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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메아리-----/주저리주저리

by 자청비 2008. 6. 1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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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일곱 나이는

 

                                이재곤


      바람처럼 그저 떠돌았습니다.
      저물 때 저물어서
      고개 숙여 어둑어둑 
      저녁을 걸어서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마흔일곱은 
      슬픈 것 같습니다

      살아갈 수록 힘이듭니다.
      살면 살수록 슬픔은 많아지고
      또 슬픔은 무거워집니다.
 
      삶이 무거움은 
      이젠 느슨하게 풀어서
      어둠에 머리 기대고  
      빈 가슴으로 휘청되는 
      갈꽃을 만났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이젠 해도 걷히고 어둠이 자욱한 
      마당에 슬픔을 깝니다

      아무래도  마흔일곱나이는  
      슬픈 것 같습니다

 

 


      마흔 일곱의 일기

 

                                        月影 정 병 연

 
      때로는 새색시마냥 속 좁게 수줍어하다가 
      때로는 발정 난 망아지처럼 펄쩍펄쩍 날뛰다가 
      금 간 축대 밑 가는 틈새 
      하얗게 질려 숨어든 별빛처럼 
      봄날 새순 같은 맘을 헤아려 삭혀놓고

 

      사 호선 지하철을 하릴없이 왕복 하다가 
      막소주 한 병 거머쥔 채 발품 팔아 방황하다가 
      어느 지하도 모퉁이에 죽은 듯 널프러져 
      취한 시인의 배고픈 노래처럼 
      키득키득 모를 웃음 비릿하게 토해놓고

 

      마흔일곱 험한 무게를 서글프게 아파하다가 
      배불러 비틀거리는 서글픔을 희망이라 노래하다가 
      새끼들의 초롱한 눈망울처럼 
      잿빛 하늘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둠 속 비단 들춰 푸른 열차 기다리네

 

 

      四十七,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是以聖人 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집밖에 나가지 않고도 天下를 알 수 있고 
      창밖을 내다보지 않고도 天道를 알 수 있다. 
      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앎은 더욱 적어진다. 
      무릇 聖人으로 行하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고도 말할 수 있으며 
      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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