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디지털 촛불’ 든 그들은 ‘2.0세대’ |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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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α] 새로운 10대가 왔다 지난 1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고은진(가명·16)양은 젖소 복장을 하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은진양은 “주최 쪽 자원봉사자들을 도와주다가 친해져 아예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리곤 “지금 중요한 나랏일을 하는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아침 은진양은 “저녁에 청계광장에 나간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부모님은 은진양을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았다. 아빠는 “가보는 건 괜찮지만,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만 했다. 무엇이 은진양을 ‘광장’으로 이끌었을까? 은진양은 우선 “우리가 뭘 모른다고 하던데, 사실은 정보가 많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용한 휴대전화로는 하루 평균 100통의 문자를 보내고, 또 그만큼 받는다. 친구들 사이의 정보가 완벽하게 파악되고 그룹별 의견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루 평균 2시간씩 하는 인터넷은 ‘삶의 터전’이다. 전날 밤 은진양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엽기혹은진실’에 들어가 또래들과 실시간 댓글로 대화를 나눴다. 대화 주제는 학교 생활이나 인기 연예인 등 마음 가는대로다. 요즘엔 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새 정보와 기사 등이 실시간으로 교환된다. 무거운 주제가 지겨우면 만화를 보거나 스크랩한 사진 등을 올리면서 ‘논다’. 카페에서 온라인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은진양은 “온라인 친구는 온라인에서 만나 놀지만, 어쩌다 번개팅으로 처음 만나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이달 초부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10대들 역시 은진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거침없고 발랄하다. 집회 때마다 서로 발언하겠다고 나서, 사회자가 “30~40대 중엔 없냐”고 진땀을 뺐다. 30·40대는 긴장된 모습으로 발언순서를 기다렸지만, 10대 발언자들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자기들끼리 재잘댔다. 하지만 의사표현은 확실했다. ㅈ여고 3학년 김아무개양은 “지난 선거 때 20대 투표율이 19%다. 10대 때 정치에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생기는 것이냐, 20대의 무관심이 이명박을 당선시켰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들은 ‘발찍한’ 구호들도 쏟아냈다. “경제를 살리지 말고, 목숨을 살려달라”,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려거든, 차라리 대운하를 파라”, “광우병 걸려 민간의료보험 혜택 못 받거든 대운하에 뿌려다오” 등 통통튀는 구호가 어른들을 제압했다. ![]() 또한 10대는 빨랐다. 한 손엔 촛불을, 다른 한 손엔 휴대전화를 들었다. 촛불집회 현장을 실시간으로 카페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이는 카페 게시판을 통해 다른 회원들한테 공유됐다. 엄지손가락으로 문자를 쓰는 속도는, 기자들의 노트북 자판 속도보다 더 빨랐다. 10대들은 집회에 ‘정치색’ 대신 ‘개성’을 입혔다. “우측에 무슨 단체 깃발을 든 사람 있음. 깃발 따라가지 마세요”라는 문자로 행동을 통일했다. 20·30대들이 까페 이름이 적힌 손팻말로 사람들을 모으는 동안, 10대들은 손등 별 표시, 흰 수건 등으로 서로를 알아봤다. 이들은 또한 영민했다. 김지민(고3)양은 “관심있는 내용이면 같은 기사라도 각 언론사 별로 읽어 보고 비교한다. 이건 아니다 싶으로 곧바로 댓글을 단다”고 했다. 고아무개(고1)은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이란 책을 사서 봤다. 영국 정부가 우리 정부와 똑같은 변명을 했지만, 얼마 뒤 광우병이 증가하고 인간광우병 환자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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