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장자연리스트" 이종걸·이정희 고소
자사 1면 기사통해 고소사실 공개…서프라이즈 대표도 고소
<미디어오늘>
조선일보가 장자연리스트에 자사 사장(특정 임원) 등의 이름이 들어있다고 국회 대정부질의와 MBC <100분토론>에서 밝힌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11일자 신문에서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는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조선은 이날 1면 <본사, 이종걸·이정희 의원 등 고소>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자사가 소장을 통해 "본사 임원은 장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이종걸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장자연 리스트' 내용을 언급하면서 본사 특정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된 것처럼 이야기해 본사와 본사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이종걸(사진 오른쪽)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장자연 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는 조선일보 대표 실명을 공개했다. ⓒ국회방송
조선은 이어 소장에서 "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 내용이 국회방송 생중계 및 국회방송 홈페이지 동영상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며 "이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나아가 이런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도 올려 네티즌들이 열람하도록 했다"고도 조선은 전했다.
조선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해서도 "이 의원이 10일 새벽 1시쯤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돼 있는 것처럼 수차례 실명을 거론했다"고 주장했고, 서프라이즈에 대해선 "친노 인터넷매체인 서프라이즈는 장씨 자살 직후부터 게시판에 조선일보의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단정적으로 적은 게시글을 장기간 방치해 네티즌들이 열람하도록 했다"고 적시했다.
조선은 "조선일보사는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데 이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곧 제기할 방침"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4월11일자 1면
그동안 조선일보는 이 의원 등이 대정부 질의에서 주장한 내용에 조선일보와 방 사장이 들어있다는 것도 명예훼손이 우려돼 보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돌연 자사 지면을 통해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명예훼손을 당했으니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사실상 공개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언론계에서 조선일보가 이 의원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자료까지 내놓고 자사 명도 언론에 보도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수차례 제기돼왔다. 이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내부에선 "사실이 아닌데 사일인양 계속 얘기하고 국회의원들이 TV에까지 한 것여서 열받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미디어만평>
무서운 ○○일보
[시평]박상주 논설위원
< 미디어오늘>
새삼 00일보가 이 땅의 무서운 권력임을 실감한다. 확인도 안 된 설익은 이야기들을 실명으로 마구 긁어대는 건 우리나라 언론계의 오랜 악습이었다. 그런데 00일보의 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장자연 리스트'엔 철갑이라도 입혀져 있는 걸까.
장씨의 자살과 함께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신문과 방송의 뉴스에서 그 이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겁도 없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그 터부의 영역에 칼을 빼들고 뛰어들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찰의 늑장수사를 추궁하며 그 신문사 이름과 사장의 성을 거명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두 인터넷 매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언론들이 00일보라는 익명으로만 보도하고 있다. 왜? 00일보가 무서우니까. 그러니 본란에서도 그냥 00일보라고 쓸란다.
당연히 00일보가 발끈했다. 이 의원에게 강력한 항의서한을 보냈다. 그 일부를 옮기자면,
“귀하는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0모 사장을 술자리에 모시고…'라면서 본사의 이름 및 사장의 성(姓)을 실명으로 거론하였습니다. …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국회 내에서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남용이며, 이로 인하여 특정인의 명예에 중대한 손상을 가하는 행위는 명백히 민형사상 위법한 행위입니다."
차라리 코미디를 해라. ‘아니면 말고'식 보도의 원조가 누군가? 00일보 역시 그 원조 다툼에선 빠지지 않을 선두주자다.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특정인의 명예에 중대한 손상을 가한 행위가 어디 한두 번인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이 의원이 00일보로부터 항의서신을 받은 뒤 “00일보사 스스로 침 뱉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점에서 적절하고 옳은 지적이다. 00일보의 항의서한 그대로 패러디 한 번 해볼까.
“언론특권을 가진 00일보라 하더라도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언론특권의 남용이며, 이로 인하여 특정인의 명예에 중대한 손상을 가하는 행위는 명백한 민형사상 위법한 행위입니다."
00일보는 아주 오래된 낡은 '이중 잣대'를 지니고 있다. 당장 요즘 가장 큰 현안인 ‘장자연 리스트'와 ‘박연차 리스트'를 다루는 걸 한 번 비교해보라. ‘박연차 리스트'를 다루는 기사에서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이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기사를 그냥 대서특필해대고 있다.
피의 선상에 올랐을 뿐인 이름 석 자를 꽝꽝 대문짝만하게 지면에 때려 넣는다. 비릿한 피비린내를 풍기는 언론권력의 망나니 칼춤! 무죄추정의 원칙? 애당초 00일보의 사전엔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그런 기준으로 ‘장자연 리스트'를 한 번 따져볼까? ‘장자연 리스트'는 탤런트 고 장자연씨에 대한 명예훼손과 성상납 강요 등으로 경찰에 고소를 당한 인물들의 명단이다.
죽음을 결심하고 혈서를 쓰듯 성 범죄자들의 죄목을 밝힌 고인의 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리스트다. 그 수사를 미적거리는 이유가 뭐냐고 이 의원이 추궁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우리 언론엔 장자연 리스트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말의 무게가 검사의 말보다 가벼운가?
그러나 이 땅의 진실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적이 언제 있었던가. 00일보가 어디야? 라고 묻는 건 핀잔을 듣기 딱 좋은 말이다. 소문이 더 무섭다.
▲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죽음을 둘러싼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은 지난 3월 31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의 문건에 거론된 신문사 대표가 운영하는 언론사가 축소보도를 통해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선일보의 사실보도를 촉구했다.
00일보는 지금 자신이 던진 ‘아니면 말고’ 부메랑에 얼굴이 깨지고, 자신이 즐겨 쓰던 ‘아니면 말고’ 오라에 자승자박(自繩自縛) 당하는 꼴이다. 늘 '갑'의 위치만 누리다가 갑자기 '을'의 입장에 처하게 된 언론권력의 당혹감이 안쓰럽기도 하다.
00일보 사장님께 권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자신이 만든 신문이 얼마나 많은 생사람을 잡았는지 한 번 되돌아보고 반성하라. 거대한 언론권력에 짓밟히고 유린당하면서도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피눈물을 흘렸을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라. 그리고 앞으로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는 때려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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