
그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코드 인사의 하나로 꼽히는 김씨는 새 정부 들어서도 자리를 뜰 생각조차 않고 뭉개고 있더니 그 뒷전으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바삐 움직였던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립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더 어처구니없습니다. 김 관장이 과거 야당에서 '당보'를 만들다, 서울신문 주필로 간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한 정당과 한 정치인의 머슴살이를 하다 마름으로 출세한 김씨"라고 한 사람의 인격을 완전히 짓밟아버립니다.

그리고 김 관장이 '2차 대전 후 민족반역세력이 주류가 된 나라는 한국과 남부 베트남뿐', '(한국전쟁은) 민족반역세력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통일보다 분단을 택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김씨 코드의 정체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통째로 부정하는 역사관"이라며 '그런 코드로 역사를 읽으니 헛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온갖 감정적 언설을 쏟아냅니다.

특히 김 관장이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을 두고는 "새 정권에서도 밥자리에 목을 매 독립기념관장 자리를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것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자기 입으로 '분단·독재·전쟁·외세 세력이 지배해왔다'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겟다고 뒷전으로 공천신청까지 했다니 얼굴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 것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신문 사설이 어떤 특정인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리적 설득과 합리적 비판이 아닌 자신들의 감정 배출구로 활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신문사들은, 특히 수구족벌신문(조중동)들은 종이신문이 'NIE(신문활용교육)'의 교재로 쓰이는 것에 대해 걸핏하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신문 사설의 경우 '논술의 교재'가 된다고 떠들고 다니죠.

근데, 조선일보의 이 사설들, 어디 초등, 중등, 고등학생들에게 읽히기나 하겠습니까?
정말 어떤 학생이 조선의 사설을 읽고,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나 기자들처럼 특정인, 특정정치집단에게 근거라고는 없이 악다구니만 남은 악감정과 편견을 가지고 외눈박이가 되지 않을까 정말 우려습니다.

참고로, 김삼웅 관장은 항일운동과 친일세력에 대한 연구성과가 대단히 높은 사람입니다.
"가장 치열한 항일투쟁, 김원봉 정당한 평가를" 
위의 기사는 가장 최근의 인터뷰이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04년 <백범 김구 평전>을 시작으로 <단재 신채호 평전> <만해 한용운 평전> <심산 김창숙 평전> <녹두 전봉준 평전> 등을 잇달아 출간했다. 또 최근에는 일제강점기 일제와 맞서 의열단 및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폭렬투쟁(暴烈鬪爭)을 벌였던 <약산 김원봉 평전>을 펴냈다."
"김 관장은 <대한매일신보> 주필을 거쳐 성균관대에서 정치문화론을 가르쳤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친일파재산환수위원회 자문위원, 친일파인명사전편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인물 평전외에 <친일정치 100년사> <해방 후 양민학살사> <한국필화사> <곡필로 본 해방 50년> 등이 있다."

독립기념관장 정도의 자리에 앉아 이 정도로 연구하는 사람, 친일문제에 대해 이 정도로 연구하는 사람은 손꼽기 힘들다고 봅니다.

 

 

 

 

유력지 동아일보의 '한심한' 사설

 

[오늘의 핫이슈] 이석연은 띄우면서 유인촌 태도변화는 비판?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지 보름밖에 안된 이(석연) 처장이 인사권자를 향해 하기 어려운 ‘바른말’을 했다. 정부 각료와 대통령 참모 등 고위 공직자의 자리는 대통령 코드에 따라 움직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동아일보 오늘자(22일) 사설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 가운데 일부다. 이석연 법제처장이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정권 인사 퇴진론’과 관련해 “단체장 사퇴는 국민과 당사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한나라당 논리로 집권했지만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헌법정신에 입각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담고 있다.

 

이석연 법제처장의 발언 ‘칭찬’하면서 유인촌 ‘태도변화’는 비판

   
  ▲ 동아일보 3월22일자 사설.  
 
이석연 법제처장의 이 같은 발언은 특히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태도와 대비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문화적인 사고’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할 문화부 장관이 ‘정치권력의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보수적 노선을 걸어왔던 이 처장이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목소리를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처장의 ‘소신’보다 더 이례적인 건 동아일보의 오늘자(22일) 사설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나 유 장관이 ‘구정권 인사 사퇴론’을 제기할 때 비중을 두며 힘을 실어주는 태도를 보인 곳 가운데 하나가 동아일보이기에 그렇다. 물론 논설위원의 칼럼 등을 통해 유 장관의 ‘오버’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동아의 기조는 ‘구정권 인사 사퇴’ 쪽에 기울어졌다는 평가다.

그런 동아가 갑자기(?) 사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사모 논리로 집권했고, 그 논리로 계속 가다 국민과 멀어졌다”는 이 처장의 말에 “맞는 말”이라고 응답을 하더니 “이 정부에서는 더 많은 ‘이석연’이 나왔으면 한다”는 당부까지 덧붙인다. 오! 웬일?

 

사설에서 ‘서로 다른 주장’ 하고 있는 동아일보

그런데 놀라움도 잠시, 같은 공간에 있는 또 다른 사설 <흔들리는 유인촌 장관, 되살아난 노 코드 사장>을 보니 전혀 ‘딴소리’를 해대고 있다. 동아가 사설을 통해 이석연 법제처장의 소신을 긍정 평가했으면 당연히(!) 소신 없이 ‘홍위병 노릇’을 한 유인촌 장관을 나무라는 게 온당하다. 그런데 동아일보, 유 장관의 처신을 비판하기는 했는데 엉뚱한 걸 비판하고 있다. 왜 ‘기관장 사퇴론’을 주장하더니 갑자기 바꿨냐는 것이다.

이거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유력 일간지 사설에서 이런 ‘해괴한 짓’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슬며시 화가 치밀기도 한다. 독자를 우롱해도 유분수지 이거 뭐하는 짓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일부분을 인용한다.

   
  ▲ 동아일보 3월22일자 사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이른바 ‘코드’로 임용된 산하 단체장들의 거취문제를 맡고 있는 책임자다. 그런데도 그의 철학과 원칙이 불분명해 보인다. 닷새 전만 해도 대상 단체장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하더니 그제는 돌연 ‘대상이 됐던 많은 분들께 굉장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생각이 바뀐 것인가, 다른 이유가 생긴 것인가.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니 딱하다.”

딱한 건 유 장관이 아니라 동아일보인 것 같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니” 말이다. 유 장관은 그래도 시간차라도 있는데 동아는 같은 날, 같은 공간, 그것도 같은 사설에서 서로 다른 소리를 해대니 …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유인촌 장관보다 더 오락가락 하는 동아일보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 정권이 내건 가치와 신념에 따라 국정을 이끌어 가라고 국민에게 위임을 받았음을 뜻한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유 장관처럼 흔들려서는 노회한 좌파의 농성전(籠城戰)에 맞설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 오늘자(22일) 사설 <흔들리는 유인촌 장관, 되살아난 노 코드 사장>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 부분과 같은 날짜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에서 강조한 “정부 각료와 대통령 참모 등 고위 공직자의 자리는 대통령 코드에 따라 움직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는 부분이 나란히 한 지면에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건 오히려 유인촌 장관이 아닐까 싶다. 유 장관의 오락가락을 비판하는 동아일보가 오히려 본인보다 더 ‘널뛰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력지 사설 수준이 이 모양이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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