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나이는
이재곤
바람처럼 그저 떠돌았습니다.
저물 때 저물어서
고개 숙여 어둑어둑
저녁을 걸어서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마흔일곱은
슬픈 것 같습니다
살아갈 수록 힘이듭니다.
살면 살수록 슬픔은 많아지고
또 슬픔은 무거워집니다.
삶이 무거움은
이젠 느슨하게 풀어서
어둠에 머리 기대고
빈 가슴으로 휘청되는
갈꽃을 만났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이젠 해도 걷히고 어둠이 자욱한
마당에 슬픔을 깝니다
아무래도 마흔일곱나이는
슬픈 것 같습니다
마흔 일곱의 일기
月影 정 병 연
때로는 새색시마냥 속 좁게 수줍어하다가
때로는 발정 난 망아지처럼 펄쩍펄쩍 날뛰다가
금 간 축대 밑 가는 틈새
하얗게 질려 숨어든 별빛처럼
봄날 새순 같은 맘을 헤아려 삭혀놓고
사 호선 지하철을 하릴없이 왕복 하다가
막소주 한 병 거머쥔 채 발품 팔아 방황하다가
어느 지하도 모퉁이에 죽은 듯 널프러져
취한 시인의 배고픈 노래처럼
키득키득 모를 웃음 비릿하게 토해놓고
마흔일곱 험한 무게를 서글프게 아파하다가
배불러 비틀거리는 서글픔을 희망이라 노래하다가
새끼들의 초롱한 눈망울처럼
잿빛 하늘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둠 속 비단 들춰 푸른 열차 기다리네
四十七,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是以聖人 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집밖에 나가지 않고도 天下를 알 수 있고
창밖을 내다보지 않고도 天道를 알 수 있다.
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앎은 더욱 적어진다.
무릇 聖人으로 行하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고도 말할 수 있으며
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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