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발발이후 페르시아 만의 6개 산유국들이 가격인상과 감산에 돌입하면서 세계경제는 1차 유류파동에 휩싸였다. 배럴당 2.9달러였던 원유(두바이유) 고시가격은 4달러를 돌파했다. 이 파동으로 1974년 주요 선진국들은 두자릿수 물가상승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도 1973년 3.5%였던 물가상승률이 1974년 24.8%로 수직상승했고, 성장률은 12.3%에서 7.4%로 떨어졌다.
1978년 12월 호메이니 주도로 회교혁명을 일으킨 이란은 전면적인 석유수출 중단에 나서면서 세계경제는 2차 유류파동을 겪어야만 했다. 배럴당 13달러대였던 유가는 20달러를 돌파하고 1981년 1월 39달러의 정점에 도달했다. 한차례 유류파동을 겪었던 탓에 선진국들의 충격은 1차 파동 때보다 적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당시 대통령 피살에 이은 정치혼란기와 겹치면서 1980년 실질성장률이 경제개발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2.1%)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무려 28.7%에 달했고 실업률도 5%를 넘어섰다. 당시 한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식당의 공기밥 그릇 크기를 높이 6㎝, 직경 10㎝ 이내로 제한하라는 행정지침을 내려 시민들 분노를 사기도 했다. 지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에피소드지만, 그만큼 고유가의 충격이 컸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으로 인해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월 배럴당 88달러이던 국제유가는 이제 1백33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석 달여 만에 무려 50%나 폭등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계속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휘발유 가격이 1ℓ당 2천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미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1ℓ당 2천원을 넘어선 주유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3차 유류파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물가가 2배 오르는 동안 국내 휘발유값은 5배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같은 기간에 경유값이 10배나 폭등했다는 것이다. 경유가 폭등은 휘발유와 달리 농어민과 소규모 자영업자 등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경유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어 경유 소비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물론 서민들만이 아니라 유가 급등은 국내 산업계 전반에 대해 '고사 직전'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미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nyse: gs)는 이르면 연내 유가가 2백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년간 100% 오른 유가가 연내에만 60% 더 오른다는 것이다. 지난 1, 2차 유류파동이 국제문제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인해 나타난 것이라면 이번 국제유가 상승은 공급부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는 한 유가상승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가급등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 물가가 지난달 4%를 뛰었고 원재료 물가는 56%가 폭등했다. 소득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봉급생활자나 일반 서민들은 가만히 앉아 가난으로 내몰릴 판이다. 하지만 정부가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다 할 대책회의를 했다는 말도 들리지 않는다.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정책 등은 뻔질나게 하면서 유류세 감면은 곤란하다고 한다. 정부의 무대책 속에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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