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가면 벗기기’ 대소동 관전기
문한별 <데일리서프라이즈> 편집위원
검찰과 <월간조선> vs <신동아> 기싸움도 관전포인트
미네르바 구속 파문이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인다.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기각하면서까지 구속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나서는데도 논란의 불길은 좀처럼 꺼질 줄 모른다. 그렇기는 커녕 갈수록 더욱 확산되어 가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MBC <100분 토론>은 미네르바 구속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어 16일엔 <야후 코리아> 주최로 반대쪽 입장과 찬성쪽 입장을 대표하는 진중권 대 변희재의 1:1 맞짱토론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선정적 보도로 일관한 자사 보도태도를 되짚어보는 반성의 목소리를 지면에 실었다(A25).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는 이것이 신기하다는 듯 클로징멘트에서 이를 잠시 소개하기도 했다.
19일 <신동아> 2월호가 발매되면, 미네르바 진위공방은 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벌써 인터넷에서는 "미네르바는 1명이 아니라 7명"이며 '박 미네르바'는 진짜가 아니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멤버들 모두 금융업에 종사했고 언론사 뺨치는 정보력을 갖고 있으며 "힘없고 배고픈 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2007년 12월 말부터 500건 가량의 글을 작성해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올렸다는 그런 내용...
만약 <신동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대한민국 검찰이 가짜를 붙잡아다가 "이게 진짜"라며 마스터베이션이나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한 수치와 수모가 또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검찰인데 그렇게 허튼 짓을 하겠느냐는 반론의 목소리도 들린다. <신동아>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거듭난 <동아> 위상을 생각하면 그 또한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시골의사'란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씨가 지난 17일 <신동아> 2월호의 파괴력에 무게를 실으면서 "월요일이 되면 뒤집힐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발언한 것도 <동아>를 바라보는 이런 시각과 무관치 않다.
▲ 미네르바 정체에 대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편 <월간조선> 2월호와 <신동아> 2월호. ⓒ데일리서프라이즈
여기에 <월간조선>이 뜬금없이 한 발 걸치면서 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늘었다. 18일 발매된 2월호에서 박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전 의원의 입을 빌어 "<신동아> 미네르바는 가짜"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전선은 분명해졌다. "'박 미네르바'가 진짜"며 "다른 미네르바는 없다"는 검찰과 <월간조선>, 그리고 "미네르바는 한 명이 아니라 한 팀"이며 "검찰이 붙잡은 미네르바는 가짜"라는 <신동아>. 과연 누가 이길까? '전부 아니면 전무'일 수밖에 없는 복불복 게임이라, 이기는 쪽은 대박이지만 지는 쪽은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특히 검찰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과 충격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전망이다.
<조선>과 <동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져가는 <월간조선>과 <신동아>의 기싸움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정권의 전위들끼리 죽기 살기로 '팀킬'하는 전대미문의 장관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면 섭하다.
글을 맺기 전에 한 말씀. 미네르바가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글 쓰도록 가만 놔뒀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절필선언도 없었을 것이고, 이따위 진실게임에 온 나라가 말려들어 난리법석 떠는 일도, 그럴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그 점에서 '미네르기 가면 벗기기' 대소동은 이명박 정부 스스로 자초한 점이 크다고 할 밖에 없다. 국민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감시하는 이 정권의 과민반응이 빚은 자충수 내지는 자승자박이라고나 할까.
암튼 검찰이 맞으면 <신동아>가 넘어가고, <신동아>가 맞으면 검찰과 <월간조선>이 듀엣으로 떡실신당하는 '대한민국 진실게임' 결과가 속히 밝혀졌으면 좋겠다. 설마 '대마불사'라고 어영부영 넘어가는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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