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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과 추모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9. 6. 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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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추모하기 위해 블로그의 다른 활동을 모두 정지하고 정기적으로 보내오던 성제훈님의 '우리말'도 별도로 모아뒀습니다. 성제훈님도 이심전심이었는지 영결식이 열리는 날까지 한글편지 발송을 잠시 중단해 미뤄진 편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 한꺼번에 모두 올립니다.   <주인장>

 

<5/25일자> 조문과 추모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합니다. 한 나라 대통령을 지낸 분의 죽음에 그저 멍할 뿐입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오늘 편지는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언젠가 '빈소'와 '분향소'의 다른 점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빈소'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을 이라는 말이므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봉하마을 마을회관입니다.

 

'분향소'는 가신 이를 애도하고 명복을 빌고자 향을 피우면서 의식을 행하는 곳이므로 어디에건 차릴 수 있습니다. '분향소'와 '빈소'의 다른 점은 관만 없을 뿐 추모절차는 거의 같습니다.

 

오늘은 조문을 알아보겠습니다. '조문'은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를 위문함. 또는 그 위문"입니다. 같은 뜻의 낱말로 문상, 문조, 조상이 있습니다. 비슷한 뜻의 낱말로 '추모'가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조문'과 '추모'는 다릅니다.

 

짧게 정리하면,
'조문'은 상을 당한 유족과 아는 사이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것이고, '추모'는 생전에 고인을 몰랐더라도 평소 존경했으면 빈소나 분향소를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입니다. 문제는 조문과 추모의 뜻이 이렇게 다른데도 이를 가르지 않고 언론에서 쓰고 있다는 겁니다.


보기를 보면, '분향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것은 틀린 겁니다. 분향소에는 돌아가신 분의 관이나 유족이 있으시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조문'은 불가능 합니다. '분향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빈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나, '분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로 써야 바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유서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고 하셨다지요?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편안하시길 빕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다시 부탁드립니다. 오늘 편지는 정치적인 편지가 아닙니다. 전직 대한민국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을 두고 우리말 '조문'과 '추모'의 다른 점을 알아본 것 뿐입니다.

 


<5/26일자> 조문의 뜻풀이

화요일입니다. 안녕하시냐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네요.

 

어제 조문과 추모의 다른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조문'은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를 위문하는 것이고, '추모'는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이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조문'을 좀더 풀어 볼게요. 바로 조문의 뜻풀이입니다.
조문의 뜻이 '상주(喪主)를 위문'하는 것입니다. '상주'는 주(主)가 되는 상제(喪制)로 대개 큰아들이 상주입니다. 이렇게 보면, 사전에 있는 뜻풀이대로라면, 조문은 오로지 큰아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아들이나 다른 유족은 조문을 받을 수 없는 꼴이 됩니다. 그러나 조문오신 분은 큰아들뿐만 아니라 상을 당한 유가족 모두를 위로합니다. 그러므로 사전의 뜻풀이에 있는 '상주'를 '상제'나 '유족'으로 바꾸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상제(喪制)는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사전 뜻풀이에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 같지만, 사전은 단 한 글자도 틀려서는 안 됩니다. 뜻이 애매해서도 안 됩니다. 뜻풀이가 분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표준이기 때문입니다.


내일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열리는 금요일까지는 편지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그 까닭은,
1. 애먼 오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의 정치 성향에 따른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이고,
2. 추모하고자 하시는 여러분의 마음을 잠시나마 우리말 편지에 묶어두면 안 될 것 같고,
3. 무엇보다도 허전한 제 마음을 달랠 시간이 필요해서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우리말편지를 보내겠습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1일자> 안녕과 앞날

오랜만에 편지를 쓰다 보니 글을 쓰는 손이 좀 어색하네요.


우리는 지난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드렸습니다. 허전하고,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그래도 보내드렸습니다. 우리말에 헤어질 때와 만날 때 모두 쓰는 낱말이 있습니다. 만날 때도 쓰고 헤어질 때도 그 낱말을 씁니다. '안녕'이 그런 낱말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동료를 만나면 "안녕!"이라고 반갑게 인사합니다. 어젯밤에 잘 잤냐는 안부를 묻는 거죠. 저녁에 집에 가면서도 "안녕!"이라고 합니다. 아무 탈 없이 잘 갔다가 내일 다시 보자는 말이겠죠.


