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의 활력소 ‘거미줄 인맥’ 노하우
# 뜻 맞는 사람끼리 동호회나 계가 최고
교육관련 기업에 종사하는 박모(28)씨는 요즘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메신저나 싸이월드와 담을 쌓고 산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글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미덥지 못해서다. 박씨는 오프라인 모임이 많은 동호회를 선호한다.3년 전부터 인터넷 카페의 산악동호회에 가입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 지금의 동호회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정기 모임을 갖고, 산행을 한다.
박씨가 수많은 동호회 가운데 산악동호회를 선택한 것은 사회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인맥을 쌓기 위해서다. 등산 애호가는 대개 40∼50대이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이 많다.“요즘은 취직도 어렵지만 이직도 많잖아요. 제가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 더 나은 조건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배들의 인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동호회 활동을 하며 그분들과 맺은 인연이 사회 생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1)씨는 대학 때 헌신했던 동아리가 인맥 관리의 핵심이다.27년의 역사를 가진 동아리에는 은행 지점장, 보험회사원, 변호사, 학원강사, 광고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있다. 때문에 동아리 모꼬지나 졸업생을 위한 행사엔 빠지지 않고 참석해 우의를 다져놓는다.
회사에서 가끔 특판 주문이 떨어질 때 동아리 선후배는 곤란한 전화를 해도 꺼리지 않고 받아준다. 결국 상부상조를 통해 나중에 자신이 곤란한 일을 겪을 때가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끔씩 월급을 털어 후배들에게 푸짐하게 한턱 내는 것도 중요하다. 동아리의 영속을 위해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학 땐 그저 취미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 동아리라고 생각했지만, 졸업하고나니 이것만큼 중요한 인맥관리 풀이 없더군요. 물론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지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둔 게 너무나 다행이다 싶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모(32·여)씨는 직장 여성 선배들과 계를 하고 있다. 한달에 20만원씩 내고 6개월 뒤 1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계를 탄 사람이 10만원 상당의 밥을 사기 때문에 오히려 적자가 난다. 그럼에도 신씨가 계 모임을 유지하는 이유는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직장 여성은 집안일로 남성처럼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계를 선택한 것이다.40대부터 20대까지 참여한 계 모임에서는 여성을 위한 고급정보가 오간다. 각자의 부서에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 놓고 조합하면 인사이동의 유무, 사내 세력관계 등을 알 수 있다. 지난 번에는 늘 매너 있는 부장이 인사에서 여직원들을 ‘물’먹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부서로 전출을 원하던 신씨는 과감히 미련을 접었다.
“돈으로 묶인 데다가 매월 만나서 정기적으로 식사까지 하게 되니 서로 끈끈할 수밖에 없죠. 다른 여직원들도 끼고 싶어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정보 가치가 낮아지잖아요.”
# 인터넷 시대, 인맥관리도 인터넷으로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최모(27·여)씨는 인맥 관리에 인터넷을 충분히 활용한다. 메신저를 비롯해 싸이월드, 카페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해 다양한 사람과 사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우선 싸이월드를 방문한다. 친구와 이웃의 홈페이지를 두루 찾아다니며 안부 인사를 남긴다. 새로 올라온 사진이 있으면 일일이 댓글도 단다. 낮 시간에는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하며 인맥을 두텁게 쌓아간다.
최씨는 살사댄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카페에도 가입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어서 한 번만 만나도 곧잘 친해진다. 이들과는 주중이나 주말에 번개모임이나 정기모임을 갖는다.
“인터넷의 발달은 인간 교류에 혁명을 낳은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과 빠른 시간 내에 소통할 수 있게 하니까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요즘 인터넷 공간을 통해 맺은 인맥은 제가 세상에 뒤처지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수줍음이 많은 회사원 김모(29·여)씨는 인맥 관리의 방법으로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낯을 많이 가려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로 포털사이트의 인라인 스케이트 카페에서 인맥을 관리한다. 평소 카페 게시판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온 회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한강시민공원을 찾아 인라인을 타다보면 어느새 회원들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김씨의 현재 남자친구도 인라인 카페를 통해 알게 됐다. 한 회원이 소개해줘 5개월 전부터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온라인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편하게 지내던 사람들이라 처음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땀을 흘리며 함께 인라인을 타다보면 정도 금방 들고요. 매일 만나는 직장동료들보다 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 정도에요.”
