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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마디' 조차 없는 정부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9. 1. 2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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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째 ‘사과 한마디’조차 없는 정부
청와대도, 경찰도, 지자체도 책임회피
“대통령 사과” “무리한 진압” 여론 외면
농민시위 사망·숭례문 화재 때와 대조

<한겨레>

 

» 전국철거민협의회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청운동 청와대 들머리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날 청와대 앞을 비롯해 국회의사당과 서울시청 앞 등 전국 8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철거민과 경찰 6명이 생명을 잃은 용산 참사가 난 지 열흘이 됐지만, 청와대와 경찰·서울시·용산구 등 어디에서도 사과나 책임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005년 발생한 농민 사망 사건의 뒷처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2월 숭례문 방화사건 뒤 문화재청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국민에게 사과한 것과도 매우 대조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용산 참사에 대해 “인명 희생이 빚어진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에둘러 유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 뒤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진압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진상 규명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사과도 문책 인사도 하지 않고 있다.

 

»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당과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연 기자회견에서 주먹을 쥔 채 “경찰의 폭력·살인 진압을 규탄하고 엠비(MB) 악법을 저지하겠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그러나 지난 23일 여론조사기관 사회동향연구소의 설문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가 ‘찬성’했다. 이번 사건과 비교되는 2005년 11월 서울 여의도 시위 도중 발생한 농민 사망 사건의 경우,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그해 12월 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고, 당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모두 물러났다. 이 사과문은 29일 인터넷에서 다시 유포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소리높여 요구했다.

 

무리한 진압으로 참사의 빌미를 제공한 경찰에서도 공식 사과는 없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참사를 일으킨 진압 작전을 승인한 당사자지만 강력한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회동향연구소의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참사의 책임이 무리한 진압을 한 경찰에 있다고 답했다.

 

도시정비사업정책의 포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시도 참사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사고 당일 현장을 방문해 “개별적인 재개발 방식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숭례문 화재 사건 당시에는 오 시장과 김동일 중구청장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했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용산4구역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권한을 가진 용산구청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용산구청은 조합 쪽이 세입자에게 동산이전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불법행위를 했는데도 행정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세입자의 권리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박장규 구청장은 사건 당일, 숨진 세입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구청장이 따로 사과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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