사전에 오른 뜻은 감탄사로 "편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정답게 하는 인사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만날 때도 '안녕'이라고 말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 말합니다.

 

'앞날'도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앞날은 이전의 어느 날이나 얼마 전이라는 뜻을 지녀 "전날"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쳐올 날"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안녕'하지 못했고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노 전 대통령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며 보내드렸습니다. 그분이 살아오신 '앞날'을 지지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분의 뜻에 따라, 우리 '앞날'은 서로 싸우지 않고 살아야 할 겁니다.

 

 

 

<6/2일자> 죽음과 서거
우리말에 죽음을 뜻하는 낱말은 무척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낱말만 모아봤습니다. 종교에서 따로 쓰는 낱말도 있고, 한자문화권에서 온 낱말도 있습니다.

 

기세(棄世) : 세상을 버린다.
영면(永眠) : 영원히 잠들다는 뜻으로 죽음을 뜻하는 말. 유명한 사람의 죽음
영서(永逝) : 영원히 간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작고(作故) : 고인(故人, 옛날 사람)이 되었다.
잠매(潛寐) : 잠들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승하(昇遐)/등하(登遐)/예척(禮陟)/척방(陟方) : 먼 곳에 올라가다. 임금이나 존귀한 사람이 세상을 떠남을 높여 이르던 말
입적(入寂) : 수도승의 죽음. = 귀적(歸寂) = 입멸(入滅) = 멸도(滅度)
병세(別世) : 세상을 하직한다는 말로 죽음을 뜻함.
기세(棄世) : 세상을 버린다는 죽음을 높이어 이르는 말
사거(死去) : 죽어서 세상을 떠남. 주로 저명한 외국인의 죽음에 사용되는 표현인데 서거로 대접하기에는 좀 과하고 사망으로 하기에는 미흡한 중간급 저명인물의 자연사에 따라붙음
장서(長逝) : 영영 가고 돌아오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별세(別世) :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
사망(死亡) : 보통 사람의 죽음
사거(死去) : 죽어서 세상을 떠남. 사망
서거(逝去) : 사거의 높임말. 자신보다 높은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
타계(他界) : 다른 세계, 곧 저승. 어른이나 귀인의 죽음

종교에서는 좀 다른 뜻을 담습니다.
환원(還元) : 천도교,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
입적(入寂) : 불교, 수도승의 죽음. 중이 죽는 것을 뜻함. 입멸(入滅), 귀적(歸寂), 적멸(寂滅), 원적(圓寂), 멸도(滅度) 등도 있음
열반(涅槃) : 불교,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나 완벽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석가모니를 비롯한 고승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천(召天) : 개신교,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뜻. 개신교에서의 죽음
선종(善終) : 천주교,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친다는 뜻의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

 

이 밖에도, 황제의 죽음을 뜻하는 崩御(붕어), 왕의 죽음을 뜻하는 昇遐(승하), 제후의 죽음을 뜻하는 薨去(훙거) 따위가 있으며, 평 관리가 죽으면 卒(졸)이라 쓰며, 녹을 타지 않고 죽는다는 뜻으로 선비의 죽음은 不祿(불록)이라 합니다.


금실 좋은 아내가 죽으면 현악기의 줄이 끊어진다는 뜻으로 斷絃(단현)이라 하고,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꽃잎처럼 흩어진다는 뜻으로 보통 군인의 전사는 散華(산화)라고 합니다.


죄를 지은 사람의 죽음은 物故(물고)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숨지다, 죽다, 돌아가시다 따위가 있으며, 제가 좋아하는 '흙보탬'도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누구나 사람은 다 죽습니다.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을 우러러 죽음 앞에 경건함을 갖추고 두려움을 없애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이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훌륭한 일을 하고 가신 분이라면 높고 귀한 낱말로 우러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죽음을 이르는 낱말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은 다 같이 귀합니다.  우리 모두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합시다.  나중에 한 줌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잘 다듬어 곱게 쓸 수 있게 내 삶을 사랑합시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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