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간 이기심의 끝은…

한라의메아리-----/주저리주저리

by 자청비 2008. 5. 19. 15:41

본문

1950년대 파푸아뉴기니섬의 외딴 곳에 모여 살던 포어족 원주민 8천여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로 죽음의 공포 속에 떨었다. 주민들은 온 몸이 떨리고 얼굴 근육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마치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죽어갔다. 이들은 이 괴질을 '두려움에 떤다'는 뜻의 토속어인 '쿠루'라고 했다.


1957년 오스트레일리아 공중보건부의 의사로 있던 빈센트 지가스와 미국 국립보건원의 칼턴 가이두섹 박사가 이 마을을 찾아가 쿠루의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주민들의 식인풍습이 빚어낸 질병이었다. 그러나 즉시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몇 해가 지난 뒤 발병하는 긴 잠복기 때문에 이들은 식인풍습과 질병과의 연결고리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발병 원인이 밝혀지자 이 마을에서 식인풍습은 금지됐고 쿠루도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먹었던 사람이나 쿠루병에 걸려 죽은 사람의 뇌를 만졌던 사람에게서 계속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식인풍습이 금지된 이후에도 12년 동안 쿠루로 인해 1천1백여명이 희생됐다.


가이두섹은 쿠루의 병원체가 매우 더디게 증식하는 '슬로(slow 느림보) 바이러스'라고 했다. 하지만 1982년 미국의 신경학자인 스탠리 프루지너는 감염성이 있는 단백질인 '프리온'을 발견함으로써 병원체가 바이러스가 아닌 변형 프리온으로 규명됐다.


쿠루는 사라졌지만 변형 프리온은 다시 부활했다. 인간이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의 뼈와 부산물 따위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결과 소해면상뇌증(BSE), 즉 광우병이 생겨난 것이다. 인간의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도축되는 동물이 많아지고, 도축과정에서 나오는 뼈나 내장 등의 부산물을 갈아서 다시 사료로 만들어 먹였던 때문이다. 인간의 무지와 오만, 그리고 탐욕이 빚어낸 결과이다.


현재 대다수의 국가들이 반추동물(소나 양)의 척수나 뇌, 또는 내장으로 만든 사료를 금지하면서 광우병 발병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처럼 그것을 막고도 오랜기간 발병했던 것처럼 지금도 영국에서 이로 인한 사망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광우병이 인간의 실용 때문에 생겨난 것처럼 조류독감도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류독감은 원래 자연계에서 발생된 바이러스이다. 그런데 조류독감이 최근 인간에게 공포를 불러오는 이유는 사람 사이에 감염되는 유행성 독감으로 변이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독감에 걸린 사람이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인체내에서 두 바이러스가 결합돼 인간사이에 전염 가능한 변종바이러스로 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이 이처럼 유전적 장벽을 넘어 사람을 위협하게 된 것은 공장형 축산과 도시 빈민가의 확산, 무분별한 간척지 개발 등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숙주를 밀집시킨 공장형 축산과 인구 밀도가 높으면서도 비위생적인 슬럼가, 야생조류의 주요 서식지인 갯벌 파괴 등으로 인해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학이란 것은 오로지 인간의 이기심과 성장과 소비, 소득의 증대 뿐이다. 모든 경제활동의 궁극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토대, 즉 생태계의 건강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없이 눈 앞의 이익추구의 논리만을 유일한 잣대로 우리 전체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그 결과는 온갖 사회적 모순과 임박한 환경생태적 대재앙 뿐이다.


최근 대형 참사를 빚은 중국의 지진도 산사댐 개발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지진발생 3일전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떼지어 이동해 지진을 예고하는 이상징후가 나타났다고 한다. 대자연의 신비는 여전히 인간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인간의 탐욕을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쯤에서 명심보감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順天者(순천자)는 存(존)하고, 逆天子(역천자)는 亡(망)이니라"  하늘의 이치에 맞게 살면 살아남고, 어긋나게 살면 죽는다는 뜻이다. 자연에 적응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이치를 후손들에게 일깨우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거대한 자연의 질서 앞에 인간이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한라의메아리----- > 주저리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솟는 유가, 서민은 고달프다  (0) 2008.05.25
'Daum권리침해신고센터'에게  (0) 2008.05.23
가지 않은 길  (0) 2008.04.21
봄의 들녘  (0) 2008.04.19
절묘한 현장  (0) 2008.04.1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