# 경조사 진심으로 챙겨야 제격
학원강사 김모(32·여)씨는 경조사 참석이 인맥관리의 중요한 수단이다. 학원 일을 하다보니 쉬는 날도 없고 저녁 강의가 대부분이라 친구 만나기도 쉽지 않다. 한동안 친구들은 웬만한 모임이 있어도 김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 “어, 넌 바빴지?”라는 한마디 물음이 전부였다. 충격을 받은 김씨는 이후엔 주변 사람의 궂긴 일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좋은 일에는 든자리가 많이 보이지만 궂긴 일에는 난자리가 드러나보인다.”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이제 그런 김씨에게 늘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사실 살아가는 데 사람만큼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경조사 참석이 최선이더라고요.”
제과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31)씨의 인맥관리 노하우도 경조사 참여하기다. 이씨는 회사동료뿐 아니라 하청업체 직원의 경조사까지 챙긴다. 그의 방법은 무조건 ‘얼굴디밀기’다. 한번은 직장동료의 상가에 가면서 돈이 없어서 몸만 왔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는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직접 찾아준 사람의 정성보다 못하다는 입장이다. 결혼식장에는 꼭 20분 먼저 가서 악수하고, 사진 찍을 때도 참여한다. 평일, 주말,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상가든 결혼식장이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갈 때는 돈과 함께 편지를 동봉한다. 남들은 식사를 안하기 때문에 적은 돈을 넣지만 이씨는 못가서 미안하다며 더 많은 돈을 넣는다.
“언제 누구 결혼식에서 만났다고 하면 당연히 저를 기억합니다. 영업사원으로 최상의 인맥관리 노하우죠.”
※사람 잘 사귀는 법 | ||||||
적극 나서서 손 내밀고 공통 관심사 연구하라
직장인 정모(27·여)씨는 ‘인맥관리의 여왕’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발이 넓다. 정씨는 지난해 ‘블루오션 전략’의 역자인 강혜구씨의 강의를 석달간 들은 적이 있다. 교육프로그램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정씨는 기회다 싶어서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에서 총무를 선출할 때 정씨는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 총무를 하면 허드렛일 때문에라도 모임에 나온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정씨는 그 때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인맥을 넓힐 수 있었고, 지금도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인맥관리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관건이죠. 정기모임 참석은 필수이고, 관리한다는 생각보다는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전략팀장인 정모(37)씨는 ‘거래처 누님(미용실 원장)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지를 탐독한다. 시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침마다 신문을 읽었던 정씨는 지난해 말 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기고 미용실 원장들을 만난 뒤 충격을 받았다. 시사에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했던 정씨는 이들의 깊고 넓은 지식수준에 놀랐다. 스캔들이 났던 연예인의 사생활과 뒷이야기부터 정치·경제 분야에서 발행한 사건의 내막까지 이들의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회식자리에서 팀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미용실 원장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팀원이 “그들의 지식의 샘은 월간 여성지”라고 귀띔해줬다.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여성지를 꼼꼼히 읽고 난 정씨는 무릎을 쳤다. 원장들과의 대화에서 정씨가 알아듣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가 모두 여성지에 나와있는 것들이었다. 이후로 정씨는 수많은 여성지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본다. 그 결과 정씨는 원장들과의 수다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내공을 갖추게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29)씨는 인맥관리를 하려면 명함관리가 필수라고 말한다. 박씨는 영업부서에서 활동하다보니 업계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허다하다. 박씨는 업무상 한 번 만난 사람은 회사별로 따로 정리하고, 자주 연락이 필요한 사람은 보다 간편한 핸디명함집을 활용한다. 요즘에는 명함스캐너라는 프로그램이 나와 명함을 전자파일 형태로도 관리할 수 있다. 박씨는 이렇게 명함을 분류한 뒤, 필요한 사람과는 수시로 안부를 묻는 등 연락을 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업무 얘기가 나오면서 풀리지 않던 일도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기회가 종종 생긴다고 한다.
“명함을 통해 연락을 자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게 되더군요.” 제약회사 영업팀에 근무하는 박모(28·여)씨는 인맥관리의 기본으로 강한 체력을 꼽는다. 제약업계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주로 여러가지 술을 섞어 마신다. 그러다 보니 몇 잔만 마셔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취하는 때가 적지 않다. 입사 후 여러번 고생했던 박씨는 ‘이대론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체력관리에 들어갔다.
출근 전 수영을 하며 체력을 관리한 지 한 달이 지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소엔 두어잔만 마셔도 쓰러졌지만, 폭탄주 열 잔을 마셔도 괜찮아진 것. 게다가 상사가 쓰러질 정도로 취하면 부축해 집에 가는 택시를 잡아주기까지 하면서 거래처와 회사에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일도 싹싹하게 잘하는 박 대리, 술자리에서도 역시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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