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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재미있는 재래시장 단위

또다른공간-------/알아두면좋다

by 자청비 2008. 10. 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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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지만 알고 보면 재미난 재래시장 단위 이야기

[매일경제]

갓 결혼한 새댁이 시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갔다. 새댁은 편한 할인마트로 가고 싶었지만 시어머니가 싸다며 재래시장을 고집했다. 나이 들어서는 가본 적이 별로 없는 재래시장. 좁은 길에 장바구니를 들고 마주 오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이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사람 사는 맛도 나도 물건 고르고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어머니와 물건 파는 아주머니에게 면박을 당하기 전까지는. 이유는 손, 두름, 톳 등 단위를 나타내는 재래시장의 ‘전문용어’ 때문이었다. 들어보긴 했는데 어떤 물건 얼마를 뜻하는지 도통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얘는 대학까지 나온 애가 이런 것도 모르네”하며 웃는 시어머니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의 아주머니 사이에서 새댁은 난감하기만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재래시장에서는 재래시장의 단위를 알아야 한다. 나라에서는 도량형을 통일하라고 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써온 단위들이 입에서 입으로 여전히 쓰이고 있다. 파는 사람들이 쓰는 단위이니 사는 사람이 몰라서는 안될 법. 단위만 잘 알아도 알뜰 쇼핑을 할 수 있다. 값은 깎기 힘들어도 작은 단위들을 덤으로 얻기는 의외로 쉽다. 처음에는 헷갈리기도 하지만 전문용어 아닌 전문용어로 흥정하는 일은 재래시장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는 아예 쓰이지 않게 될 지모를 전통 단위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말이 많지만 두름이나 쾌 같은 순우리말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두름

조기나 청어 등 생선이나 고사리나 취나물 같은 산나물을 셀 때 쓰이는 단위. 보통 생선은 짚으로 묶어 한 줄에 열 마리씩 두 줄, 즉 스무 마리를 한 두름이라고 한다. 다른 생선과는 달리 조기는 여전히 낱개 판매가 드물다. 산나물의 경우는 손으로 잡아 열 주먹 정도 되는 분량이 한 두름이다. 두름은 다른 말로 급이라고 쓴다.

▷쾌-태

생선 중에서도 북어와 명태를 셀 때는 별도의 단위를 사용했다. 쾌나 태 모두 두름과 마찬가지로 스무 마리가 기본 단위다. 1 쾌는 북어 스무 마리를 뜻하며 일부 지방에서는 코라고 하기도 한다. 1태는 나무 꼬챙이에 꿰어 말린 명태 스무 마리를 가리킨다. 

▷축

오징어를 셀 때는 축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오징어를 한 마리씩 낱개 포장해 팔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오징어도 묶어서 팔았다. 한 축은 묶어 놓은 오징어 스무 마리를 뜻한다. 재래시장 건어물 가게는 물론이고 동해안 일대의 수산물 가게 등에서는 지금도 널리 쓰인다. 

▷톳

김을 셀 때는 쓰는 단위. 포장 김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널리 쓰이던 용어다. 김 100장을 묶어 놓은 것을 한 톳이라고 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40장을 한 톳으로 쓰기도 한다. 비슷한 말로 속도 있다.

▷접-거리

채소가게나 과일가게에서 들을 수 있는 말. 한 접은 과일이나 채소 100개를 말한다. 갈수록 소량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라 일반 가정에서 접 단위로 물건을 살 일은 거의 없지만 마늘은 아직도 접 단위로 판매되는 곳이 많다. 또 식당이나 대량 구매를 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종종 쓰인다. 가지나 오이 같은 채소는 1접의 절반인 50개를 거리라는 단위로 쓰기도 한다.  

▷손

뜻은 어감 그대로 한 손에 잡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하지만 시장에서는 두 가지로 쓰인다. 미나리나 파 등 채소의 경우는 한 줌 분량을 말하자면 조기, 고등어, 배추처럼 덩어리가 있는 물건을 셀 때는 두 개를 말한다. 특히 생선의 경우 큰 것과 작은 것 하나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홉-되-말

곡식 등의 가루나 술 같은 액체의 부피를 잴 때 쓰이는 단위.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쌀이나 보리 콩 같은 곡식은 물론 참기름 등을 사고 팔 때는 kg보다 되가 많이 쓰였다. 특히 막거리를 받아오던 시절에는 익숙하게 들을 수 있던 말이고 소주나 청주의 경우에는 2홉-4홉들이 라는 말로 남아있다. 되는 홉과 말의 중간 단위인데 열 홉이 한 되가 되고 열 되가 한 말이 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다는 속담도 여기서 나왔다. 현재의 단위로 환산하면 홉은 180㎖, 되는 1.8ℓ, 말은 18ℓ에 해당한다.

▷자

전통 단위 체계인 척관법에서 길이를 나타내는 기본 단위. 한자로는 척(尺)이라고도 하며 한나라 이전부터 쓰였다고 한다. 원래는 손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 끝에서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를 뜻했으나 한국에서는 30~32cm 정도로 통용되었다. 1963년 계량법이 제정된 이후 거래나 공문서 등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포목상이나 지물포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따금 작은 문방구에서는 종이나 비닐 같은 것을 잘라 팔 때도 들을 수 있다.

▷푼

여러 가지 뜻을 가진 단위. 가장 흔하게 듣는 것은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1푼은 전체 수량의 100분의 1, 1할의 10분의 1이다. 야구에서 타율을 나타낼 때 지금도 할-푼-리를 쓰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게나 길이를 나타날 때도 쓰이는데 특히 한약재를 많이 파는 경동시장이나 종로 일대의 금은방에서 무게를 잴 때 많이 쓰인다. 무게를 나타내는 1푼은 1돈의 10분의 1이자 1냥의 100분의 1로 약 0.375g. 지금도 돌반지나 행운의 열쇠 같은 순금 제품의 무게나 값어치를 나타낼 때는 일반적으로 쓰인다. 금 길이를 나타내는 푼은 한 치의 10분의 1, 즉 0.33cm에 해당한다.

▷근-관

마지막으로 재래 시장 한켠에 자리한 정육점에 들려보자. 무게를 잴 때는 분명 ㎏으로 된 저울을 사용하지만,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근이나 관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고기 1근이 600그램이라는 것은 상식. 하지만 관은 조금 낯설다. 1관은 3.75㎏에 해당되는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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